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소굴
불안한 사랑

쿠션베개
2025.11.18조회수 14
한동안 말없이 서있었다. 내가 무슨말을 해도
범규는 물러나지 않을것 같다. 이제 어떡하지.
그와중에 미칠듯이 가슴은 뛰었고 말이다.
'이것도 착각인가?'
수빈과 함께 있을때처럼 그저 분위기에 휩쓸린것
뿐인가? 아니면 진짜...
'휴 아니야, 설마.'
이 싸이코기질 있는 애한테 끌렸을리가 없다.
그렇게라도 믿어야한다.
"범규야 우리 친구 사이잖아."
"그래? 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역시나 말이 안통하는군. 가볍게 내 말을 무시하고
머리칼을 갈무리했다.
"잠깐만, 그래도 이건..."
"혹시 내가 싫어?"
"싫다는게 아니고! 생각 정리 좀 한다는거지."
둘이서 옥신각신 하고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물수건을 가지러온 연준이 토끼눈을
뜨고 우릴 빤히 쳐다본다.
"...내가 방해했나??"
아뇨!! 방해 아닌데요!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한거냐고.
범규는 그를 보고 진짜 방해라도 받은듯
미간을 찌푸리긴 했다.
"알면서 물어봐."
"너 많이 변했다? 여자애한테 관심도 다 가져보고."
"욕이냐?"
"또 지랄이네. 보기좋다구 인마."
그때 연준이 나에게만 보이도록 손짓을 했다.
'쟤는 내가 알아서할게.'
끄덕. 살짝 고개를 수그렸다.
"지금 여주 잘 시간 지난거 아냐? 빨리 자러가봐
피곤하겠다."
"네. 그럼."
나는 슬쩍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문을 닫고 나왔다.
그래도 선배가 눈치있게 둘러대줘서 지금이라도
가는구만.
여전히 가슴께는 쿵쿵거리며 울리긴 했지만.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연준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최범규. 자제 좀 해라."
질책섞인 목소리에 범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자신이 그동안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지만
그걸 굳이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내가 뭘."
"걔 하나때문에 엉망으로 다쳐오는것도
모자라서 집착까지 하냐?"
"......"
"솔직히 좀 웃기잖아. 여주 집에 들이는거
제일 싫어하던 사람 너였어."
달리 반박할 말이 없어서 다시금 입을 다물었다.
지금은 그런 이유모를 경멸과 증오 따위 기억이
안날 만큼 삭아 없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어디가 그렇게 좋아? 진짜
궁금해서 그래."
"그냥 다. 가끔 당황하면서 얼굴 붉히는거,
나한테 의지하고 걱정하는것도."
"에휴, 중증이다. 원래 이런애가 아닌데."
범규가 손을 꼼지락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달라진거겠지.
"착각하지마 우리 목표는 그대로야.
복수하는거."
"그래서?"
"니 엿같은 감정 때문에 우선순위 혼동하지 말라고."
연준이 범규의 심기를 건드리듯 눈 주변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나 범규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뭔 개소린가 했더니... 내 감정 내가 알아서해."
이제는 절대 제 마음을 꺾어놓지 않을 것이다.
계획이 어그러진다고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