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소굴

친구 말고 다른거

돌아오자마자 거실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한참 휴대폰으로 시간만 확인했다. 
가정부들도 잠 든 늦은 시간. 
고요한 집안에서는 내 숨소리만 울려퍼졌다. 
오기로 약속한 때가 지나니 더 불안하다. 
진짜, 뭔일 생겼나? 

삐릭- 

그때 도어락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급히 현관쪽으로 뛰어갔다. 

"......"

그건 정말 두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다쳐서 피떡이 된 두사람이 연준에게 
간신히 기댄채 비틀거렸다. 
뒤에는 저택의 경호원들 몇몇이 서있었다. 

"우리 갔을때 이미 상태가 이랬어. 
 근데 둘 다 병원은 안갈거라고 아주 고집을..."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것 같다. 나 먼저 보내고나서 
둘이 겨우 버티고 있었구만. 속상한 기분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일단 다같이 응급처치는 했는데 
 하루는 지켜봐야 되겠지. 얘는 내가 데리고
 갈거니까 너는 범규 좀 챙겨줘." 

나는 다급히 범규의 팔을 어깨에 둘러 부축했다. 
방문을 겨우 열어서 침대에 눕히고 몸 곳곳을 살펴
보았다. 상처가 얼마나 심한지, 
붕대와 반창고가 안 붙은 곳이 없다. 

"꼴이 이게 뭐야." 

착잡한 심정으로 앉아있는데 그가 눈을 살며시 
떠 고개를 돌렸다. 

"!!깼어? 몸은 좀 괜찮아?" 

"너 왜 여깄냐." 

"둘이 쓰러져서 경호원들하고 선배가 
 데려왔었어." 

"...아이고 어쩐지. 온몸이 다 쑤시더라." 

범규는 한쪽 팔을 들어 울긋불긋한 멍자욱을 
올려다봤다. 음, 별 생각 없어보이기도 하고? 
곧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리더니 다시 나와 눈을 
맞췄다. 

"어쨌든 넌 안다쳤으니까 상관없어. 
 너네 부모님이 무력써서 억지로 데려간다 
 해서 좀 불편했거든." 

"야 너는, 사람을 이렇게 걱정시키고!! 
 니 몸이나 챙겨!" 

참다못해 한소리 했더니 뜻밖에도 범규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뭐가 웃긴거냐고. 

"걱정했어? 내가 안올까봐?" 

"당연하지! 친구니까." 

"......"

내말에 갑자기 인상을 팍 굳히더니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뭔가 억누르고 있는것처럼. 

"친구..." 

"응. 맞잖아." 

"진짜 그렇게 생각해?" 

"뭐?" 

의미심장한 얼굴로 멍하니 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그 후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나는 
예상조차 못했다. 

"난 싫은데." 

갑자기 가까이오길래 슬금 뒷걸음질 쳤다가 
벽에 막혔다. 마치 덫에 걸린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빌어먹을 친구, 이제 안할거라고."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범규가 내 뺨을 쓸어내리다 
턱끝을 잡아올렸다. 

"그냥 다른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