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영 별로였다.
무역팀이 계약 조건 내용에 오타를 냈다고 했다.
- 이것들이 일을 장난으로 아나...
이사실이 후끈거렸다.
- 김비서, 무역 1팀 팀장 당장 내 눈 앞으로 데리고 와.
- 꼴에 팀장이면서 그런 멍청한 실수를 해?

이사님, 나 불렀어?
- 퇴사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에이, 농담도 참-.
- 웃어? 웃겨?

소문으로만 들었었는데, 진짜 우리 이사님 되게 예쁘네.
- 야.
이사님, 나랑 영화 같이 볼래요?
- 적당히 해.
진짜 예쁘다. 나랑 사귈래요?

“팀장님, 적당히 하세요.”
- 전정국?
“이사님은, 공과 사를 확실히 지키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착각이었군요.”
- 전정국, 나가서 얘기 ㅎ,
이사님, 그래서 영화 보러 갈거죠? 퇴근하고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 아오 저...
석진은 그대로 이사실에서 나갔다.
정국은 굉장히 화가난 듯한 표정을 띄고 있었고 괜스레 침을 꼴깍 삼키는 여주다.
- 그, 정국아.
“신경쓰지 마. 팀장님이랑 연애를 하든 넌 나를 신경쓰지 않을 거잖아. 나 혼자 상처받고 또 상처받고. 그냥, 바보처럼 그러는 거잖아.”
- 나도 너 좋아해, 그런데. 차마 너랑 만나진 못하겠다.
- 죄책감이 있어, 이유 모를. 너한테서 떠난건 난데 왜 아직 날 좋아해? 왜 날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드는데! 내가 잘못했어. 그니까 제발, 남으로 살자 우리.
“네가 이러는 게 더 이기적인 거야.”
- 알아. 근데 난, 너 앞에서 죽어도 착한 년은 못 돼.
“김여주.”
- 미안해. 끝까지 상처주는 나라서. 나보다 좋은 사람 널렸어. 나보다 예쁘고 돈 많은 사람? 셀 수 없이 많아. 넌 그런 사람들이랑 만나.
“내 사랑은 적어도 너한테 특화되어있어. 제발, 외면하지만 말아줘.”
“지나가다가 인사하면 한 번이라도 손 흔들어주고, 같이 밥 먹자고 하면 내 속마음 모르는 척 한 번만 먹어주고, 끝나고 시간 있냐고 물으면 있다고 대답해주고,
데려다줄까라고 물으면 좋다고 한 번이라도 해줘. 내 바램이야.”
- 그 사소한 게, 우리에겐 너무 큰 욕심으로 다가올 거야 정국아.

“그깟 욕심, 한 번만 부려볼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