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um은 붉은색의 시간이다.
"전쟁은 타는듯이 붉은 시간의 연속이다."
라틴어와 영어를 조합해만든 이 짧은 문장은
BTS,그들의 약자이다.
"SW 회사,요..."
남준이 중얼거렸다.
"근데 거기 엄청 큰 곳 아니었어,보스?"
석진이 묻자 윤기가 고개를 까딱이곤 남준에게 말했다.
"놀면서 대충하면 되니 그렇게 질색할 필요 없어."
헛기침을 하는 남준.
"..그럼 언제부터 가면 되죠?"
지민이 묻자 윤기가 대답했다.
"이틀 뒤,심사를 보러 갈 거다."
"심사라니,오랜만인데요?"
호석이 싱긋 웃으며 팔을 휙휙 돌렸다.
윤기는 대꾸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심사에서 떨어진다면 각오 해 두도록."
싸늘한 말투였지만 누구도 긴장하지 않았다.
정국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근데 보스,몸이 굳을 수도 있는데요?"
"...지하에 훈련장으로 쓸 만한 공간이 있다."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품을 했다.
"그럼,해산."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섯 사내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
이틀 뒤,오전 8시.
윤기가 여섯 사내들에게 말했다.
"그 누구도 죽이지 마라.불복하는 놈은 내 손에 죽는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정국을 향했다.
코드네임 JK,본명 전정국.
그는 용병 생활을 할 때부터 장난기가 많기로 유명했다.
그 '장난'이 평범한 범주의 장난이 아닌 게 문제였지만..
"걱정 접어두세요,보스."
정국이 장난기를 가득 띈 얼굴로 키득거렸다.
"...그럼,출발하지.베타는 찰스와 움직도록."
용병 시절,임무를 수행할 때 나뉜 네 팀은 각각 알파,베타,찰스,델타였다.
알파는 윤기 한명의 1인팀.
베타는 석진과 정국으로,찰스는 지민과 남준으로 이뤄져있었다.
마지막 델타는 호석과 태형으로 이뤄진 2인팀이었다.
"네,보스."
윤기가 호석과 태형을 데리고 앞장서서 길을 나서자 석진이 남은 셋을 이끌고 뒤따라갔다.
※※※
높은 건물들이 빼곡한 도시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한 건물.
굵은 글씨로 SW가 새겨진 그 건물 앞에 택시 두 대가 멈춰서고 일곱 사내들이 내렸다.
"전체,집결."
윤기가 여섯 사내들을 불러모았다.
"앞으로 공적으로는 최대한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윤기가 주의를 준 후 덧붙였다.
"...들어간다."
윤기의 뒤에 여섯 사내들이 1열로 섰다.
일곱 사내들이 건물 입구로 들어가자 정중해보이는 안내원이 말했다.
"어떤 요건이십니까?"
"경호원 심사."
능숙한 아랍어를 구사하던 윤기가 조금 어눌한 말투의 한국어로 대꾸하자 안내원이 따라오라는 몸짓을 했다.
"1단계 서류 및 기초심사는 통과하셨고요,면접은 겉치레니 신경쓰실 필요 없습니다.3단계는 실전인데,경호원분들 중 한분과 대련하실겁니다."
빠른 속도로 말하던 안내원이 넓은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가 회장실입니다.그럼,부디."
정중하게 문을 연 안내원이 고개를 숙였다.
일곱 사내들이 방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문이 닫혔다.
그들의 앞에 놓인 의자에는 다른 세 명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의자의 앞에는 큰 탁자 뒤에 앉은 늙은 사내도 있었다.
그의 이름은 심우윤.
SW 회사의 창시자이자,회장이었다.
일곱명이 의자에 앉자 걸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름이 그래..민윤기?"
"그렇습니다."
윤기가 대답하자 우윤이 물었다.
"용병일을 했다..고 적었는데.어느 나라에서 용병일을 한 건가?"
"이라크입니다."
"흠..뒤의 여섯명도 같은 용병 출신이라지."
"그렇습니다."
"....자네가 캡틴인가?"
"그렇습니다."
우윤이 몇 초간 침묵하더니 말을 이었다.
조금 싸늘해진 말투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용병을 선호하지않네.더군다나 소형 용병단은 더욱이.허나 실력은 믿을만 한게 사실이지."
우윤이 말을 잠시 멈췄다.
