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조각, 한 조각

그해 여름 0화

때는 2016년 7월 어느 날이었다. 다른 여름날과 다름없이 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었다. 평소처럼 우리 과 꼰대가 3시간 안으로 집합하라 했고 대휘와 캠핑을 왔던 나에게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빨리 가는 일이란 불가능이었고 더불어 내가 가면 대휘를 버리고 가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대휘에게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이고 사과했다. 대휘는 웃으면서 괜찮다며 서울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 서울까지 가는데 차도 많이 막혔고 비도 오는 날이라 운전하기는 더 힘들었을 거다. 면허증도 없는 내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휘야, 안 힘들어...?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아니야, 아니야. 진이랑 있어서 안 힘들어! 오히려 좋아.”

대휘는 바보처럼 헤헤 거리며 웃었다. 그것도 엄청 예쁘게. 나는 그냥, 그 꼰대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잘 놀고 있었는데 괜히...또 술 마셔서는 라떼 소환이나 하겠지. 그 꼰대랑 우리는 고작 2살 차이가 났지만, 그 2년 차이가 얼마나 큰 건지 모르냐나, 뭐라나...헛소리나 지껄이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기에 이러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됐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가 있는 것에서는 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휘는 당연히 많이 지쳐 보였고 나는 대휘가 졸리지 않도록 옆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들고 있었다.

“우진아, 그 꼰대가 또 이상한 짓 하려고 하면 나한테 바로 연락해. 알겠지?”

“응응, 알겠어.”

“내가 영웅처럼 등장해서,”

그냥 평범하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한 대화였다. 아주 평범한. 대휘는 7살짜리 꼬마 아이처럼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게 문제였을까? 그때 한 트럭이 와 대휘의 차를, 그니까 다휘와 내가 타고 있는 차를 박아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내 배에는 유리가 박혀있었고 머리에서는 살짝씩 피가 나왔다. 그러니까, 나는 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대휘는 아니었다. 대휘는 머리에서 피가 많이 나고 있었다. 고개는 내 쪽으로 꺾어 눈을 감고 있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고 있었고 내가 부르는 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내 머리에는 사이렌 서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면 대휘가 살 수 있겠지, 안 죽겠지, 설마 진짜 죽겠어? 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나는 잊지 말았어야 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것을.


내가 뭔가를 잘못한 것만 같았다. 아니, 잘못한 게 맞다. 내가 운전면허를 대학교 입학하면서 바로 땄다면 대휘가 운전석에 앉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그냥 선배의 집합을 무시하고 캠핑을 즐겼다면 우리는 서울로 올라갈 일도 없었다. 다 나 때문에 괜히 대휘가. 내가 평서에 나쁜 짓을 많이 하고 다녀서 벌을 받나 보다.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다가 썩어 문드러지라고.

“2016년 7월 16일 오후 8시 27분, 이대휘 환자께서 사망하셨습니다.”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마요. 거짓말이잖아요. 사람 목숨 가지고 그런 말 쉽게 하면 안 되잖아...의사가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죄송하다는 말씀 말고는 드릴 말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남자는 내 옆을 지나갔다. 거짓말일 거야. 대휘가 왜 죽어야 되는데, 말이 안 되잖아. 나는 현실을 부정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잘못한 거면 나를 죽이면 되는 거 아니야? 왜 아무 죄 없는 대휘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거야...도대체 왜. 그렇게 나의 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그 22살의 연애는 끝이 나버렸다. 우리 모두가 바라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말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대휘를 만나서 내 하루하루는 아름다웠고, 대휘를 잃은 뒤 내 모든 하루는 지옥이 됐다. 내가 생각한 이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