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 가짜

03ㅣ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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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ㅣ중독








민윤기를 만나고 내 몸은 성한 날이 없었다. 어떤 날에는 담뱃불에 옷이나 몸이 그을려 오기도, 어떤 날에는 커터칼에 베어오기도, 어떤 날에는 우유나 물에 젖어오거나 머리카락이 이상하게 잘려오기도 했다.

민윤기 때문에 내 인생은 송두리째 망가졌고, 내 몸도 망가져갔다. 학교에서 풀지 못 하는 화를 집에서 풀었고, 그 화풀이 대상은 부모님이었다.

민윤기에게 반항도 해보고, 학교도 안 나가보고, 연락도 받지 않았지만 다 소용이 없었다. 반항을 하면 할수록 민윤기는 더욱 재미와 흥미를 느꼈고, 괴롭힘은 더 심해질 뿐이었다.

“우리 멍멍이, 왜 요즘은 반항 안 해?”

“…”

“반항하던 시절이 그립네, 재밌었는데.”

“대답은 좀 해, 진짜 개새끼에 빙의가 됐나.”

“… 미안.”

“너도 이제 재미없다, 반항 안 하니까.”

“반항 좀 해봐, 예전처럼 내 뺨도 좀 쳐보지 그래?”

“예전에는 욕도 하고 뺨도 쳤으면서, 요즘에는 왜 이렇게 고분고분해?”

“너도 뭐, 다른 지역으로 도망치게?”

도망, 치고 싶지만 칠 수 없다. 부모님이 여기 계시기에, 나 혼자는 절대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쳇바퀴 같았다. 이 무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 사이코.”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미안…”

“사이코라고 했잖아, 아무것도 아니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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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 사이코 맞아, 검사 결과 사이코패스 성향 81% 로 나왔거든.”

“…”

“아, 너도 담배 한 대 펴봐.”

“… 어? 담배…?”

“응, 싫어?”

“… 그게.”

“되게 싫다는 표정이네, 내가 하라는데.”

“… 아니야, 필게.”

윤기가 주는 담배를 어쩔 수 없이 들었고, 윤기가 직접 담배에 불까지 붙여주었다. 나는 순간 그 조그마한 담배가 두려워졌고, 눈을 질끈 감고 들이마신 담배 연기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목이 따갑고 아파 기침을 연신 해댔다.

“어이구, 죽겠다 그러다가.”

내 얼굴은 터질 것 처럼 빨개졌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윤기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처음 펴보는 담배는 상상도 못 할 끔찍한 맛이었다. 다시는 피고 싶지 않은, 왜 피는지 모르겠는 그런 이상하고도 아픈 맛.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지금은 적응했지만.”

“으… 왜 피는 거야.”

“중독 돼서 그렇지, 뭐.”

“… 사람 때리고 괴롭히는 것도 중독이냐.”

“그럴 수도.”

“소름 끼쳐, 같은 공간에 있기도 싫어.”

“이제 너만 보면 미칠 것 같아, 죽고싶어.”

“그럼 죽어. 죽고 싶으면 죽어야지.”

“… 내가 그냥 죽도록 안 놔둘 거잖아.”

“당연한 거 아니야? 내 장난감이 없어지는 거잖아.”

“…”

“내가 여태 본 개새끼 중에, 네가 제일 마음에 들어.”

“… 대체 왜 괴롭히는 거야? 단순히 재미야?”

“…”

“네가 말문이 막히는 건 처음 보네, 민윤기.”

“단순히 재미만은 아닌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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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알아서 뭐하게?”

“약점 잡게.”

“허어… 다시 당돌한 개새끼로 돌아왔네?”

“너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제발.”

“어쩌지, 나는 보내줄 생각이 없는데.”

“… 너희 부모님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부모 그딴 거 없으니까 신경 꺼.”

“… 부모님이랑 무슨 일 있나 봐, 부모님 얘기 하자마자 발끈하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쳐졌고, 무자비한 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생각했다, 꼭 민윤기의 약점을 잡겠다고. 민윤기 약점을 잡아서, 꼭 이 굴레에서 벗어나겠다고. 이 지옥에서 탈출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