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 가짜

09ㅣ감정 되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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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ㅣ감정 되찾기








“윤기야.”

“어?”

“지금 네 상태로 계속 가면 너도 사이코패스가 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우리 애들 괴롭히는 건 그만하자.”

“… 응, 그럴게.”

“지금 혹시… 무슨 감정 느껴?”

“형이 죽은 후로는 어떤 감정도 느껴본 적 없어.”

“… 그렇구나, 그러면 감정 찾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우리 이제부터 같이 다닐 거야, 불만 있어?

“없어, 어차피 감정 찾으려고 같이 다니는 거니까.”

“그럼 됐어, 첫 번째로는 기쁨 두 번째로는 슬픔 이렇게 하나하나 되찾아갈 거야.”

“살인 충동은 절대 안 되고, 이제부터 사람을 믿는 법도 좀 배우자.”

그렇게 우리는 다음 날 등교를 같이 하게 되었고, 애들은 내가 괴롭힘 당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윤기에게 다가가고 윤기가 얌전히 나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애들은 적잖이 놀랐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옛날 생각 같은 건 하지마, 기억에서 지워.”

“안 해, 애초에 정 없던 사람들이라.”

“좀 웃어라, 넌 웃는 게 예쁘던데.”

“너도 웃는 게 더 예뻐.”

갑자기 훅 들어오는 윤기에 왠지 모르게 내 얼굴은 화끈 거리며 심장이 빨리 뛰었다. 나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윤기의 시선을 피했다. 자기의 시선을 피하는 게 불편한 건지 윤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내 눈 피해, 나 싫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나 싫어하지마, 내가 했던 짓들이 있어서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나를 믿어주는 유일한 사람이 너니까.”

“너까지 놓치고 싶지는 않아, 또 내 주변 사람을 잃는 건 싫으니까.”

윤기는 남들보다 더욱 속이 깊은 사람이었다. 안 그런 것 같아도 내면의 상처가 많았고, 깊었다. 어릴 때 안 좋은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모든 일을 자신이 감당 하려고 하는 게 있었지만 참 좋은 사람이었다.

윤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나빴던 거지, 절대 윤기 잘못은 없었다. 윤기는 그저 살기 위해 노력하고 판단을 했을 뿐. 윤기는 그렇게 점점 일반인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가짜 사이코패스, 가짜 민윤기가 아닌 진짜 민윤기의 삶을 살려고 했다. 남의 인생이고 남의 신분을 가지고 있지만 윤기는 그저 윤기였다. 사실상 이름도, 부모님도, 가족도, 친구도 없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존재했다. 남의 인생을 사는 민윤기가 아닌 진짜 민윤기가.

“아, 너 손바닥은 좀 괜찮아?”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

“…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보이길래.”

“지금 무슨 느낌인데?”

“… 뭔가 가슴 한 쪽이 아려, 공허해.”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역시 표현력 하나는 좋네, 그런 게 걱정인 거야.”

“… 그런건가.”

“혹시, 눈물을 흘렸을 때가 언제야?”

“형이 죽었을 때, 너무 무서워서 울었어.”

“내가 형을 죽였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온몸이 아팠고, 막막했으니까.”

“… 고생했네, 민윤기.”

“근데 너, 지금 형 신분으로 학교 온 거지?”

“어… 맞지.”

“그럼 나보다 동생 아니야?”

“… 아마.”

“야… 죽고싶냐? 누나라고 해라.”

“아오, 싫어.”

“지금까지 계속 반말 했는데 갑자기 웬 누나 타령.”

“허, 이름도 없고 나이도 어린 게 까불어.”

“… 상처.”

“아아, 미안.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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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웃었다!”

“이런 게 행복한 건가 봐, 기분 좋네.”

소소한 게 가장 큰 행복인 법. 윤기는 이런 소소한 대화를 처음 나눠보았고, 겪어보았다. 항상 고립되어 외롭게 살다가 처음으로 자신을 믿어주고 자신이 믿는 사람과 대화를 하니 행복했겠지. 그렇게 윤기는 점점 감정을 되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