나는 그 텀블러의 주인이 찾아가라고 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나는 하루 종일 누가 가져가는지 신경 써야 했고 밤은 늦어 가는데 찾아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도대체 어떤 놈이야···나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학생이 아니라서 수업을 들어와 탐블러를 가지고 가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학생이 아니라면 교수? 그것도 아니라면, 죽음을 먹는 자들? 나는 일이 더 꼬였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는 그때 슬슬 궁금해졌다. 그 텀블러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왜, 물건은 있는데 주인은 없는 거지? 그저 누군가의 장난인가? 아니, 장난이라기에는 타이밍이 너무 이상했어. 도대체 시발, 뭐냐고.
“교수님, 교수님? 교수님-”
“···”
“교수님!!!”
“ㅇ, 어, 그래. 왜 여기까지 왔지?”
나는 내 자리에 앉아 텀블러에 어떤 마법은 걸려있지 않을까 요리조리 살피고 있었다.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기에 누가 나를 부르는지도 몰랐다. 나는 누구지 싶어 앞을 보니 말포이가 서있었다.
“이거, 아빠가 전해주라고 하던데요.”
“그걸 꼭 이 늦은 시간에 전하러 와야 하나.”
나는 드레이코를 한 번, 그의 손에 들린 종이를 한 번,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또 루시우스가 이상한 거 보냈구나, 싶었다.
“전해주러 온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돌아 다니는 것은 교칙을 어기는 행동이야. 다음에 또 이러면 니가 아무리 슬리데린이라고 해도 10점 감점한다,”
“네, 교수님. 다신 안 그럴게요.”
“더 할 얘기가 있나? 없으면 빨리 가서 자도록.”
“네,”
나는 그가 나가자마자 그 종이를 열어 보았다. 내용은 이랬다.
‘어제 사람을 시켜 너를 감시했어. 너는 아직도 그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것 같더라. 어둠의 마왕께서는 그녀의 아들 때문에 사라진 거야, 네가 진심으로 충성한다면 그만 있지 그래? 너를 버리고 이가을한테 간 애가 뭐가 그리 좋다고. 내가 너를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거 있지 마.’
그니까, 이 텀블러의 주인이 루시우스의 아랫사람이라는 거네.
감시하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죽음을 먹는 자들 사이에서 배신자라고 불리기도 하고 루시우스가 나를 믿을 사람도 아니니까. 그런데 그 사람은 왜 하필 이 텀블러를 가지고 나를 감시한 거지? 텀블러···잠시만, 텀블? 텀블은 폭락을 뜻하는 영단어인데 만약에···진짜 만약에, 내 생각이 맞았다면 루시우스가 내가 망하기를 바라는 것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자니 어이가 없었다. 내가 이 일로 얼마나 머리를 조여 왔는데 아무런 것도 아니라는 거잖아. 나 완전 바보 아니야···나는 텀블러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나는 다시 원래대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사고뭉치 그린핀도르 애들 때문에 다리를 쭉 피고 자는 날이 없었다. 사람이 다칠 것 같은 장난은 안 치지만 눈을 딱 감고 싶을 만큼 짜증 나게 하는 장난은 수없이 쳐댔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달려가면, 프레드와 조지가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나 아직 어린데···벌써 머리에 흰머리가 나고 얼굴에는 쭈글쭈글 주름이 생길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프레드와 조지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그 유치한 장난을 보고 실실거리는 대휘랑 웅이도 같이 문제지. 그럴 때마다 습관처럼 뱉는 한 마디,
“또 너희군, 그린핀도르 10점 감점이다.”
그렇지만 이건 그린핀도르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후플푸프는 착한 애들 투성이고, 래번클로는 그냥 책벌레들 투성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실망스럽게도 슬리데린 애들이 네빌을 그렇게나 괴롭히고 다녔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지···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슬리데린 애들을 편애한다는 이미지를 더더욱 강력하게 심어주어야 하기에 감점은 따로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습관처럼 뱉는 말이 있다면···
“어디 다치지는 않았나.”
내가 생각해도 나는 쓰레기다. 아니, 쓰레기도 이렇게 더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더러운 것들보다도 더 더럽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쓰레기보다도 더 쓰레기 같은 인간이겠지.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무슨.
“교수님, 이대휘가 그린핀도르 수색꾼이 된다면서요? 사실이에요?”
“사실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저는요? 저는 이대휘보다 빗자루도 더 많이 타봤고요, 이대휘보다 퀴디치에 대한 지식이 더 많고요, 이대휘보다 더 잘할 수 있어요! 이대휘도 하는데 저도 하게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드레이코는 어디서 들은 건지, 자기도 수색꾼이 되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 나는 위험하다고, 할 거면 2학년이 됐을 때 제대로 테스트를 보고 하자고 대충 둘러댔지만 드레이코가 내 말을 듣고 ‘아, 네. 알겠습니다.’라고 할 아이가 아니지. 귀찮게 됐군.
“제가 수색꾼이 되면, 저희 아빠가 자랑스러워하실 거예요!”
“글쎄다, 드레이코. 오히려 건강하게 학교를 다니는 것을 더 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교수님···제발요, 이대휘한테 절대 안 져요. 그러니까 제발 시켜주세요, 네?”
열등감에 절어 있기는. 대휘가 한다고 드레이코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드레니코가 대휘를 꺾어야만 하는 이유는? 그래, 그 어떤 것도 이유가 없다. 그냥 살아남은 아이 이대휘가 부러운 것이겠지. 진짜 지겨울 정도다.
그리고 2학년 때 퀴디치 선수를 시작하는 것이 1학년 때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당연한 건데.
“덤블도어 교수님께 말이라도 해보시면 안 돼요? 네?”
“···알겠다,”
와···진짜 끈기 하나는 대단하다. 당신의 열정에 박수를···! 누가 슬리데린 아니릴까, 자기 꿈 하나 이루겠다고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