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차라리 마녀가 되겠습니다.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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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그 보석인가요...? "



" 맞아, 조심히 다루렴. "



시녀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보석을 쳐다봤다. 사치를 부리지 않는 세아는 오늘 유난히 화려한 드레스와 장신구를 착용했다. 



대부분의 귀족은 값비싼 의상과 장신구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인다. 이번 회의에 꽤나 높은 자리에 있는 귀족들이 모인다. 귀족파도 황족파도 아닌 중립인 가문이 카르나 가문이기에 충분히 존재감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똑똑똑 -



" 곧 회의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



모든 준비를 끝내고 세아는 심호흡을 한 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김태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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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밤에 자객이 들었다 들었습니다. "



화가 난 걸 숨기려고 하는 게 보였다. 뭐든지 숨기는 걸 잘 못하던 사람이다. 표정엔 걱정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 별일 없었습니다. "



" 앞으로 황궁에 계실 때까지는 제가 계속 호위를 맡겠습니다. 다른 놈들은 못 믿겠으니. "



" 전 이제 마냥 어린 아이가 아닌 걸 아실텐데··· "



" 그러니 더 제가 옆에 붙어 있겠다는 겁니다. "



세아가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태형은 늦겠다며 앞장을 섰다.







또각또각



" ···! 김세아 대공님께서 드십니다! "



끼이익 -



거대한 문이 열렸다. 명석 높은 귀족들의 시선이 한 번에 세아에게로 쏠렸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듯이.



드르륵 - 



" 김세아 대공님을 뵙습니다. "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세아에게 인사를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대부분 탐탁지 않아 하는 자들이었지만 별 수 있는가. 저들의 콧대를 부숴버리는 건 세아일 것이니까 상관없다.



" 앉으시죠. "



모두 자리에 앉았다. 어린 나이는 물론,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귀족들은 당황했다. 억소리 나는 드레스와 장신구가 눈이 부실 정도록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이 세아를 누르지 못했다.



" 대공으로서의 첫 만남인가. 다들 표정이 좋지 않구려. "



" ····· "



"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철부지 막내딸이 제국을 구한 마녀이지 않는가? 그리고 황제폐하께서 없는 지금, 내가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아 있지. "



" 너무 기고만장해 계시지 마십시오. 어차피 한순간 아닙니까? "



최준혁 후작이었던가. 중립 파나 다름없는 우리 가문을 경계하고 길드를 운영 중이라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는 자이지.



"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뱉는지 모르겠군. 내가 가주가 아니었어도 우리 가문은 중립 파인데 말이지. "



어찌 됐든 간에 우리는 중립 파. 다른 이도 아닌 내 앞에서 이를 들어낸다는 건 자살 행위일 터인데?



" ...그건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언제까지 중립을 유지하시 게 될지. "



" 세력이 많이 약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분께서 돌아가시고, 김세아 대공께서 잘 이어나가고 있다고 한들 평민들 사이에선 아직 불안정한 가주이지요. "



모두 다 그 말에 동의하 듯 비웃었다.



" 왜 그렇게까지 죽을 날을 앞당기는 거지? 내가 누군지 잊은 건가. "



세아의 눈이 붉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 세아를 감싸고도는 마력은 살기가 가득했다.



"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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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 똑바로 서라는 뜻이 아니겠나? 무엇이 썩은 동아줄인지도 모르고 누구 앞에서 눈을 부랴리는지. "



" 황제 폐하, 황태자 저하께서 드십니다!! "



세아의 비열한 비웃음과 동시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된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



" 제국의 큰 태양, 작은 태양을 뵙습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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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 마스터! 의뢰가 들어왔는데··· "



" 웬만한 귀족은 너네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으면서 뭐하러 보고를 하러 들어오는 거지;;? "



" 아니, 이건 좀 마스터가 봐야 될 것 같아서... "



" 황제라도 죽여 달라던? "



" 황제는 아니고... "



" 뭘 그렇게 뜸 들여? "



" 카르나 가문의 김세아 대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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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굴 죽여? "



" 김세아... 대공을... "



박지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깃펜을 부숴트렸다.



" 어떤 발친한 새끼가 내 약혼녀를 건드는 걸까. "



" 어떡하려고요...? "



" 의뢰자가 누군데. "



" 데르안 백작가의 둘째 여식이던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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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에 치운다. "



" 예????? "



" 그 영애를 죽여달라고 의뢰한 건 너인 거다. "



" 아 왜 저를 팔아 먹어요!!! "



" 명분이 있어야 죽일 거 아냐? "



어이가 없다 듯이 지민을 쳐다봤지만, 지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 그런데 마스터. 약혼녀분께서 이대로 대공위를 이어가게 된다면 저절로 파혼이 성사되는 건 아시지요...? "



지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커져버린 마음.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그토록 싫어했던 여자를 사랑하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난 전쟁 이후 세아 앞에 나타난 적이 없다. 그랬다간 파혼을 하자고 으름장을 놓아버릴까 봐 무서웠다. 괴물이라고 불리던 내가 고작 파혼을 피하기 위해서, 파혼이라는 단어가 무서워서 숨어 있다.



밤이 되면 아무리 바빠도 그녀를 몰래 보러갔다. 늘 서류를 보며 잠을 거의 자지 않는 모습 밖에 볼 수 없긴 했다. 간혹 두통에 시달리는 모습에 당장이라도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만 하라고. 제발 제 몸을 망가트려가면서까지 애쓰지 말라고. 고작 20살 밖에 안된 여인이 왜 그렇게까지 이를 악무는 걸까. 조금은 쉬어도 좋을 텐데...



" 하아... 그래서 오늘 정말로 황실 회의에 참여하지 않으실··· "



" 어차피 늦었어. 지금쯤이면 시작되었을 거다. "



" 공작님이나 되시는 분이 그런 중요한 자리에 참여를 안 하다니, 참으로 대단합니다요? "



" 황제가 시킨 일이 마무리 안 됐으면 빠져도 된다고 했다. 그러니 좀 닥치지지? "



부하는 비아냥거렸다. 자신의 편이라곤 아무도 없을 세아 대공을 도와줄 수 있다는 건 생각 못 하는 거냐며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하다. 아무리 황제가 카르나 가문을 믿는다 한들, 중립 파인 가문을 지지하는 건 정도가 있겠지.



" ...하아, 모르겠다. "



난 지금 세아를 마주칠 자신이 없다. 이미 너무나 멀리까지 가버린 세아를 따라갈 자신이 없다. 그녀는 내가 없어도 잘 이겨나갈 사람이고 그런 지위에 앉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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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지민은 황실 회의에 참여할 까요?

회의에선 무슨 일이 생길까요?











손팅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