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조각, 한 조각
Forever 0화

「달부계」
2022.11.21조회수 0
도대체 너라는 인간은 어째서 내게 항상 이리 최악의 인간이 되는가. 어째서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어째서 너는... 그리도 행복한 것인가. 나는 이리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데 왜 너라는 인간은.
“박우진 씨? 제 말 안 듣고 계셨죠. 집중 좀 해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맞았지만 아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지는 않았다. 3일 뒤에는 제조 현장에 방문해야 되고, 다음 주 수요일에는 고령층을 상대로 진행되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하러 가야 되고.
나도 다 알고 있었다. 여기는 회사고, 너는 프로다운 부장이지만 정작 나는 그저 옛 감정에 얽매여 일하는 도중에도 너를 보고 슬픔과 분노에 잠기는 아마추어다운 사원일 뿐이라는 것을. 너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너의 인생에서 네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며 네 성질대로 화를 내도, 그 어떤 짓을 해도 나무라는 이는 없었을 테니.
그런 너를 찬 건 나였지만, 그것을 후회하는 것도 바로 나다. 너는 그때도 나를 붙잡지 않았고 지금도 나에게 하는 말이라곤 일 얘기뿐이다. 너는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너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죽어서도 알 수 없겠지. 나와 너는 다시 사랑할 수 없겠지.
“이렇게 알아두시고, 따로 할 말이 있으니까 따라 나오세요.”
“아, 네.”
따로 할 말은 무슨. 전 애인이 네 직장 동료로 있으면서 집중도 제대로 안 하고 일의 효율을 낮추는 것 같으니 명예라는 것을 유지하며 따로 나에게만 지랄하려는 것이겠지. 나는 그런데도 왜 너를 따라가고 싶고, 왜 너와 단 둘이 있기를 원하는 건지. 스스로도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야. 박우진. 시발, 재밌냐?”
“...뭐?”
“날 볼 때마다 그 개 같은 표정이며 눈빛이며 행동이며. 아주 저 김동현 부장이랑 사귀는 사이였습니다! 하고 홍보를 하지 그래?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너보다 만 배는 더 잘났어. 그러니까 내 앞길 좀 작작 막아.”
너는 여전하구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 너야 당연히 도련님으로 태어났으니 자기보다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하찮은 듯이 대하는 게 일상이겠지만 어떻게 이리도 인류애를 떨어뜨리는 행동만 골라서 하는지.
나는 너를 보곤 헛웃음을 지어 보였고 넌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너는 재킷 속으로 손을 집어놓고 이리저리 휘젓더니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너는 지갑을 열었고 5만 원짜리 여러 장을 꺼내들어 내 쪽으로 던져버렸다.
“이거면 돼? 이제 제발 우리 그거 잊고 같이 일 열심히 해보자. 응? 먼저 내려갈게.”
나는 네가 옥상 문을 열고 내려가는 그 뒷모습만 바라보고 한동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엄청 찌질하고 더 약해지는 일인 것은 맞는데, 나는 김동현이 던진 지폐를 하나하나 집어 모아서 내 안주머니에 있는 지폐에 넣었다. 이러면 정말 지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 잘 알고 있음에도.
“시발, 진짜... 구질구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