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네요, 부인." 한동민은 체육관 문 앞에 서 있었고, 두 손에는 냉장고만 한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이렇게 여주를 직접 만난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습니다.
SNS, 문자, 전화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인사를 나누는 건 수없이 많았지만, 그녀를 볼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어렸을 때부터 곁에 있어 줘서 너무나 익숙한 존재인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를 보면 설레고, 끝없이 그녀를 지켜주고 싶고, 곁에 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가 두려웠어요. 그냥 "우린 가족 같아."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아가씨!"

졸업식이 끝나고 여주가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본 동민은 본능적으로 여주에게 달려갔다.
"야! 뭐야, 오빠 왜 여기 있어?"
여주인공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졸업식인데, 당연히 와야지. 난 초등학교 졸업식에 못 가서 아직도 후회하고 있어. 이번엔 꼭 참석할 거야."
그러고는 손에 든 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넸다. 체육관을 가득 채운 졸업생들 사이에서도 그녀는 단연 돋보였다. 살짝 웨이브진 긴 머리카락, 그 위로 흘러내리는 예쁜 목선, 그리고 기대와 놀라움이 뒤섞인 눈빛. 동민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형님, 이거 정말 큰일이에요! 누가 보면 대학 졸업하는 줄 알겠어요!"
여주인공은 꽃다발을 품에 안고 투덜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럼요, 그는 제 남동생이거든요."

"남동생?"
동민의 대답에 여주인공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동민은 잠시 당황했지만,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전에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면 뭐, 내 소중한 동생이요?"
"이거 진짜 역겹다!"
여주인공은 장난스럽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순간, 그녀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그녀 주위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 누구야?"
"여주 오빠세요? 그런데 너무 잘생겼잖아요."
"이건 정말 드라마예요, 드라마예요."
"안녕, 당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뭐야?"
여주인공은 당황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무시하려 애썼다. 하지만 친구들이 끈질기게 질문하기 시작하자,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아니요. 한동민에게 여자친구가 있어요!"
동민의 머릿속이 잠시 텅 비어버렸다.
… 뭐? 여자친구가 있다고?
여주의 말에 친구들은 실망한 듯 중얼거렸지만, 동민은 그 말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그는 입을 열려고 했지만, 여주는 이미 친구들과 함께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자리에 남겨진 동민은 어리둥절한 듯 혼자 웃었다.

"여자친구...? 난 그런 거 없어?"
하지만 왜, 김여주.
그렇게 확신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