하얗게 샌 눈썹이 날카롭게 밑으로 내려갔다.
"3단계 심사인 대련을 일곱명 모두 통과한다면 더이상 묻지 않겠네.물론 수습기간을 거쳐야하겠지만 수습 경호원일도 월급은 있으니 걱정할필요 없고."
우윤이 긴 한숨을 쉬었다.
"...2단계 심사는 모두 통과네.훈련장으로 이동하지."
우윤의 곁에있던 비서가 문을 열고 회장실보다 더 넓은 방으로 안내했다.
방이라고 하기 힘들정도로 넓은 그곳을 비서는 훈련장이라 불렀다.
"와..실내에 이런 크기의 훈련장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나도 놀랐어,지민."
"뭐,우리는 그냥 야외를 훈련장으로 썼으니까...새 아지트에 큰 훈련장이 있긴 했는데 이정도 크기는 아니었지?"
지민과 태형,남준이 신나게 수다를 떨자 석진이 셋에게 눈치를 주었다.
셋은 금세 조용해져 우윤에게 집중했다.
"크흠..이곳에서 경호대장과 대련할거네."
우윤의 곁으로 체격이 크고 건장한 사내가 다가왔다.
"반갑습니다.제 2경호단장, 강해진입니다."
해진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마지막 3단계 심사는 대련심사입니다.대련 상대는 접니다."
그가 회장실에 있던 지원자 중 하나를 호명했다.
"1번 지원자 김주연씨?첫 순서십니다."
해진이 푹신한 매트가 깔린 곳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30합 이상 승부가 나지 않거나 제 등이 바닥에 닿을 시 합격입니다.혹은 제가 인정할만한 기술과 능력을 선보이셔도 합격입니다."
해진이 자세를 낮추고 주먹을 둥글게 말아쥐었다.
"시작하시죠."
주연이 빠른 속도로 해진을 향해 돌진했다.
손을 쫙 펼친 채 손날을 해진을 향해 겨눴으나 해진은 옆으로 가볍게 피해 그녀의 공격을 막아버렸다.
그러곤 주연의 손목을 잡아채 꺾은 후 매트 위로 쓰러트렸다.
주연의 손목을 잡은 손을 푼 해진은 그녀를 일으켜세워주며 말했다.
"1번 지원자 김주연씨,탈락입니다."
주연이 속상해하며 비서의 안내를 받고 훈련장에서 나가자,해진이 다음 지원자를 호명했다.
"2번 지원자 주연호씨?올라오시죠."
연호가 긴장한 상태로 매트 위로 올라가자 해진은 전과 같은 자세를 취한 채 말했다.
"시작하시죠."
연호는 조심스레 해진의 주위를 맴돌다 그의 허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해진은 옆으로 뛰어 피하며 연호를 잡아채려했으나 연호가 한발 빨랐다.
그는 해진에게 잡히기 직전 자세를 낮추어 해진의 다리를 노렸다.
그러나 해진의 오른다리를 잡아채는데 성공한 연호는 곧이어 해진의 다리에 걷어차여 쓰러졌다.
해진은 연호를 일으켜주며 말했다.
"2번 지원자 주연호씨,탈락입니다.3번 지원자 박채은씨,올라오십시오."
연호가 터덜터덜 훈련장을 나감과 동시에 긴 머리를 높게 묶은 여자가 매트위로 호기롭게 올라섰다.
"시작하겠습니다!"
해진이 자세를 잡자마자 자세를 낮추고 파고든 그녀는 말아쥔 주먹으로 그의 턱을 올려쳤다.
상대가 자세를 잡을 틈을 주지않은 그녀는 빠르게 다른 주먹으로 해진의 배를 강하게 타격했다.
해진은 비틀거렸으나 빠르게 다시 자세를 잡고 채은을 밀어 쓰러트렸다.
팔꿈치로 그녀의 목을 눌러 조이는 자세를 취한 해진은 그녀를 일으켜세워주며 말했다.
"3번 지원자 박채은씨,합격입니다.축하드립니다."
채은이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양 볼에 보조개가 깊게 패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비서가 채은을 편한 곳에 앉으라고 했다.
채은은 간이의자에 기댄 채 바닥에 앉아 대련을 구경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매트를 평평하게 정리한 후 해진이 말했다.
"4번 지원자 김남준씨,올라오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