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차라리 마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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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야, 어딜 그렇게 다녀오는 거야?"



다시는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간질간질하게 불어오는 바람. 뒤를 돌아볼 자신이 없어서 그대로 가만히 멈춰 서있다.



"세아야."



따뜻한 온기가 내 손을 감싸왔다. 제발, 제발 꿈이 아니기를 빌면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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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빠진 표정은 또 뭐야ㅋㅋ?"



꿈이다. 이건 그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너무나도 소중한 꿈인 거야.



"정국아..."



꿈인 걸 인지하고 있는데... 왜 현실로 믿고 싶은 걸까. 왜...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을까...? 빠르게 뛰는 심장은 제어할 수가 없고, 입꼬리는 부르르 떨려왔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왜 그래!?"



한껏 미간이 좁혀진 정국은 세아의 양볼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 대더니 무슨 일이냐고, 당장 말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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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세아는 정국의 손을 감싸 잡았다. 지금 느껴지는 이 손길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 꽉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꿈이라니?"



"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 꿈이 정말 꿈이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이게 내 소원인 걸까. 이뤄질 수 없는 소원 대신에 이렇게라도 나를 위해서...



저벅저벅 -



"공작, 거기서 뭐 하나? 세아를 데리고 오겠다고···."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급하게 뒤를 돌아봤다.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건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사람이 거기서 뭐 하냐는 표정으로, 무슨 일 있냐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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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세아는 곧바로 달려갔다. 드레스가 엉망이 되던, 체면이고 뭐고 영락없는 어린아이가 글썽 거리는 눈을 하고서는 안겼다. 옷자락을 꽉 붙잡고는 절대 놓을 수 없다는 듯이 굴었다.



"세아야...!!"



놀란 석진은 세아를 떼어내 무슨 일이냐고 크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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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감히 너를 울린 것이냐."



석진의 표정엔 속상함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자신도 혹여나 그녀의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데 어떤 새끼가 세아를 울리기까지 했는지 그는 열을 제대로 받았다.



"세아야, 딱 말해. 누구야!?"



정국은 당장이라도 누군가의 목을 베어버리겠다는 살기를 내뿜으며 물었다. 눈물이 잘 없는 세아를 울릴 정도라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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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부터 해야 될지..."



이렇게 생생한 꿈은 꿔 본 적이 없다. 이게 마녀의 선물이라면 난 감사를 표할 것이며, 이 단꿈을 깨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이 모습을 내 눈에 담고 싶다.



"아가, 뭐가 그렇게 두려운 것이냐? 난 어디 가지 않아. 침착하고 네가 할 말을 천천히 얘기해 보렴."



세아는 생각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될지도 모르겠고, 언제 깨버릴지 모르는 이 꿈에 마음이 조급해져 왔다. 그러다 세아는 말했다. 단 한 번도 아버지에게 해준 적이 없는 이 말.



"사랑해요, 아버지."



"...!!"



꾹 담아뒀던 말을 지금 말고는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한풀이하듯 말했다.



"아버지가 계셨기에 제가 지금껏 살아왔어요. 비록 한때는 틀어져 버렸었지만, 저희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기에 결국은 서로를 바라보며 소중한 가족 관계가 되었어요."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존경해온 사람이에요. 아버지를 본받아 제가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아버지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하고...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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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은 세아를 꽉 끌어 안으며 말했다.



"넌 나의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란다. 부족하기만 한 아비를 그렇게 생각해 주니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구나. 사랑하는 세아야,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꼭 지켜줄 것이야."



세아는 따뜻한 아버지의 손길에 목 놓아 울었다. 제발 꿈이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신께서 알아봐 주시길 빌고 또 빌면서 말이다.



"세아야,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정국은 안절부절 거리며 세아 주위를 맴돌았다.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세아가 우는 건 익숙할 리가 없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오히려 기분이 좋은 걸."



진정한 세아는 석진의 품에서 천천히 빠져 나오며 말했다. 얼마나 울었는지 얼굴은 빨개져 부어 있었다.



"근데 손에 그건 무엇이냐?"



"...?"



석진이 세아의 오른손을 가리켰고, 세아는 오른손을 펴보니 쪽지가 놓여 있었다. 그 쪽지를 펼치니 옆에서 지켜보던 두 사람은 쓰레기 아니냐며, 빈 종이를 왜 들고 있냐고 물었다.



"....."



하지만 내가 봤을 땐 이 종이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소원 이뤄 줬어요. 다시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길 바라며.'라고 말이다.



그쳤던 눈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소원이 이뤄줬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채는 동시 기쁨의 눈물이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다.



"세아야!?"



물론 옆에 같이 있던 둘은 그런 세아를 보고는 상당히 당황한 채 쩔쩔맸다.




"다행이야... 정말..."



세아는 그 둘을 꽉 끌어 안았다. 온전히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게 좋았다. 난 다시는 이 따뜻함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내가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이 기쁨의 눈물인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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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아.



모든 게 엉망이었던 내 삶에 이런 행복이 찾아와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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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막 끝나고 다른 것들 때문에 정신 없어서 이제 급하게 글을 올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