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날 내버려두면 안돼?''
''너 걱정되서 하는 말이야....''
''형.... 이게 내가 누이에게 빚을 갚을 유일한 방법이야. 형도 알잖아 그치?''
''......그럼 그 아이에게 모든걸 다 말해. 너와 누님의 관계도, 누님이 지금 어디있는지도. 어떻게 되었는지도''
''그 아인 분명 상처받을거야''
''언제까지 모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안그래?''
''.....그럼 형,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줘''
''언제까지?''
''내가 이번에 누이를 보고와서 바로.... 말할게. 17이 된 그 아이에게''
''17이면 성인식을 치룰 나이지?''
''응.... 그치''
''.......선물 주면서 말해줘''
형은 나에게 목걸이를 하나 건내며 말했다.
영롱하게 빛이 나는 달모양이었다.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나중에 누이에게 아이가 생길때 내 조카에게 줄려고 만든거야. 오해하지마. 난 여전히 너가 그 아이를 만나기 전처럼 증오하고 있어.''
''안해. 오해. 내가 너가 이걸 얼마나 힘들게 만든지 알고있는걸?''
''....다행이네. 그리고 너너거리는것좀 집어치워. 내가 너보다 나이 더 많거든''
''예예. 집어치우겠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푸핫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 배를 잡고 깔깔거리다가 형이 나에게 흰꽃 한송이를 건내며 말했다.
''이건 누님 무덤위에 올려줘. 누님이 제일 좋아하던 꽃이야''
''알지... 잘 알지.....''
''잘부탁할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간 세계로 갔다.
...
''ㅇ..어?''
그곳엔 어제처럼 윤이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윤이는 나에게 쭈삣쭈삣 다가오며 말했다
''미안해... 그때 그냥 가버려서.....''
''아니야. 내가 생각이 짧았지''
윤이는 내 손에 있는 꽃을 가르키며 물어봤다
''그 꽃은 뭐야?''
''어? 아....이건.....''
나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가족같은 사람이 제일 좋아하던 꽃이야''
''난 처음보는데? 무슨 꽃이야?''
''이건 우리 세계에서만 자라는 카실리아야''
''카실리아?''
''꽃말은... 운명의 눈를 가린다''
''나중에 올때 나 한송이만 주라''
나는 머뭇거리다가 그 꽃을 건내며 말했다
''생일 선물. 너가 좋아할거 같아서''
''그치만... 이건 내꺼가 아니지 않아?''
''괜찮아. 너 가져''
"그래도......"
"너가 가져도 되는 꽃이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는 아니 너라면 괜찮아"
윤이가 머뭇거리자 나는 윤이에게 성큼다가가 윤이의 귀에 살짝 꽃을 꽂아주었다

''이쁘네''
윤이는 얼굴을 붉히더니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ㅇ..어! ㄲ...꽃이 이쁘네!!!''
나는 윤이의 반응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쿡쿡 웃으며 얼굴을 가린 윤이의 손을 내리며 말했다.
''꽃도 이쁘고 윤이도 이뻐. 생일축하해 윤아''
''고마워.... 아주 많이......''
''혹시 뭐 가지고 싶은 생일 선물 있어?''
''난 오빠만 있으면...되는데......''
''그래도 가지고 싶은건?''
''음....''
나는 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아무거나 상관없어''
''오빠가 가져다주는거''
''어?''
''나도 아무거나 상관없어. 오빠가...가져와주는거면''
''알겠어. 다음 생일때도 꽃한송이 가지고 와줄게. 오늘 꽃보다 더 이쁜 꽃으로''
''고마워''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나는 윤이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마추고 말했다.
''4년뒤에 보자''
윤이는 자신의 이마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다 더 빨게진 얼굴을 하고 말이다.
...
나는 황급히 다시 돌아와 꽃한송이를 꺽고 달려갔다.
동현이형이 말했던 그곳으로 말이다.
''후.....''
거친 숨을 내뱉으며 도착한 그곳에는 빛이 잘 드는 곳에 있는 누이의 무덤이었다.
비석하나 없는 그 무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누이.... 나한테 윤이를 부탁한 이유가 난 윤이를 절대 미워하지 못한다는걸 알아서지? 진짜 나빴어.... 나... 벌써 윤이한테 정들었단 말이야....''
나는 누이의 무덤 위에 살포시 꽃 한송이를 올리고 말했다
''그곳에선 부디 운명의 눈을 가리지 말고 누이의 눈을 가려. 그곳에선 편하게 사랑하고 오래 살아.....''
그리고 나는 누이의 무덤 옆에 풀썩 주저앉았다.
산들바람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적당한 온도로 기분 좋게 불어오고 있었다.
"누이.... 예전에 누이랑 내가 어느 한 꼬마애랑 같이 놀았던거 기억나? 한명은 이름모를 아이였지. 나도 누나도 그 아이의 비석에 적힌 이름을 보고 알았어. 그 아이가 우릴 기억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아마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으면 그런가봐...... 또 다른 아이의 이름은 알고 있는데..... 우진이었나? 그 아이는 어떤지 모르겠다.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나는 자리에 일어나 엉덩이를 탁탁 털고 다시 내 세계로 돌아갔다.
...
집으로 돌아온 윤이는 아니 윤달이는 침대에 누워있는 우진이에게 달려갔다.
"아빠!!"
"그래 우리 윤이.. 이쁜 우리 박윤달.... 엄마는.... 만나봤니?"
"아니... 못만났어"
윤이의 이름은 박윤달이었다. 윤이는 윤달이의 애칭이었을 뿐 진짜 이름이 아니였다.
"윤달아, 오늘도 어디 다녀왔니?"
"그냥 숲 산책했어. 아빠는?"
".....그냥 있었지"
우진이는 윤달이가 오래 전부터 대휘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그도 대휘를 어린 시절 많이 만나봤으니 대휘의 얼굴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애가 얼마나 좋은 아이인지를 알기에 대휘와 어울려지내는 윤달이를 그냥 두었다. 자신도 어린시절에 저리 어울려 놀았으니깐.
근데 이상했다. 자신은 대휘를 기억하는데 윤달이는 대휘를 기억 못한다니.....
"절대 윤달이의 이름을 대휘에게 알려주지마"
"왜? 그럼 윤달이를 뭐라고 소개하게?"
"....윤달이 태명으로 알려주자"
"윤이?"
"응, 윤이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해?"
"......비극은 우리 둘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왜 자꾸 떠날 사람처럼 말해? 응?"
"....대비하는거야. 걱정마 난 정말 이제 사람이 되었고 남은 기간동안 너랑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돼"
"응... 우리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자"
"사랑해"
"나도"
우진이는 윤이가 태어나기 직전 자신의 아내인 지안이와의 대화를 되새겨보았다.
분명 지안이는 알고있겠지만 그녀는 더이상 이곳 사람이 아니였다.
지안이의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지안이와 꼭 닮은 '동현'이라는 남자가 와서 직접 말해줬으니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