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기억해, 자기야!
다시 눈을뜨곤,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나를 기억해줘.
파트 1. 날 기억해 줘, 자기야!
W. 김간지
아, 존나 늦네. 여주가 입에 있는 하리보를 씹으며 말했다. 어느새 바닥난 하리보를 바라보던 여주가 욕설을 내뱉었다. 2학년 5반, 즉 대머리독수리가 담임인 민윤기의 반은 2학년에서 제일 종례가 늦게 끝나는 반이였다. 하여간, 민윤기도 담임 잘못만났다니깐. 여주가 중얼거렸다. 벌써 20분은 기다린것같은 느낌에 여주가 발을 들어 교실 창문을 바라본다.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챈 민윤기가 여주를 향해서 웃는다. 뭘웃어, 저 호~구새끼. 여주가 중얼거린다.
" 자, 자! 해산! "
문 너머로 들려오는 대머리 독수리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학생들이 봇물터지듯 흘러나왔다. 그 사이에서 천년만년 가방을 매는중인 민윤기를 본 여주가 민윤기를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
" 야 이 새끼야 빨리나오면 어디 덧나냐? "
" 너 애들 나오는거 못봤냐? 압사당해 "
" 아~ 친구를 위해 압사당하는 고통은 견뎌야지 "
" 지랄, "
진짠데. 입에씹던 껌을 뱉은 여주가 중얼거렸다. "분식먹으러 갈래?" 너 배고프다며, 하며 지갑을 꺼내던 윤기를 바라보던 여주가 "헐, 어케알았음."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새꺄 내가 모르는게 어딨냐," 하며 여주의 호들갑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던 윤기가 이내 걸음을 멈췄다. "? 왜멈춤." 하며 윤기를 이상하게 바라보던 여주가 "아, 빨간불." 하며 납득했다. 여기신호 존나 느린데. 여주가 한탄했다.
띵,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곤 "야, 내기할래?" 하며 뛰던 윤기를 바라보던 여주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무언가 큰 물체가 민윤기를 덮쳤다. 여주의 눈이 비정상적이리 만큼 크게 떠졌다. 모든것이 슬로우 모션 같았다. 민윤기를 덮치는 트럭, 그저 해맑게 웃고있는 민윤기, 트럭의 클락션 소리, 그리고,
쾅!
그뒤로는 기억이 잘 안난다, 그저 민윤기의 장례식이 빨리 끝났다는것과, 숨이 막힐정도로 울고있는 아주머니, 그리고 그런 장례식을 멍하니 바라보고있는 나를 위로하던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온기가 민윤기완 다르게 따뜻했다는 것만 기억이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온 내가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고 있었다는것.
그러던 어느날 밤이였다. 민윤기가 트럭에 치인 횡단보도 에서 씁쓸한 미소를 짓던 여주가 눈을 크게 떴다. 민윤기의 잔상이 여주의 눈안에서 움직였다. 꿈만같았다. 민윤기의 흑빛 머리카락이 한올한올 움직였다. 진짜가 아니고서는 못베기는 잔상이였다. 여주가 손을뻗어 잔상을 잡으려고 했다, 정확히는 잡으려고 하는 순간,
" 허억! "
여주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습관같이 휴대폰을 쥐었다. 8시 10분.. 그리고 2015년 7월 21일..? 여주가 눈을 비볐다. 지금은 분명 2015년 9월 6일이였다. 항상 핸드폰을 쥐고사는 여주만큼 날짜에 빠삭한사람도 없었다. 내가 하다하다 이런꿈을 꾸는구나. 잠시 한탄에 빠진 여주가 커튼을 쳤다. 꽤나 진짜같네. 하며 감탄하던 여주가 익숙한 뒷통수를 보았다. 저건, 민윤기인데.
이게, 꿈이아닌건가?
.
이건 신이 내린 기회다. 무조건 너를 찾으러 가야한다. 하다 못해 너 대신 죽어야했다. 김여주는 묵직한 가방을 들었다. 아마도 이세계에 김여주가 쓰던가방인것같았다. 신발을 신는둥 마는둥 구겨신고는 현관문을 박치고 나왔다. 5분거리에 학교가있으니 뛰어가면 2분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거리였다. 민윤기를 더이상 놓지긴 싫었다.
" 후.. "
여주가 가쁜숨을 내쉬었다. 교문앞으로 지나가 선도를 서고있는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눈에 담는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는것같았다. 호흡을 가다듬곤, 아무런 일이 없는것처럼, 그리고.
" 야, 민윤기! "
따분하다는듯이 지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던 민윤기가 갑자기 난 큰소리에 고개를 돌아보았다.
" 야, 너 누가 먼저가랬, "
" 저, 저기. "
민윤기가 답지않게 말을 더듬었다
" 누구세요? "
?
허, 김여주가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다. 빌어먹을 신새끼가, 이젠 나를 기억도 못하는 시나리오다 이거냐? 실성한듯이 웃던 김여주가 아직도 김여주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민윤기를 향해서 얘기했다.
" 헐, 죄송해요. 저 그쪽이랑 완전닮은 친구가 있었어서~ "
김여주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완전 닮은 친구는 개뿔, 김여주가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오냐, 빌어먹을 신새끼야. 누가 이기는지 보자. 김여주가 가방끈을 꽉 쥐었다.
민윤기는 신비한 사람이였다. 어쩔땐 봄같기도 하고, 어쩔땐 가을같기도 했다. 일년내내 바뀌는 계절처럼 다양한 사람이였다. 그럼 이런 민윤기의 성격이 어떻냐, 거지같았다. 오죽하면 불알친구인 나도 웃는걸 본게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아마도 이새끼는 태어났을때도 어머니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면서 태어났을 새끼다 그런 민윤기가 없는 삶을 생각해본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죽곤 말이야, 거지같은놈. 하여간 성격존나 이상하다. 아무튼, 이건 내가 민윤기가 다시 나를 기억하기 위한 이야기다.

나 기억해, 자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