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묶인 홍사(紅絲)​ ​

EP1. 흑사(黑巳​​) 윤기 이야기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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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이번 글에는 뱀 사진이 나옵니다. 
※이 글에 나오는 모든 것은 픽션입니다.
※도용시 선처 절대 없습니다.











●홍사란?
-붉은 홍(紅) / 실 사(絲)
붉은 실

-또는 붉은 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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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침 5시, 캄캄한 하늘의 색이 태양빛을 받으면서 어슴푸레해지는 그런 이른 새벽의 시간,

하늘이 올려다보이고 땅이 내려다보이는 그런 빌딩의 최상층에는 윤기가 살고 있었다.





삐삐삐삐삐삐-

아침에 울리는 알람 소리는 소리에 예민한 윤기를 깨우기 충분하였다.

윤기는 소리에 민감해 항상 핸드폰 볼륨을 최소로 낮추고 작은 소리로 알람을 맞추지만 절대 늦게 일어나는 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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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있는 보석 거래는 매우 중요한 중국에서 하는 거래였다. 

회장님, 아침 7시 비행기, 오후 1시 거래! 잊으시면 안 돼요!!

...어디선가 어제 들었던 지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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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는 순식간에 짙은 회색 양복과 시계를 차고,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절대 잠을 자지 않고 오늘 있을 거래 관련 정보를 정독하였다.
절대 쉬는 법이 없었고, 쉬는 것을 그닥 중요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일만 하고 살아도 상관없다 하였다.








주위 사람들은 차갑고 냉철한 사람인데 그게 마치, 민첩한 뱀 같았다. - 라고. 윤기를 그렇게 불렀다.








그도 그럴 것이 윤기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철저한 그런 사람이었다. 약속에 절대 늦는 법이 없었고, 천재, 신동 소리를 들을 만큼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

그것이 윤기였다.







중국에 도착하고, 어느새 오후 1시. 보석 경매장에 있던 윤기는 온 상대를 맞았다.

윤기는 완벽한 중국어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와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윤 사장님, 정말 일찍 오셨네요!

(윤 사장, 일찍 왔네)


-아니요. 그럼 오늘 우리가 찾고 있는 보석은 어디에 있죠?

(아닙니다. 오늘 볼 보석은 어디 있죠?)



왜 서두르세요? 천천히 하세요.

(급하구만. 급할게 뭐가 있나, 천천히 하세)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스케줄이 있어요.

(아시다시피, 일정이 있어서요.)



- 아, 네, 저 사람들은 여기 사는 사람들도 아니고, 너무 오래 머물렀어요. 이리로 가져오세요.

(아 그래. 이곳에 사는 사람도 아닌데 너무 오래 붙잡아뒀군. 가져오게)



윤기는 들어온 보석을 직접 감정하였다.

아무리 자세히 봐도 흠이 없고 빛이 나는 것을 보아 이것은 진품이 분명하였다.



-지민아, 금액 알아서 측정하고 가져와.

-네



저는 지금 떠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윤기는 거래장을 떠나 중국의 집으로 이동하였다.







그 집은 상해의 가장 높은 곳. 중국의 가장 큰 도시의 가장 높은 곳. 인간이 신에게 닿기 위해 세운 바벨탑.

어차피 오래 머물 곳도 아니어서 따로 여러 가지 가구들을 배치해놓지 않은 탓에 텅 빈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어느새 해가 서쪽을 향해 가고, 달이 떠 윤기는 한국에 돌아왔다.

집에 들어온 윤기는 곧바로 서재로 들어갔다. 언제고 따분히 느껴지는 집은 윤기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가장 싫어하는 장소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윤기는 칼을 손에 쥘 수 있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무술을 배웠고, 아비에게 자비란 없었다. 독사(​毒蛇​​​)가 되어야한다며, 독사의 머리(​毒蛇​​头)가 되어야 한다며 어릴때부터 혹독하게 교육시켰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그런 세상에 윤기를 던져 놓았고, 윤기는 그 장소에서 살아 돌아왔다. 윤기의 아비는 자신의 아들이 피범벅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엄마의 사랑을 받았냐고 하면-그것도 아닌 것이



윤기가 그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그날 아빠와 다른 여자가 키스하고 있는 장면을 발견했다

자신의 모든 세계라 믿었던 것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윤기는 손에 쥔 칼을 그대로 떨어트렸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방에서 숨을 틀어막고 울다 잠들었다.



