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 가짜

06ㅣ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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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ㅣ일기








나는 그 말을 듣고 장난인 줄 알았지만 민윤기의 표정은 진지했고, 내가 벙쪄있는 동안 민윤기는 내 손에 들려있던 액자를 뺏어갔다.

“…”

“왜, 내가 하는 말 장난 같아?”

“마음만 먹으면 너도 죽일 수 있으니까, 사려.”

살인마가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온몸에 소름이 돋고 무서웠으며, 민윤기가 진짜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내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고, 이내 볼을 타고 떨어지는 눈물을 민윤기의 손이 훔쳤다.

“왜 울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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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자기 민윤기가 너무 무서워져 점점 뒷걸음질을 쳤고, 내가 뒤로 갈 때마다 민윤기도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는 민윤기의 눈만 쳐다보며 옆에 있는 선반 위에 손을 올렸고, 위에 있던 가위에 의해 손바닥이 찢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 고통보다 민윤기에 대한 두려움에 컸기에 상처를 신경 쓸 시간이 없었고, 손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데도 신경 쓰지 않고 가위 아래에 깔려있던 낡은 다이어리를 들고 민윤기 집에서 뛰쳐나갔다.

“야!!”

뒤에서 민윤기가 쫓아오는 듯 싶었지만 나는 무작정 달렸고, 겨우 민윤기를 따돌려 가까스로 집에 올 수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주저 앉았고, 그제서야 내 손바닥에 있는 상처와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뚝뚝 흐르는 피에도 불구하고 다이어리를 빨리 펴보았고, 첫 장부터 충격적인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민윤기의 필체로 쓰여진 일기 위에는 눈물 자국이 있었고, 나는 글자들을 하나씩 천천히 읽어갔다.

2011.07.19

오늘 또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셨다. 평소에 잘 들어오지도 않으셨으면서 오늘은 술을 마셔서 집을 착각하신 걸까? 아빠는 술을 마셨을 때만 집에 들어오셨고, 나를 낳은 엄마를 매일 때렸다. 오늘은 아빠가 엄마를 세게 때렸나 보다,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

2011.07.22

엄마의 장례식이 끝났다. 엄마가 아끼던 형은 장례식장이 떠나가라 울었지만 엄마가 싫어하던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엄마를 죽인 아빠는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 내 아빠는 아니지만, 매정한 사람 같다.

2013.06.13

오늘 형이 학교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화풀이를 했다. 나는 거의 죽기 직전까지 맞았고,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형이 나에게 갑자기 그러니 나도 화가 나 형을 밀쳤다. 그런데 형이 탁자에 머리를 부딪혀 피를 흘리면서 쓰러졌다. 숨을 안 쉰다.

형이 죽었다. 이 세상에서 내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이제 내가 형 행세를 하고 다녀도 되는 걸까? 나도 모두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걸까?

지금으로부터 10년전에 쓰여진 글. 아이가 쓴 거라고는 믿기지 않는 어휘력. 하지만 이 이야기는 윤기의 이야기가 맞았다. 하지만 드문드문 끊겨있는 이야기에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딱 두 가지만은 알았다. 민윤기의 과거는 심상치 않다는 거, 마음의 상처가 깊을 거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