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하니 전정국이 날 반갑게 맞이했다. 내 얼굴도 모르면서 어떻게 알아본거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전정국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냥 딱봐도 약속 시간 늦은 사람인데, 뭘."
"...허, 5분도 안 늦었거든요? 내가 그렇게 늦었어요?"
"이야 5분이나 늦었네 나 소원권 줘."
나 2분 늦었다. 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말을 어떻게 알아듣는건지. 2분을 5분으로 바꿔놓고 소원권을 달란다. 참나 어이가 없어서.
"갑자기 무슨 소원권이에요? 2분밖에 안 늦었다니까?"
"어쨌든 늦었잖아. 나랑 만나는건데 그렇게 늦어도 돼?"
"우리 오늘 초면이거든요? 반말 찍찍 하지 마세요."
"찍찍이라니, 우리가 쥐야? 꼬리는 어딨어?"
사람 말을 콧구멍으로 듣는건지 귓구녕으로 듣는 건지 내가 한 말을 모조리 이상하게 바꿔버린다. 반말하지 말라니까 무슨 쥐 꼬리 타령을 하는지.
"됐고,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건데요?"
"뭐가요?"
"아니 지금 초상화 얘기하려고 부른 거 아니에요?"
"맞는데요."
"그럼 대답을 해주셔야죠."
"그 얘기만 할 거였으면 밖으로 안 불렀지."
"네?"
이건 또 무슨 말이람. 그럼 내가 전정국한테 사과하려고 나온 게 아닌거야? 그럼 도대체 뭘 하려고 부른거지?
"지금 내가 당신한테 사과 받고 싶어서 이러는 걸로 보입니까?"
"당연하죠. 그게 아니라면 날 부를 이유가 없잖아요."
"정말?"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똑바로 설명하세요."
"내가 왜요."
본인이 오라고 했으면서 그 이유도 모르는건가. 자꾸 날 가지고 장난치는 그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라리 할 말만 딱 하고 가버리던지, 어?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지금 바빠죽겠는데 밥도 안 먹고 나왔거든요? 빨리 좀 말하세요."
"왜 날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지?"
"이상한 사람 맞잖아요."
"내 팬이라면서요."
"이제 팬 아니에요."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더 좋아할 수가 없죠."
"아니 내가 뭘 잘못했습니까?"
드디어 뭔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한 건가. 그 쪽이 그렇게 말하신다면 난 완전 환영. 제발 본론만 말하고 나 좀 용서해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