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네 꽃집

개나리+

윤기, 여주 17살



윤기를 만나고 수많은 계절이 지나 다시 봄이왔다.
우리가 처음 만난 그런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개나리 꽃 봉오리들이 활짝 피어나가는 그런 기분 좋은 날 이었다.
요즘 한동안 폐 상태가 안 좋아 문제였었만, 오늘은 컨디션이 꽤 괜찮았다. 왠지모르게 오늘은 운이 좋을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날 이었다.



그때 윤기의 담당 흉부외과 cs 레지던트 선생님이랑 교수님께서 뛰어오시며 윤기의 어머니와 뭐라뭐라 말씀하시는게 보였다. 병원에 대충 오랜시간 있다보니 알것같다. 윤기에게 이식이 정해졌나보다.



앞선 1,2순위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게돼 급하게 윤기가 수혜자로 선정된것이었다.



-축하해 윤기야. 이제 안 아프겠다. 학교 갈 수 있겠네

-그러게 진짜 나 너무 떨려. 근데 내가 가면 너는 어떡해?

-나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ㅋㅋㅋㅋ. 이식 잘 빋았으면 좋겠다.



뇌사자에게서 장기를 적출한지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윤기는 급하게 수술동의서를 쓰곤 수술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떨렸다. 솔직히 윤기의 몸 상태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였기에 이식이 실패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갔다. 윤기가 들어갈땐 아침이었는데 벌써 해가 뉘역뉘역 져가고 있었다.



수술방 앞에서 윤기의 부모님과 같이 끊임없이 기다렸다.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지. 그때 수술방에서 교수님께서 나오셨다.



-수술중에 피가 좀 많이 나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수술은 잘 됐습니다. 피가나면서 장기가 부워 아직 가슴을 닫지는 못했는데 한두시간 있다가 가라앉으면 다시 닫아볼겁니다.


다행이 윤기의 심장 이식 수술이 매우 잘 된것이다. 윤기의 부모님은 교수님의 말을 들으시더니 펑펑 우시기 시작했다.




윤기가 수술방에서 나와 증환자실로 옮겨졌다. 면회시간에 맞춰 들어가보니 윤기가 깨어있었다. 솔직히 부러웠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수술받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잠시나마 생각했지만 이네 희망을 접었다. 벌써 17년째 인데 더 이상 잡을 희망도 없었다.










옥상에서 활짝 핀 개나리 꽃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윤기가 이식 수술을 받은지도 이주일이 되어간다. 나는 아무도 없은 옥상의 화단 앞에 쭈구려 앉아 개나리 꽃에게 물을 주었다. 그때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돌아본 옆에는 꽤나 상태가 좋은지 얼굴에 혈색이 도는 윤기가 서있었다.



-좀 더 있으면 퇴원하겠네?

-응. 나 없으면 김여주 심심해서 어떡하냐

-그러게. 나 친구 없는데..ㅋㅋ

-그거 알아 윤기야? 여기 이 개나리 꽃은 희망이랑 뜻으로 알려져 있지만 깊은 정 이라는 꽃말도 있대

-그렇구나 뭔가 되게 희망찬 꽃이네

-개나리 꽃을보면 나도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야. 노란색이 밝은게 기분이 좋잖아?










시간이 지나 햇빛이 더욱 강해지며 개나리꽃이 시들해질쯤, 윤기는 퇴원하게 되었다. 너무 부러웠다. 나는 이 병원을 나가본적이 없는데. 솔직히 부럽다는건 핑계였고 윤기가 가는게 싫었다. 내 옆자리가 비워지는 느낌이 싫었다. 벌써 그 시간동안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처음엔 까칠한 윤기가 약간 재수없어 보였는데...



윤기가 병원 정문을 나갈쯤이었다. 윤기의 어머니는 수납하러, 아버지는 지하에 차를 가지러 가신 틈이었다. 나는 급하게 약간 시들해진 개나리꽃 가지를 한아름 안고서는 윤기에게 갔다.



-야 민윤기!!

-뭐야 김여주 너가 여기까지 내려왔어?

-이거 받아.

-개나리??

-응.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너가 이 병원을 나가서도 우린 친구인거지?

-너가 이식을 받았으니까 그 기운을 얻어가서 나도 이식 받을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가질게

-고마워 윤기야. 나한테 소중한 친구야 잘가






우리가 지낸 병원은 서울에 있지만 윤기의 본가는 매우 먼 곳이기 때문에 앞으로 자주 보지 못할걸 알고 있었다. 또한 나도 중환자실에서 계속 지내오기 때문에 윤기가 외래를 와도 보지 못할걸 알았다. 그래서 꼭 전해주고 싶었다.
예쁘게 피어있는 개나리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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