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엠이 뭐 이리 많이 왔대."
친구들의 쓸데없는 디엠 폭탄에 머리가 어질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제의 일이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전정국에게 온 디엠이 있나 확인해보았고, 4시간 전 답장이 온 흔적을 찾아냈다.
📷✏ 팬이라더니 진짜였네요. 먼저 이렇게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새로 그려주시는 건 거절할게요. 난 용서해줄 생각이 없거든요.
저번에 전정국 팬이라고 아주 잠깐 말했었는데 그걸 기억했나보다. 본인 이야기 하니까 귀가 쫑긋했나. 그리고 용서해줄 생각이 없다는 건 또 뭔 개소리인가. 물론 내가 사람 말을 1도 안 믿은 잘못이 있다. 그래도 반성하고 사과까지 했는데 꼭 저렇게 말해야 하나.
"허, 사람 기분 나쁘게 하네? ...그래도, 내가 잘못한건데 화내면 안되겠지."
📷✏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 수 있는데요?
"너무 멍청한 거 티나나. 아 몰라, 그냥 보낼거야."
그래도 팬이라고 전정국 기분을 생각해봤다.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이상하게 그려줘서 속상했으면 어떡해. 답장을 보내니 6시가 다 되었다. 어제 저녁도 못 먹고 일찍 자버려서 배가 고팠다. 대충 밥 먹고 장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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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디엠을 확인해보니 전정국은 그새 또 답장을 남겨놓았었다.
📷✏ 그쪽은 뭘 해줄 수 있는데요?
갑자기 나한테 되물어본다. 내 질문에 대답이나 해주던가. 전정국에게 용서받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 그야, 그림 그리는 게 일이니까 그림 그려줄 수 있죠
고민하다 답장을 전송했다. 내가 그 쪽한테 해줄 게 어딨다고. 몇초 뒤 전정국에게서 다시 답장이 날아왔다.
📷✏ 그건 나도 알고요. 다른 건 없어요?
어이없는 대답이었다. 기껏 생각해낸 게 그림이었는데 다른 게 없냐니. 내가 왜 이 사람을 좋아했던 걸까. 정말 보면 볼 수록 비호감인 것 같다.
📷✏ 글쎄요. 미술 말고는 잘하는 게 없어서.
📷✏ 으음... 그렇구나.
내가 고민해서 답장을 하면 전정국은 계속 칼답을 보냈다. 나는 귀찮지만 일일이 답장해주었고 말이다.
📷✏ 그럼 어떻게 하면 용서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아까 내가 한 질문에는 왜 대답 안해줘요?
📷✏ 뭐가요?
📷✏ 내가 아까 어떻게 하면 용서 받을 수 있나고 물어봤었잖아요. 본인 할 말만 하고 내 질문은 무시해요?
📷✏ 아, 미안해요. 못 봤네 ㅎㅎ
📷✏ 용서 받는 법이라... 그건 만나서 이야기 할까요? 지금 시간 되요?
네? 연예인이랑 만난다구요? 이딴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일로? 진짜? 내 머리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만나고 싶다. 이거 뭐라고 대답 해야하지.
📷✏ 어... 그, 어디서요?
📷✏ 서울 살죠? 그렇게 적혀있던데.
📷✏ 언제 보셨대... 맞아요, 저 서울 살아요.
📷✏ 그럼 ♡♡카페 어때요? 우리 형이 운영하는데 지금 손님이 없을 시간이거든요.
📷✏ 앗, 네...!! 30분 뒤에 어때요?
📷✏ 마음대로~ 난 이미 카페에 있어서요.
📷✏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갈게요!
말은 이렇게 했다만... 막상 나갈 준비를 하려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 글로벌 스타한테 겨우 용서 하나 받겠다고 카페에 가는거야? 그것도 단 둘이? 한여주 넌 진짜 인생이 영화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