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소굴
축제가 끝난 후

쿠션베개
2025.10.31조회수 18
부모님은 몰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내용인즉 여주를 무력으로 되찾아오겠다는 것.
협상은 어차피 결렬될것이다. 그럼 평소처럼
처리하면 그만이다.
"오늘이 학교 축제라고 하던데.
끝나면 바로 데려와."
한 덩치큰 남자 무리가 일사분란하게 밖으로 나간다.
축제날이 되니 학교 전체가 떠들썩하다.
그게 그렇게 재밌는건가? 아마도 내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렇겠지.
"여주야."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수빈이 미소를 머금고
서있다. 검은 실크셔츠와 찢어진 바지를 깔맞춤한
모습이 이질적으로 보였다.
"엇 그거 무대 의상맞죠? 범규랑 같이
한다면서요."
"근데 내가 이런걸 잘 안입어서."
"진짜 잘 어울려요."
"그래?"
이건 진심으로 한 말이 맞다. 모범생같은 이미지라
어색할줄 알았는데 꽤 어울리잖아.
"야, 최수빈. 얘기 끝났음가라?"
"그래, 간다 가."
그때 갑자기 끼어든 범규가 훼방을 놓는 탓에
대화는 급하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왜 요즘 둘이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지 참.
괜시리 나만 불편하게 말이야.
시간이 흘러 어느덧 축제 무대공연이 이어졌다.
무용과 노래, 연극, 마술까지 아주 화려하게도
하는군. 크게 감흥없이 모든걸 넘겨보던 내가
집중하게 된 무대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
"다음 무대는 1학년, 2학년 남학생들의
합동공연 인데요! 여러분의 큰 함성과
박수 부탁드립니다!"
곧 푸른 조명이 강당을 둘러싸고 감각적인
노래가 흘러나왔다. 센터인 범규를 필두로
현대무용같은 동작이 이어진다. 수빈은 브릿지
파트를 맡으며 치고 나왔다.
'잘하네...'
가까이 있으니 하늘거리는 옷자락과 깊고 육감적인
시선까지 잘보였다. 그 탓에 기분은 더
울렁거렸지만. 설마 내가 이상해진건 아니겠지?
축제 무대가 모두 끝나고나서도 한동안 여운에 잠겨
벗어나지 못했다. 진짜 부끄럽다...
그깟 공연이 뭐라고.
내가 어깨를 움츠리고 가방을 챙기고 있으니
범규와 수빈이 뒤쫒아온다.
"임여주! 우리 무대한거 어땠어?"
"그냥 괜찮았어."
"야 이 미적지근한 반응 뭐냐? 별로였나본데."
차마 솔직하게는 얘기를 못하고 평가절하했다.
나도 이런 내가 싫군.
"근데 이 상태로 가려고...?? 선배도요?"
"갈아입기 귀찮아. 화장 지우기도 그렇고."
수빈이 붉은 섀도우가 칠해진 눈가를 문질렀다.
"그냥 가자, 피곤하다."
이 모습 그대로 나갔다간 둘다 관심을 한몸에
받겠는걸.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그러나 우리가 밖에서 마주친건...
"빨리와라 여주야~ 네 부모님 기다리신다."
온몸에 문신을 휘감은 깡패 무리였다.
"야 걔 내놔라 고삐리들. 좋은말로 할때."
수빈과 범규가 경계하듯 날 뒤로 감추었다.
간간히 욕을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나한테서 떨어지지마."
그들과 깡패 무리들 사이로 매서운 기운이
느껴졌다. 대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