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1. 메인드를 위해서

 최초부터 21세기 중반까지의 인류는 전쟁을 잔혹하고 무자비한 방법을 통해 기아, 학살, 강간, 생체실험이라는 인권유린과 화학전, 원자폭탄이라는 어마어마한 방법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21세기 말의 인류는 합의를 통해 국가를 통일했는데, 이는 인류 최초의 인도적 화합이었다. 통일이 된 세계를 21세기 말의 사람들은 '판타지아'라고 불렀으며, 다른 말로는 '엘리시움'으로 불렀다. 이 모든 세상의 총책임자를 '메인드'라고 불렀는데, 이는 사회적, 생물적 여견에 대한 것 하나 상관없이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 5년에 한 번씩 추첨으로 뽑았다. 네 번 연속 같은 메인드가 선출된 것은 지나친 우연이겠지만, 아직까지 커다란 이슈는 없었다. 올해는 판타지아가 만들어진 것이 어언 70년 째 되는 해이다. 예로부터 국가의 자본인 아이들은 능력에 따라 분류되었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행복하고 안락하게 사는 삶. 이를 통해 판타지아라는 유토피아를 형성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런 삶을 살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이들은 반정부군이었다. 우린 그들을 ‘레드’라고 칭했으며, 그들을 제압하는 자, 즉 정부군을 ‘화이트’라고 칭했다. 그에 대한 이유는 하나도 배우질 않았지만, 최초로 레드가 발생했을 때부터 유지된 명칭이라고 한다. 우리가 그렇게 만난 것도 어쩌면 이 모든 것의 시발점인 전쟁임을알 수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화학자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Semicolon”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였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험이 좋지 못하게 끝났을 경우, 난 1년간 C 라는 점수를 달고 다음번 “Semicolon”를 준비해야한다. 내 생애 18번째 시험이 끝났다.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 시험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점수에 도달하였으나, 페토에서 사관학교 입학을 명 받았다. 내가 꿈꿔온 미래는 이곳이 아니였지만, 내 능력이 이곳에 최적화된 것이라 믿고 따랐다.

 

  사관학교에서의 삶은 지옥이었다. 내가 매년 치루던 시험은 20살이 하는 돌잡이 수준이었다. 우리는 장병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 입장으로서 그들보다 일찍 더 오래 더 많은 훈련을 강행하였다. 매일매일이 전시 상황이었고 적성이 맞다고 판정이 난 나조차도 여기에 적응하는데, 1년이 걸렸다. 작전 훈련의 경우, VR를 통해 매번 나는 효율적인 작전 수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혔다. VR 내에서는 식량도 제한적이었고 옆에서 살이 터지고 찢어지는 전우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무엇보다도 한번 실패했을 경우, 처음부터 일을 반복하는 게 제일 고됐다. 이제 마지막 관문을 거쳐야했다. 직접 전장을 지휘하는 것이다.

 

  마지막 시험에서 사령관은 2인 1조로 구성된다. 일반 장병들은 사령관의 지시만을 따라야 하므로 사령관이 죽으면 그들 독자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파트너는 케이시 달튼이다. 우리는 사관학교 동기다. 우리는 서로 멀리서 살았지만, 사관학교에 입학하여 친해졌다. 특히 고된 훈련 후 그와 함께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땀을 식히면서 살아온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죽마고우라고 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둘도 없는 전우였고 사관학교 내에서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던 롤모델이었다. 그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면 어떤 작전이든 모두 뜻대로 될 거라 믿었고 그래왔었다. 적어도 가상현실 안에서는….

 

  우리가 작전을 수행할 곳은 파루스 스파티움 중 언론 편집을 담당하는 Falcon-1이다. 언론 송출은 줄곧 CMC(Central Media Center)라는 마뉴스 스파티움에서 진행하지만, 언론 편집은 파루스 스파티움 여러 곳에서 진행한 후 CMC에 모여 송출된다. Falcon-1에서 진행되는 작전 이름은 scæna이다. 이름에서도 그렇듯 정부의 중심적인 일을 하는 기관이 전쟁과 피로 물들어 버렸으니, 매우 비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목표는 그곳의 ‘레드’를 전부 말살시키는 것이다.

 

  여기는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분명히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폐허'가 되어버렸다. 주위에는 온통 흙먼지가 놔뒹굴고 있었다. 동물의 뼈도 사람의 시체도 없었다. 그저 생명력이 하나도 없는 흙먼지가 있는 것 뿐이었다. 이것이 전쟁의 본모습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화이트 군, 즉 정부군이 이렇게 잔인하고도 비참하게 죽을 거라곤 상상도 못할 것이다. 자신들의 영웅이 이렇게 비참하게 시체도 없이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가? 하지만 나는 보았다. 그것도 코 앞에서 동료가 죽어가는 것을 말이다. 현실에서 말이다.

 

“젠X..”

 

  레드군은 분명 우리보다 상황이 더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건 사비로 구입한 무기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방탄복, 최신 무기를 지니며, 고난이도 훈련을 병행한 우리군이 이들의 전선을 무너트리는데 힘들었고 오히려 우리의 전선이 더 밀려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사기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가상현실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우리군의 출혈을 최소화하려고 하였지만, 적들의 저항이 거센 관계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시는 이러한 작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지만, 나는 이런 무모한 작전을 하려는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그들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힘이 있었고 우리가 배웠던 방법으로는 ‘절대로 이들을 저지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왜 이런 작전을 하려는 거야?”

“너도 알잖아 우리가 여기 온 지 석 달이 넘었어. 그런데 정작 한 거라곤 보급부대에 총탄이 더 필요하다고 무전 한 거밖에 없잖아.”

“그래도 그렇지 안쪽에서 버티고 있는데, 우리 군이 애워싸며 진공 작전을 펼치자는 거야?”

“최신식 무기도, 우리의 화력도, 그들에게는 콧바람밖에 안돼. 우리가 직접 들어가서 하나하나 말살할 수밖에 없어. 계속 이렇게 했다가 우리가 먼저 나가떨어지겠다고.”

“….”

“이화야, 우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작전을 빠른 시일 내에 성공하는 거야.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다간 우린 영영 졸업할 수 없어.”

 

  결국 케이시의 작전에 동의하기로 하였다. 마음속으로는 이런 무모한 작전을 실행하고 싶지도 작전을 통해서 우리의 피해를 더 보고 싶지 않았다. 가상현실에서 훈련했던 지난 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옆에서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자신의 후배들을 보는 게 너무 두려웠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서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피식하고 웃었다.



"윤기야, 잘 지내고 있어?"



  나의 소꼽친구 윤기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어릴 때 아버지의 일 때문에 이사를 간 윤기가 보고 싶었다. 서로 많은 걸 한 친구니까. 서로 많은 일들을 겪은 친구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기야..?"



  이렇게 널 만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