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ㅣ너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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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윤기의 일기를 전부 읽고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윤기에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손바닥은 아직도 지혈이 되지 않아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 다이어리까지 피가 묻어 피범벅이었다.
나는 다시 그 다이어리를 들고 집을 나섰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 길을 다시 되돌아보며 정신 없이 윤기네 집을 찾아갔다. 가까스로 집 앞에 도착해 숨을 몇 번 고르고는 세게 문을 두드려보았다.
약간의 정적이 흐르고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나는 조금 열린 문을 잡아 활짝 열었고, 윤기는 꽤 놀란 눈치였다. 나는 윤기의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윤기는 뒷걸음질을 쳤다.
“야, 너…”
“민윤기.”
“… 내 일기 다 봤지?”
“어, 다 보고 온 거야.”

“그럼 이제 다 알겠네, 내 정체.”
“… 알아, 전부.”
“다 까발릴 거지?”
“무슨… 내가 이걸 왜?”
“내 약점 잡고 싶어 했잖아, 그냥 이거 경찰서에 넘기든가.”
“이걸 내가 왜, 네 물건이잖아. 돌려주러 온 거야.”
“… 안 가지고?”
“됐어, 이미 상처도 많은 것 같은데 내가 더 건들어서 뭐해.”
“네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니까 무서워할 이유도 없고… 그래도 너 나한테 약점 잡힌 거야.”
“참 특이해, 너는.”
“그래도 나 지금까지 너 진짜 무서웠어, 어떻게 그리 연기를 잘 하는지…”
“됐고 이리 와서 여기에 좀 앉아 봐.”
“어? 왜?”
“앉으라면 좀 앉아.”
“어디서 명령질이야, 내가 네 약점 잡고 있는 거라니까?”
“아오… 그 손, 나 때문에 다친 거잖아.”
“치료 해줄 테니까 좀 앉으라고, 닥치고.”
“아, 나 손 다쳤었지…”
“찢어진 것 같은데 안 아프냐?”
“안 아프겠냐, 너 같으면.”
“찢어지는 상처는 좀 익숙해서. 예전부터 내 상처는 내가 다 치료해서 능숙하니까 걱정은 하지마.”
윤기는 치료할 용품들을 가져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내 손을 잡아 소독을 시작했다. 나는 생각보다 세게 느껴지는 고통에 두 눈을 꼭 감고 있었고, 윤기의 김 새는 웃음 소리가 들려 눈을 살짝 떴다.

“그렇게 아프냐, 엄살은…”
“야, 나는 진짜 처음 느껴보는 고통이거든?”
“그래, 원래 처음은 다 아픈 법이야.”
“근데 나 네가 웃는 거 처음 봐, 좀 웃고 다녀라.”
“뭐래… 내 일기도 본 애가 그런 말이 나오냐.”
“야… 근데 어떻게 그렇게 사이코패스 연기를 잘 하냐?”
“나 진짜 네가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어, 진짜 무서웠는데…”
“아, 10년 전 글인데 너 어휘 진짜 좋더라… 어떻게 그래?”
“그냥…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책만 읽었거든, 형 방에서.”
“그러다가 형 기분 안 좋은 날 하필 걸려서 형 죽인 거야, 물론 실수였지만.”
“… 그러다가 이 손목도 다치게 된 거고.”
“아… 그래서 네가 자꾸 손목을 가리고 다니는구나.”
“응, 나한테는 꽤 트라우마거든.”
“하긴… 나도 좀 트라우마일 것 같아.”
“… 나도 사이코패스 연기를 하니까 점점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는 사이코패스가 아니야, 절대.”
“그냥 상처가 깊어서 이러는 것 뿐이야, 나는… 다 이해해.”
“네가 전에 나한테 했던 모든 짓들, 전부 용서할게.”
“나랑 잘 지내보자, 민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