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힘을 잃고 지구조차 숨죽이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은 아마

이청량
2021.02.02조회수 184
" 태현아! 형 왔어. "
" ...... "
" ... 태현아? 형 아이스크림도 사 왔어. "
왜인지 네 답이 들리지 않았다. 아직 학교 안 마쳤나? 집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보았다. 네가 방에 누워 멍하니 앉아있었다. 놀랐잖아. 형 왔어. 내가 옆에 앉아도 너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뭐지? 나 뭐 잘못했나.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가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었다. 맛있네. 역시나. 음음. 태현이 거 남겨놔야겠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때 네가 넋을 놓은 얼굴로 어슬렁 하며 걸어나왔다.
" 태현아, 너도 아이스크림 먹을래? "
" ...... "
" ...... "
" 태현아 형 뭐 잘못한 거 있어? "
" ...... "
너는 그저 멍하니 걸어나와 물을 마시고 들어가버렸다. 내가 뭐 잘못했나? 뭘 잘못했지. 아님 어디 아픈가? 아닌데. 아프면 인사라도 해 줄텐데.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 재밌게 놀았는데. 왜 이러지. 내가 뭘 했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학교에서 마주쳤는데 인사를 안 했나? 근데 네가 겨우 그런 걸로 날 무시할 애가 아닌데. 학교 자퇴해서 그런가. 그럼 오히려 좋아할 텐데. 이것도 아닌 것 같고 저것도 아닌 것 같았다. 답답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알려주지. 그래도 너무 속상해하진 않았다. 내 탓인데 뭐. 속상해야 할 건 태현이지.
네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 네 방으로 갔다. 이불을 머리까지 덮어버리곤 옆으로 돌아 누워있었다. 많이 삐졌나? 얼굴이라도 보려고 했는데. 아쉽다. 조용히 너에게로 다가가 앉았다.
" 태현아, 형 뭐 잘못한 거 있으면 말해주면 안 돼? "
" ...... "
" 아님 어디 아파? "
" ...... "
" 미안해... 형 나가있을게. "
" 생각 정리되면 말해줘. "
너는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었고 나는 하루종일 네 얼굴을 보지 못한 채 소파에서 네 생각만 했다. 진짜 아픈 거면 어떡하지. 차라리 화난 거면 좋겠다. 아픈 건 내가 대신 못 하잖아. 내가 해결할 수도 없고. 보고 싶다. 아무리 화나도 이렇게까지 날 무시할 애가 아닌데. 진짜 아픈가? 어떡해. 너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나에게 너무 화가 났다. 지금쯤 너랑 침대에 누워서 수다 떨 시간인데. 아, 너무 보고 싶다.
그렇게 너는 네 방에서 혼자, 나는 거실에서 혼자 밤을 보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누워있다 보니 벌써 아침이 되었다. 네가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아, 얼마만에 얼굴 보는 거야. 예쁘다. 태현이.
" 태현아, 잘 잤어? "
" 어디 아픈 건 아니지? "
" ...... "
너는 말없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나는 네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갑자기 네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뭐야? 왜 울지?
" 태현아, 왜, 왜 울어? "
" ... 형... "
드디어 네가 나를 불렀다. 응 태현아 형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제 좀 괜찮은 건가. 내가 좀 다가가도 괜찮은 건가.
" 응 태현아, 형 여기 있어. "
네 큰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니 마음이 아려왔다. 얘가 왜 갑자기 이렇게 울까. 내가 많이 잘못했나. 너에게 내 감정을 전하려 네 어깨에 손을 걸치려고 한 순간, 내 손은 네 몸을 관통해버렸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아,
내가 죽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