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소굴
친구 말고 다른거

쿠션베개
2025.11.11조회수 12
한참 휴대폰으로 시간만 확인했다.
가정부들도 잠 든 늦은 시간.
고요한 집안에서는 내 숨소리만 울려퍼졌다.
오기로 약속한 때가 지나니 더 불안하다.
진짜, 뭔일 생겼나?
삐릭-
그때 도어락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가운 마음에 급히 현관쪽으로 뛰어갔다.
"......"
그건 정말 두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다쳐서 피떡이 된 두사람이 연준에게
간신히 기댄채 비틀거렸다.
뒤에는 저택의 경호원들 몇몇이 서있었다.
"우리 갔을때 이미 상태가 이랬어.
근데 둘 다 병원은 안갈거라고 아주 고집을..."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것 같다. 나 먼저 보내고나서
둘이 겨우 버티고 있었구만. 속상한 기분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일단 다같이 응급처치는 했는데
하루는 지켜봐야 되겠지. 얘는 내가 데리고
갈거니까 너는 범규 좀 챙겨줘."
나는 다급히 범규의 팔을 어깨에 둘러 부축했다.
방문을 겨우 열어서 침대에 눕히고 몸 곳곳을 살펴
보았다. 상처가 얼마나 심한지,
붕대와 반창고가 안 붙은 곳이 없다.
"꼴이 이게 뭐야."
착잡한 심정으로 앉아있는데 그가 눈을 살며시
떠 고개를 돌렸다.
"!!깼어? 몸은 좀 괜찮아?"
"너 왜 여깄냐."
"둘이 쓰러져서 경호원들하고 선배가
데려왔었어."
"...아이고 어쩐지. 온몸이 다 쑤시더라."
범규는 한쪽 팔을 들어 울긋불긋한 멍자욱을
올려다봤다. 음, 별 생각 없어보이기도 하고?
곧 힘없이 어깨를 늘어뜨리더니 다시 나와 눈을
맞췄다.
"어쨌든 넌 안다쳤으니까 상관없어.
너네 부모님이 무력써서 억지로 데려간다
해서 좀 불편했거든."
"야 너는, 사람을 이렇게 걱정시키고!!
니 몸이나 챙겨!"
참다못해 한소리 했더니 뜻밖에도 범규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뭐가 웃긴거냐고.
"걱정했어? 내가 안올까봐?"
"당연하지! 친구니까."
"......"
내말에 갑자기 인상을 팍 굳히더니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했다. 뭔가 억누르고 있는것처럼.
"친구..."
"응. 맞잖아."
"진짜 그렇게 생각해?"
"뭐?"
의미심장한 얼굴로 멍하니 있다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그 후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나는
예상조차 못했다.
"난 싫은데."
갑자기 가까이오길래 슬금 뒷걸음질 쳤다가
벽에 막혔다. 마치 덫에 걸린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빌어먹을 친구, 이제 안할거라고."
거의 코앞까지 다가온 범규가 내 뺨을 쓸어내리다
턱끝을 잡아올렸다.
"그냥 다른거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