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고마웠어. 다음엔 내가 살게.
“다음에도 나랑 점심 먹으려고?”
- 말이 그렇게 되나.
“있잖아, 여주야.”
- 응.
“넌 나한테, 흔들렸던 적이 한 번도 없어?”
- ...
없었겠는가.
어쩌면 단순히 흔들리는 정도가 아닌 그를 너무나도 사랑했었을 것이다.
- ... 없어.
“... 정말 단 한 번도 없어?”
- ... 응.
이게 거짓이면 어떠하리.
나는 내 미래가 두려운데.
나도 참, 이기적이다.
“거짓말.”
- ...
“너 나 좋아하잖아.”
- ...
“연애하자. 미래 생각만 하지 말고, 지금을 즐기자. 그 때는 그 때의 우리가 해주겠지. 응? 연애하자. 나랑 사귀자.”
- 있잖아 정국아, 나는 네가 너무 좋아. 아니, 어쩌면 널 사랑해. 그런데 난 미래가 더 두려워,
“난 너 안 떠나.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 지킬 거야.”
- ... 좋아.
시덥잖은 사랑놀이가,
무모한 미래를 향한 도전이
결국엔 시작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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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지금 전정국이랑 연애를 하는 거라고...?
- ... 말도 안돼. 뭔 소리야. 내가 걔랑 연애를... 하.
대리석 타일이 정교하게 놓아져있는 화장실에서 육각형의 거울을 보며 머리를 쥐어 뜯는다.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는 것도 잠시, 옷깃을 정리하며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 몰라. 질러.
어차피 언젠간 죽을 거, 원하는 거 하면서 살아야지.
내가 원하는 건,
전정국이니까.
-
“왔어?”
- 응.
“... 우리 데이트 어디서 할래?”
- ... 있잖아,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으응.”
- 우리 집에서 데이트 할래?
“…”
무슨 의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