한밤중에 현관문이 열렸다. 보통 현관문을 열면 비밀번호를 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이번에는 소리가 울리지 않는 것이, 무척이나 수상하였다.

하지만 그 작은 소리라도 윤기를 깨우기에는 충분하였고, 윤기는 심상치 않음을 간주하고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았다.

아빠에게서 풍겨오는 짙은 술냄새와 짙은 향수 냄새, 풀린 눈은 어린 윤기를 겁먹게 하기에는 충분하였다.



아빠는 엄마가 자고 있는 침실로 들어갔는데, 엄마와 아빠는 사랑 없는 결혼-그러니까 말하자면 정략결혼-을 했기 때문에 같은 집에 살지만 다른 방을 쓰고, 그다지 사이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접촉은 없었다. 그래서 아빠가 엄마가 자고 있는 침실에 들어갈 때는 사랑 없는 관계를 나눌 때, 그 외에는 없었다.-이것은 어린 윤기도 알 만한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이는 매우 이상하고 수상한 장면이었다. 아빠가 칼을 들고 엄마를 내려치는 살해장면을 보았을 때는, 이미 윤기가 막기에는 한참 늦었을 때였다.



아빠는 형형한 눈으로 영원히 잠든 엄마를 바라보다, 어느새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윤기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윤기는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고, 아빠는 자신의 세상을 망가트리는 것으로 모자라 없애 버렸다.

-그러니까-죽어도 마땅하다-그렇게 생각했다.



옆에 있던 칼을 들고 망설임 없이 정확히 심부에 가격하였다.

날카로운 무기가 아비의 심부에 그대로 찔려 들어가고,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숨이 멎었다.



그때, 그 날 밤에, 암전이 내려앉은 그 날 밤에, 새도, 벌래도, 어느 것 하나 소리를 내지 않던, 별도 뜨지 않던 그 날 밤에





아빠는 엄마를

윤기는 아빠를



죽였다.





넓고 깨끗한 집에 두 명의 성인 시체와 피로 범벅된 어린 아이의 모습은 누군가가 보더라도 분명 이상하게 느낄 장면이었다.

윤기는 엄마의 시체를 끌어안고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해가 뜨고, 다시 달이 뜰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마시지 않고 그저 울기만 하였다.







그날은, 윤기의 세상이 무너진 날이었다.

그리고는 아비를 뛰어넘어 강한 사람이 되겠다며 다짐하였다.









-송월 가문에 가주가 열 여덟이라던데
-말세야 말세. 권력에 눈이 멀어 어릴 적에 제 부모를 죽였다던데?
-아녀. 내가 듣기로는 • • •


무성한 뒷이야기와 소문들
밝게 빛나는 플래시와 거짓으로 둘러싸인 기사들


뭐래도 상관없었다. 최상층에 오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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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윤기는 그토록 미워하고 증오하던 아비에게 배운 기술로 송월의 우두머리 흑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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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찌를 듯 높은 곳에는

흑사, 그래 이 세상 어둠을 모두 가져간 듯한 빛의 흑사가 사나니



가장 밑바닥에는

그래 홍사, 붉은 태양빛을 가져가 피부에 물들인 듯한 홍사가 사나니



그 둘의 손목은 여섯 번의 굴레를 돌아 하나의 선으로 만나니



신이 주신 마지막 생을, 

신이 내린 마지막 벌을, 

신이 내린 마지막 자비를,

부디 헛되이 보내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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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의 이야기는 상편, 하편으로 나누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읽으시는 데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읽고계시는 본 편은 상편입니다(상편 읽으신 후 하편 읽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