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보 주의보!

1화. 그를 다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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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주의보!

글쓴이: 난새


1화. 그를 다시 보았다











"수연이 매점 갔어?" 

공부를 잘해 모두가 시기질투했던 수연을 좋아하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 또한 전설로 남은 전정국이었다. 한수연을 보러 반에 자주 오기에 수연의 반에선 문에 A4 종이로 큼지막하게 '한수연 바라기, 출입 금지'라고 적을 정도. 

정국이 수연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는 것처럼 수연 또한 그런 그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법 선 넘지 않고 천천히 다가오며 처음부터 기분 나쁜 스킨십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그런 그가 좋고 편했다. 

"나 여기 있는데, 매점은 별로라." 

일부러 수연은 무뚝뚝하게 그를 대했다. 결국 그도 못생겨지면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여자를 찾을 것이라 생각했고 사랑은 쉽게 식어버리는 감정이라고 생각했기에 수연은 정국에게 일부러 딱딱하게 대했다. 

"아, 그럼 넌 과자나 음료수는 별로야?" 

정국은 매점에서 쓸어 담아온 각종 과자와 음료수가 들어있는 불투명한 검은색의 봉지를 애써 뒤로 숨기며 물었다. 

"딱히." 

정국은 머리를 넘기며 대답하는 수연을 보며 볼이 불그스름해지며 고개를 푹 숙이곤 뒤에 숨겨둔 봉지만 만지작거리더니 몇 초간의 짧은 정적 끝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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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자랑 음료수들을 사 왔는데 이거···, 친구들이랑 나눠 먹어!" 

그 말에 수연의 반에 있던 모든 아이들은 그런 정국을 조용히 응시하다 환호했고 수연과 정국을 번갈아 보며 사귀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 외침이 너무 시끄러웠던 나는 손으로 귀를 감싸며 미간을 찌푸리자 정국은 고개를 숙여 수연만 들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우리, 잠깐 밖으로 나갈까?'



* * *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미소만 지어지죠,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사람이었으니까요." 

"그 분을 위해 쓴 드라마 대본이 바로 '유포리아'랍니다, 다행감과 행복을 뜻하죠." 

아직 예고편만 나왔을 뿐인데 '올해 최고의 작품'일 것이라는 극찬을 받을 만큼 어마 무시한 타이틀의 기사와 함께 사람들의 입방아에서도 오르내리었다. 그 이유는 '전정국' 캐스팅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 베일에 싸여진 솔로 가수 전정국이 배우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큰 충격을 안겨주었으니. 

"인터뷰에 응해주신, 한수연 작가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몇 번 만났었던 기자들과 인사한 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수연 작가의 미담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이런 이유였다. 항상 잃지 않는 겸손함. 

그에 비해 유포리아의 주연인 전정국은 유명세만큼이나 논란들이 많이 발생하였고 그 때문에 몇 차례 드라마 보이콧 사태가 생겼으나 그럼에도 시청률은 올라가며 그의 유명세를 다시금 실감한 부분이었다. 

"드라마 대본 리딩 때 잠깐 만났나···." 

그 후론 보지 못했다. 그도, 나도 너무 바빴고 그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나는 감독과 마찰이 몇 차례 생겨 상의와 수정을 반복해야 했기에 실제로 그를 만나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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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이란 이름은 대한민국에 널리고 널렸나." 

배우 캐스팅 때 모두들 '전정국'을 골랐었다. 모든 이슈들에 아둔한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그가 누구냐며 물었고 '전정국을 모르면 간첩이다.'라는 말과 함께 나를 쏘아보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근데 사진을 보는 순간, 의아했달까. 사랑을 깨우쳐준 그와 똑 닮아있었다. 

"······이 배우, 이 배우 어떻게든 캐스팅합시다." 

그래서였을까, 보자마자 끌렸다. 

그를 보며 제작한 드라마 대본에 그와 똑 닮은 사람이 나온다니,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했다.



* * *



"나 정국이야, 무슨 일 있ㅇ······." 

"하아-"

오늘도 똑같은 꿈을 꾸며 일어났다. 뜨거운 숨을 몰아내쉬며 '수연'이라는 이름만 반복하며 기억 속에 있던 그녀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젠 점점 흐릿해져 목소리만이 내 머릿속을 맴돌 뿐이었다. 

그녀의 얼굴을 보려 꿈에서 절대 깨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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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형은 오늘도 나를 내버려 두지 않은 채 매일 연락하며 나의 컨디션 확인과 함께 스케줄을 알려주었다. 

[형, 왜 전화했어요?] 

[그 네 소파 위에 유포리아 대본 올려놨으니까 한 번 읽어보고 다시 연락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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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 

내가 고등학생 때 불렀던 자작곡의 제목과 유사했다. 내 기억 속에 있는 '수연'이라는 이름의 여자에게 바친 곡이었다. 

[어 왜?] 

[형이 올려놓은 드라마 대본, 읽어보니까 재밌을 것 같아요.]

[······하고 싶어요.] 

그래서 갑자기 전화를 끊은지 1분도 안 되어 다시 전화를 걸어 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시발점이 되었을까.

"보고 싶다, 무척."

그녀를, 

그를 다시 만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