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소굴
없으면 더 불안해서

쿠션베개
2025.11.09조회수 11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나저나, 부모님이 기다린다고 했었지.
역시 아빠와 엄마는 이 질낮은 범죄조직과
연루되어 있었구나.
배신감에 속이 메스꺼워질 정도다.
"내놓으라고!! 귓구멍 막혔냐?"
대장으로 보이는 뚱뚱한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범규는 그 놈이 성가신듯 아랫입술을
씹어댔다. 진짜 무슨 일 날거같은데.
"걔 데리고 가봐. 내가 사람 좀 부를게."
범규가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어쩌려고?"
"도망치면 되지. 빨리 가."
"...가자 임여주."
수빈이 즉시 손을 잡고 재빨리 도망쳤다.
깡패들이 거하게 싸우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때까지 뛰어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뛰는거 너무 힘드네.
"멈춰."
"더, 더 가야 되는거 아니에요?"
"그냥 여기 숨는게 낫겠다.
너 뛰는거 힘들잖아."
그러면서도 긴장을 못 놓았는지 내 등허릴
감싸안았다. 훅 불어오는 짙은 화장품 냄새에
기침이 절로 났다. 윽.
"불편해도 참아."
"휴우... 네."
여전히 주변을 경계하며 두리번거리는
수빈을 무심코 쳐다봤다. 달빛에 반사된
얼굴이 반짝거리고 있다.
왜 뜬금없이 그게 눈에 보였는지.
"혹시 많이 불편해?"
"에??! 아뇨 괜찮아요."
염려하는 손길이 이마에 스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잠깐만 아니! 지금 그런 상황 아니라고.
이게 어딜봐서 설레는 상황이냐. 정신차려.
"너 되게 무섭나보다. 맥박이 빨라."
무심결에 손목을 짚은 수빈이 놀란기색을 보였다.
하.. 이게 그 흔들다리 효관가 뭔가하는 건가.
'그래 무서워서 그런거다...! 무서워서.'
애써 자기최면을 걸며 술렁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너 먼저 가봐. 기사님 불러줄게."
"그럼 선배는요?"
"난 범규오면 같이가야지."
나만 보내놓고 여기 남겠다는 거잖아.
"...싫어요! 저도 같이 있을래요."
"뭐라고??"
수빈이 어이 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래.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다.
"없으면 더 불안해서."
"너 미쳤어? 그냥 가라니까."
둘이서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어느새 깡패들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좋은말로 할때 쟤 넘겨라. 미자라고 안봐줘."
야구 배트와 빠루 등으로 무장한 그들이 비열하게
웃어댔다. 이제 어쩌지?
"쯧.. 뭣같네 진짜."
"선배. 절대 싸우거나 그러면 안,"
"꽉 잡아."
"???"
수빈은 나를 옆구리에 껴 벽을 타고 반대편 골목으로
넘어갔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하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무슨 특공대인가.
"너 이제 진짜로 가는거야."
"아니, 그래도..!!"
그는 내 어깨를 토닥여줬다.
"걱정하지마 빨리 갈게."
안심시키듯 살풋 웃는 모습을 뒤로하고 결국
돌아가야만 했다. 그래. 지금은 별일 없을거라고
믿는수밖엔 없지.
그러나 둘은 자정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