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2-시작

3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몇 초 뒤, 다원의 핸트폰에서도 알림이 울렸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 태형은 그녀의 폰을 뺏어들어 문자가 온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발신자-'R']




선명히 적혀있는 'R'. 틀림없었다.
발신자만을 확인하고 그녀의 교과서 위로 다시 던지는 폰.
그녀는 조금의 두려움에 섣불리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읽어."




내용을 궁금해하기라도 하는 듯한 태형의 눈치에 또 공포를 느낀 다원은 서둘러 폰을 집어들어 문자메시지를 읽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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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자...?"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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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R이 그렇게 보냈단 말이야?"

"...응..."




당혹스러워하는 태형은 머리를 부여잡고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지만, 다원은 혹여 이 발신자가 김태형보다 더한 사람일까봐 다른 두려움에 떨기 바빴다. 뭐가 꼬여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한 그녀였다.




덥석, 휙-

"...윽!"




갑작스레 그녀의 턱을 한 손으로 잡아 자신의 쪽으로 올려다보게 만든 어떤 남자. 그는 다원의 책상에 살짝 걸터 앉은 채 이리저리 그녀의 고개를 돌려보며 말했다.




"뭐야...?!"

"확실히, 소문대로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네"

"지금 뭐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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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대로 싸가지도 쳐드셨고."

"BT그룹 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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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속으로 생각하는 거야"




중얼거림을 멈춘 태형은 다원의 턱을 잡고 있는 이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경고하는 듯한 내용이었고, 무언갈 결심했다는 듯한 표정의 진지한 그였기에 다원은 다시 겁을 먹었다.




"박지민, 그만하는게 좋을 거야"

"...내가 왜?"

"이제 서다원은 우리가 모셔야 할 거니까.
그러니까 진짜 뒤지기 싫은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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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께 뒤질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영광이지."

"..미친 새끼 아니랄까봐..."




인상을 찌푸리며 혐오하는 태형을 얕게 비웃고 다원의 책상에서 내려온 지민은 그에게 다가가 빠르게 그의 눈앞을 한손으로 강하게 가렸다. 그러자 그는 저항하는 움직임조차 보이지 못하고 밀렸다.

창가쪽 벽에 밀어붙인 지민이 태형의 눈을 가린 채로 앉아있는 태형에게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만큼 숙여, 말했다.




"난 R이 너만큼 두렵지않아. 이 트라우마도 아직 못벗어났으면서 나를 이기려 들지말란 말이야..."

"...눈...떼라...하아,.. 진짜 죽여버린다..."




왜인지 태형은 부르르 떨면서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박지민은 그런 태형이 가엽다는 듯이 웃으며 얘기를 마저 이어나갔다.




"내가 죽든 말든,
니가 언제까지 기고만장하며 살지 두고보자고."

"손,..흐... 떼라고,.. 미친놈아.."

"R에게의 가치가 아닌 다른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봐.
내가 왜 너보다 위인지 똑바로 알라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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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

"이렇게 잘 빌빌대면서.. 기고만장하게 사는 거. 쪽팔리지 않아? 나같으면 목이라도 달았겠어, 부끄러워서."




드디어 태형의 두 눈을 가리던 손을 뗀 지민. 다원은 너무 놀라 아무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태형이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어 축 늘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놀라운 건
순식간에 정적이 되었던 교실과 지금 이 순간 교실안의 그녀를 제외한 모두가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복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충격을 받은 다원에게 지민은 안심하라는 듯 웃음을 지어보이곤, 천천히 말을 걸었다.



"너무 놀라지 마, 빨리 적응하게 될 거야."

"......"

"아, 경고 하나 해주자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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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의문을 제기하지마. 지금 저 학생들처럼.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감정도 숨겨."

"...응"

"이 학교에선 돈이 곧 권력이자 위치고, 룰을 깨는 순간부터는 개죽음이니까."

"...명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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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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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런 말은 전학생 전담 직원이 해줬어야할텐데 역시 처음듣는 눈치네 그지?"

"전담...직원?"

"...이렇게 내 경고를 잊으시면 좀 곤란한데"

"아...미안..."

"기회가 된다면 깊은 얘기를 해보지 뭐,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공주님?"




아주 꺼름직한 호칭을 부르며 반을 나간 박지민의 뒷모습을 벙찐 채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다원이었다. 여전히 김태형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고 그걸 달래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로부터 2주 후)
-서다원 시점-




모든 것이 나로 인해 돌아가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다.
하다못해 급식 줄까지 내가 무조건 1등이고, 내 뒤로는 항상 박지민, 김태형, 민윤기, 정호석, 김석진, 김남준 이라는 학생들이 차례로 섰다.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급식줄은 항상 그랬고 복도에서 길이 트여지는 건 물론 등굣길 또한 아주 수월하게 교실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선생님들 마저도 나에 대한 대우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다.




"이게 다... R의 여자친구라는 타이틀 때문이라고...?"




어디까지나 학교에서 수군대는 말에 의해서였다. 뭘 더 얼마나 공짜로 이런 혜택을 누리게 할 속셈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나 해선 안되었다. 박지민이 그러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원 누나.. 나 또 열나.."

"...하아...또?"




단이가 문제다. 내 친동생이라 할지라도 단이에 대한 혜택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아니, 있더라도 세상에 박힌 인식 때문에 모두가 기피하고 단이 또한 역시나 힘들어 하기 시작했다. 건강은 전보다 더 악화된 것 같다.




"많이 어지러우면 오늘도 집에 먼저 가도 돼."

"싫어...집에 혼자있는 게 더 힘들어..."




어쩌면 우리 둘에게 완만한 학교생활은 너무 과분한 바램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을 얕잡아 보지 말았어야했는데. 2년 전 그 오디션장에도 처음부터 우리가 나가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화젯거리가 될 일도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




"...반에서 친구들은? 보건실 데려다주거나 하는 사람있어? 반장이라던지 널 도와줄 애를 붙이긴 했을 거 아냐"

"응.. 근데 나는 그 애 싫어..."

"왜? 누군데?"

"...민윤기라고...보건실에서 주는 약 꼬박꼬박 가져다줘서 잘 먹고는 있는데, 걔 주변 느낌이 좀 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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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더러워.."




처음으로 단이의 증오스런 표정을 보았다. 사람을 이렇게까지 싫어할 줄 아는 애가 아니었기에 나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약을 챙겨준다니 좋은 친구일거야.. 혹시나 이상한 낌새보이면 꼭 말하고, 알겠지?"

"어.."




그런데 그 순간 어떤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당황스런 의문을 제기해버렸다.









"단아 근데... 당사자가 아닌 학생한테 보건선생님이..

약을 처방해줄 수가 있나...?"























@2화까지 바로 달렸다..! 손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