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소굴

신경쓰이게 하잖아

저택 내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창고' 는 형제의 
아버지가 만들어낸 장소로, 주로 자신 또는 가족을 
위협하고 위해를 가한 사람들을 응징하거나 
정보를 캐내는데 요긴하게 써왔다.
워낙 규모가 거대한 자회사를 운영해서그런지
별 같잖은 것들이 달려들때가 있었으니까. 

자비없는 아버지 성격을 쏙 빼닮은 아들들이 
뒤이어 그 창고를 활발히 애용하기 시작했다. 

"은지 식사 같은건 챙겨줘?" 

수빈은 범규의 싱글벙글한 얼굴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누구나 그를 처음보면 수려한 외관만 보고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테다. 그랬다가 잔인한 면모에 
기겁하며 곁을 떠나겠지만. 

"그게 궁금해?" 

"혹시나 굶겨 죽이는거 아닌가하고." 

"죽이긴 아깝지." 

수빈이 철문 앞에 서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인기척이 나니 다급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저 좀 꺼내주세요." 

"꺼내주긴 하는데 그전에. 내가 널 좀 알아봤거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메모를 눈으로 훑고서
하나씩 내용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금품 갈취에 시험지 유출, 폭행 사주까지 다양하게
 했던데. 빨간줄 몇번은 그일 짓인거 알지?" 

신은지는 아연실색해 바닥에 주저앉았다. 
설마 자신의 치부를 이렇게 낱낱이 캐냈을 줄은. 

"경찰에 안넘기는 대신 조건이 있어." 

"그게 뭔데요?" 

"넌 지금부터 퇴학 당하는거야. 동급생 따돌림과  
 명예훼손으로." 

"예?? 그, 그건 안돼요, 아빠가 아시면..." 

"알아. 너네 아버지 아주 길길이 날뛰더라." 

수빈이 조소를 내보였다. 

"너 이미 지뢰 밟은거라고." 

들어온 이상 멀쩡히 나갈수는 없다.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은지였다. 





내 헛소문이 퍼진지 얼마 안되어 신은지가 
갑자기 퇴학당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동시에 그 허무맹랑한 루머도 쏙 들어갔고 말이다. 
너무 드라마같은 전개라서 혹시 그 형제들이 
무슨 수를 쓴건 아닐까 나름 합리적인 추론을 
해봤다. 

"저한테 말 안해 주실 거예요?" 

"알아서 뭐하게." 

수빈이 어리둥절하며 반문했다. 뭔가 뒤가 
구린 일은 했다 이거지. 

"됐어요 고맙다는 얘기니까." 

"..그래." 

수빈은 어색한 듯 앞머리 끝을 다듬었다. 
항상 인상쓴 모습만 봤는데 오늘은 기분이
나쁘지 않아보였다. 

"그거 선배가 나서서 한거라면서요. 
 왜 그랬어요?" 

"뭐가." 

"저 싫어했잖아요." 

"지금은 싫은건 아닌데." 

난감한 기색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것 같다. 
아주 모질게 구는 구석은 없는 사람인가? 

"솔직히 잡혀왔을땐 저 막 괴롭힐줄 
 알았는데. 나름 잘 챙겨주시고요." 

"너가 신경쓰이게 하잖아." 

"제가요?" 

"맞을때도 가만있어, 헛소리하는 것도 
 참아줘. 그러니까 내가 나서야지." 

"의외로 다정한 면은 있네요." 

"아닌데." 

"맞는데요." 

원래 강한 부정은 긍정인데. 얼굴이 조금 
상기된 수빈이 연신 헛기침을 뱉어냈다. 
쑥쓰러워 하는것 같기도 하고.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조용히 해." 

뭔가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분명 해사하게
웃고있었다. 뭐야, 웃으니까 더 잘생겼잖아. 
평소에도 저러고 다니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