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조각, 한 조각

사랑: 항상 | 6화

“우리 작년에는 트라이위저드 때문에 크리스마스에 무도회도 했는데...올해는 없겠지...?”

“그만 떠들고 공부해라. 시험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것인가?”

나는 죽어라 시험문제를 내고 있는데, 번인들은 편하게 본인 학년 공부만 하면서 뭐가 불만인지 무도회나 찾고 있다니. 이 세상에 공부만큼 쉬운 것이 어디에 있다고. 나는 혀를 차며 그런 멍청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7년만, 아니 6년 6개월만 더 참으면 이런 지긋지긋한 삶도 끝나겠지.

“아, 모르겠어. 조지 형이 그러더라, 이런 시험은 하나도 안 중요하다고. ‘O.W.L.’이나 ‘N.E.W.T’만 잘 보면 되는 거래! 그러니까, 나는 공부를 하지 않겠어.”

“웅아, 아무리 그래도 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없어. 그러면 다음 연도 입학생들이랑 같이 1학년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하고, 니가 말하는 ‘O.WL.’이나 ‘N.E.W.T.’도 볼 수 없겠지. 안 그래? 그러니까 내 말은, 넌 지금 당장 공부를 해야 된다는 거야.”

“그래도, 나는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그런데도 모르는 건데?”

공부를 안 하겠다는 전웅과 쓸데없는 곳에 머리 굴리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김동현이었다. 내가 봤을 때는 전웅은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았다. 학기 초반에는 열심히 듣는 척을 하더니, 요즈음에는 대놓고 낙서나 하며 시간을 때우곤 시간이 끝나면 나간다. 나는 웅이가 당당하게 ‘수업’은 열심히 듣는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네가 너 스스로 열심히 듣는다는 말을 하다니 너를 가르치는 입장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군. 좋다, 모르는 것까지는 괜찮아. 그렇지만 너처럼 하려는 의지도 없는 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너처럼 말도 안 되는 가짓말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반박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지금 당장 말해보거라. 내 말이 너도 인정할 만큼 사실이라면 5점 감점해도 되는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지.”

“…”

내 말을 들은 웅이는 이빨로 입술을 꽉 깨물었고 눈은 손에만 가있었다. 그린핀도르가 다 똑같지, 뭐. 나는 속으로 5초까지 세었고 당연히 웅이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그린핀도르 5점 감점.’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그린핀도르 3인방은 똥 씹은 듯이 표정이 썩었다.


“...졸리다.”

자고 싶었지만 눈을 살짝만 내리면 수북이 쌓여있는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 때문에 오늘도 자면 안 되는걸. 괜히 과제를 내줬나, 그냥 넘아가도 되는 부분이었는데. 머글 세계의 기네스 세계기록에서 가장 오랫동안 잠을 안 잔 사람이 11일 동안 안 잤다지? 오버를 살짝 해보자면, 내가 그 기록을 깨게 생겼다고나 할까. 나는 안 되겠다 싶어 잠시만, 아주 잠시만 나가 바람을 좀 쐬러 나가야겠다 싶었다.

밖에 나가보니, 역시 나만 졸린 것이 아닌지 누가 서있었다. 멀리서 봐서 그런 것인지 대충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지만 누구인지는 몰랐다. 나는 이 시간에 나와있는 것을 보면 분명히 교수님일 것이고 막내인 내 입장에서는 피곤해서 나왔다가 더 피곤해질 이유는 없어 다른 것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내가 왔다는 걸 알았는지 내 쪽으로 걸어오고 계셨다. 나는 못 본 척 가려고 했지만 나를 급히 부르시며 이쪽으로 오라고 하셨다. 덤블도어 교수님이셨다. 이런, 그냥 일이나 볼걸. 나는 한숨을 푹 쉬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이 늦은 시간에 아직 안 자고 있었나 보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런가? 많이 바쁜가 보군.”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당연하다. 나는 먼저 말을 걸 이유도 없고 덤블도어 교수님께서도 그냥 나를 부르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괜히 나왔다. 할 일도 많은데 시간이나 버리고 있네...

“...리무스 기억하지? 왜, 가을이랑 항상 같이 다니던.”

“네,”

“요즈음에는 뭐 하고 있는지 아나?”

“모릅니다, 궁금하지도 않고.”

“내가 수소문해 보니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힘들게 살고 있는 것 같더군.”

그게 뭐 어떻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눈으로 교수님을 쳐다보았다. 그렇지만 교수님은 신경도 안 쓰시고 리무스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같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다. 나는 점점 지쳐갔고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게 도대체 뭐 어떻다는 겁니까? 제가 그 자식이랑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는 것도 아실 텐데요,”

“리무스를 찾아주게, 내가 찾아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거야.”

“그, 그러니까...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 미친놈을 찾으라는 건가요? 저는 학교 일도 많아서 죽어가고 있는데요.”

나는 대놓고 불만을 토해냈다. 리무스랑 내가 친했나? 아니다, 그 자식이랑 내가 어떤 사이인데. 그 자식이랑 매가 기숙사가 같았나? 아니다, 그 자식은 그린핀도르였고 나는 슬리데린이었다. 우린 적이었다. 그 자식 때문에 생긴 흉터는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근데 내가 왜 찾아야 돼? 왜 하필 난데?

“그러면 70이 넘은 맥고나걸 교수가 찾으야 하나? 아니면 100살이 훌쩍 넘은 내가 찾아야 하나?”

이럴 수가...나랑 나이 비슷한 교수님들은 꽤 있는데 굳이 나여야 하나. 내가 가장 믿을 만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이해하면 되는 건가. 아니, 근데 리무스를 찾는 건데...안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스트레스 받을 일을 더 만들어주시다니. 선배님. 정말 멋지십니다. 정말.

아, 그러고 보니 ‘정말’이러는 단어의 받침을 바꾸면 ‘절망’이라는 내 마음을 아주 잘 표현하는 단어가 되는군. 내가 진짜 미쳐가는구나...

“최대한 빨리 찾아주었으면 하네.”

“...찾아서 무얼 하시려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그건 비밀일세. 지금 당장 알게 된다면 기절하는 수가 있거든.”

내가 리무스를 찾아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절할 만한 것 같은데 더한 것이라는 말인가? 충격인데.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 혹시 아즈카반에 넣으시려는 건가? 그런 것이라면 환영할 일인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