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 가짜

04ㅣ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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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ㅣ미행








나는 학교가 끝나고 민윤기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미행하고 있다는 걸 민윤기에게 걸린다면 죽겠지만, 걸리기 전에 꼭 민윤기의 약점을 알아내 들키더라도 협박을 하자고 생각 하고는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그렇게 계속 쫓아갔지만 30분이 넘도록 걷기만 했고, 점점 주택가에서 멀어져만 갔다. 그렇게 쫓아가다보니 높은 언덕이 보였고, 민윤기는 그 위를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위에 집은 보이지 않고, 온통 나무와 풀, 포장된 도로 뿐이었다.

나도 조심스레 같이 언덕을 올랐고, 계속 걷다가 가파른 언덕까지 오르려니 숨이 차고 땀이 났다. 가을이라 다행이지, 여름이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을 만큼 힘들었다.

계속 가다보니 낡은 집 하나가 보였고, 도어락도 없는 그 집에 윤기는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낸 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고, 나는 몰래 옆에 있는 창문을 통해 윤기가 하는 행동들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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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기는 어울리지 않는 책을 가져와 읽다 살짝 인상을 찌푸린 후 소매를 살짝 걷어 오른쪽 손목을 쳐다보았다. 창문 너머로 보니 손목에 무엇이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고, 까치발을 들어 보려다가 발목이 잘못 접질려 큰 소리를 내며 옆으로 넘어졌다.

그걸 들은 윤기는 놀란 듯 집 밖으로 뛰쳐나왔고, 넘어져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윤기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고, 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그 눈빛에 압사 당하는 느낌이었다.

“… 뭐하냐, 너.”

“그게, 윤기야…”

“설마… 나 미행했냐?”

“…”

“당돌하게 나를 미행할 생각을 해? 우리 개새끼의 당당함에 칭찬을 해야할지 욕을 해야할지.”

“민윤기.”

“허어, 이제 내 이름도 막 불러?”

나는 바닥에서 일어나 민윤기에게 달려들었고, 민윤기는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나는 민윤기에게로 가 오른쪽 손목을 들춰보았고, 오른쪽 손목에는 큰 흉터가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게 무슨…”

내가 놀라 당황한 사이 윤기는 나를 세게 밀쳤고, 나는 그 힘에 못 이겨 넘어지고 말았다. 윤기에게서 처음 보는 표정. 원망, 놀람, 당황, 살기 등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윤기는 팔 소매를 끝까지 내려 손목을 가리고는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와 내 손을 발로 세게 눌렀다. 손이 짓눌리는 기분, 너무 아파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고, 윤기는 그런 나를 보고 약간 주춤한 듯 보였다.

“무슨 흉터야?”

“닥쳐, 네가 알 거 없어.”

“드디어 찾았네, 민윤기 약점.”

“이거 가지고 뭐할 건데, 네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뭐할 거냐고.”

“그런 건 차근차근 알아가도 돼.”

“그 전에 네가 내 손에 죽는 게 빠를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