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코 소굴
왜 거기서 나와?

쿠션베개
2025.10.23조회수 19
정리하고 머리를 손으로 빗었다.
수빈은 여즉 일어나지 못하고 꿈나라를 헤메는
중이었다.
"되게 잘자네.."
가만히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는데 그가 움찔거리며
눈을 떴다.
"으음..."
"어, 이제 깼네요!"
수빈은 내 얼굴을 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자기 방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너 왜 여기있어?"
"기억 안나요? 어젯밤에 여기로 데려왔었잖아요."
"내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동그랗게 토끼눈을 뜬다.
역시나 기억은 못하는군.
"예. 누굴 찾는거 같았어요."
"하... 너한테까지 그랬다고."
수빈이 괴로운듯 머리를 싸맸다. 나한테 몽유병
증상을 보인게 더더욱 싫었던거 같다.
나름 약점인건가?
"그 친구 누군데요."
"이름은 기억 안나. 근데... 보고싶어.
갑자기 이사 가버렸었거든."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지만 아마 애가 닳는
심정일테다. 어쩐지 측은지심이 들어 등을 조금
토닥여줬다.
"뭐해?"
"어 위로 같은거?"
내가 멋쩍게 웃었다. 수빈이 순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손을 잡아내렸다.
"됐어. 하지마. 벌써 위로받았으니까."
"무슨..??"
"너 어젯밤부터 계속 여기 있던거아냐.
내가 깰까봐 가지도 못하고."
뭐야, 어떻게 알았지. 짙은 한숨을 쉰 수빈은
가지런히 손을 모았다. 동시에 씁쓸한 표정을
하면서.
"그동안 나랑 연준 형, 범규 때문에 불안했던거 알아.
난 솔직히 널 싫어했던것도 사실인데..."
"......"
"넌 네 부모님하곤 달라.
다정해. 나같은 거 걱정도 해주고."
몸을 일으킨 그는 별안간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래도 너무 친한체 하지는말지?"
"알고 지낸지가 한달인데 이정도는.."
"내가 너한테 딴맘 먹으면 어쩌려고."
마지막 말은 알수가없다. 대체 무슨 뜻으로
말한거지. 그러나 더 물어보기 전에 수빈은
나를 방에서 내보내버렸다. 쳇. 궁금했는데.
문을 닫고 나오자 범규가 바로 눈앞에 서있어서
매우 놀라긴했다.
"아이씨 깜짝이야! 뭐야?!"
"내가 할 말 같은데. 너 왜 최수빈 방에서
나와?"
"그럴 사정이 있었어."
말하기도 복잡해서 일단 지나쳐가려는데
범규가 내 팔을 붙잡았다.
윽, 악력 한번 더럽게 세네.
"왜 니 침실말고 저 방에서 나오냐고. 말해."
그게... 이렇게까지 사람을 몰아세울 일인가?
점점 옥죄이는 긴장감에 덩달아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만해."
잠옷차림으로 나온 수빈이 범규를 저지했다.
휴. 뭔 일이라도 나는줄 알았네.
"..너 어젯밤에 뭐했냐?"
"아무것도 안했어."
"쯧. 또 이러네."
그러더니 범규는 별안간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순간 차가운 감촉이 등허리까지 타고 내려갔다.
"무슨말이 하고싶은건데."
"난 너 못믿어. 네가 밤에 헛소리하고
사고치고 다니는 새끼라서."
"야, 최범규 너..!!"
범규가 제 등 뒤로 나를 숨기고서 수빈을 쏘아보았다.
"나는 그냥 얘가 밤 새 무슨일이라도
당했나 싶어서 물어본거야."
"자, 잠시만. 나 진짜 별일없었어! 진짜."
더 있다간 싸움이 커질거 같아 황급하게 말을
붙였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는데 지금.
"그래?"
"멀쩡하다니까."
의심스런 눈초리로 여기저기 살피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범규는 내 말을 믿고 팔을 놔주었다.
그 손이 얼음장 같아서 더 무서웠다..
"아무튼, 얘한테 손대면 가만안둬."
그는 자기 방으로 뚜벅거리며 걸어갔다.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건 처음보네.
자기 방식대로 신경써준거겠지.
"..너 방으로 돌아가."
어쩐지 기운이 빠진 수빈도 방으로 들어가버려서
그 복도같은 곳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졌다.
정말 정신없는 밤과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