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왔고 여름,가을을 거쳐 다시 한 번 겨울이 우리를 찾아왔다.
다시 겨울이 되는 동안 운명은 날 끈임없이 데려가려 하였다. 그럴 때마다 연준씨가 늘 구해주었다.
전에는 내 운명이 날 최대한 천천히 날 그곳으로 데려가기 원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서 빨리 나를 데려갔으면 한다.
“ 여주야 ”
“..?”

“ 힛 ~ ”
“ … “
시간이 흐르고 계절이 변할 수록 자꾸만 이 마음은 깊어져만 가는데 그 마음의 깊이는 어느덧 감히 어림잡을 수 없을만큼 깊어졌으니까
헤어나오려해도 헤어나오지 못할만큼
“ ㅁ.. 미안 ”
“ 아니에요..! 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 ”
“ 무슨 생각? 내 생각? ”
“ .. 네, 최연준씨 생각이요 ”
“ 너..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
“ 푸흐.. 아니에요. 아직 멀쩡해 ”
최연준씨 말로는 붉은 실로 묶여있는 인연은 다음 생에도 어떻게든 이어져있다고 했다.
연인일지는 모르지만 친구던,가족이던 어떻게든 다시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고 했다.
” 어디 아프면 꼭 말해줘야 해 “
” 알았다구요~ “
” .. 사랑해 “
” … “

” 진짜 많이 사랑해, 여주야 “
” .. 저도요 “
어쩌면 이미 마음의 깊이는 우리 둘 다 헤어나오지 못할만큼 깊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날 밤,
“ 으..으윽 하.. 윽 ”
갑자기 심장이 답답해지고 열이 나기 시작했다. 이전엔 내 건강의 문제는 없었다.
내가 죽는다는 이야기는 언젠가 최연준씨도 구하지 못할 나만의 문제가 생긴다는 의미였던 것 같다.
“ 하.. 흐윽.. “
난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 최연준씨의 방으로 걸어갔다.
눈 앞이 흐려지고 이미 정신은 나간지 오래였다. 몸의 한기가 돌아 온 근육이 덜덜 떨렸고 머리도 울렸다.
남아있는 정신을 붙잡고 문을 두드렸다.
똑똑,
” 어~ 잠깐만! ”
“ 하.. ”
그 순간,
쿵,
온 몸의 힘이 풀리며 난 그 자리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드르륵,
” 무슨 일..ㅇ 김여주!!! “
” … “
최연준씨는 쓰러진 내게 급하게 달려왔고 그 얼굴을 끝으로 내 의식은 끊겼다.
” … “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병원에 누워있었다. 근데 우리나라 병원처럼 생기진 않았다.
뭐지..?
“ 깨어나셨네요 ”
“ 여기 병원 맞죠..? ”
“ 병원은 맞는데 환자분이 다니시던 병원은 아니에요 ”
“ 네..? “
” 신께서 당신을 어젯밤 급하게 데리고 이곳으로 오셨습니다 “
” 최연준씨..? 그렇다면 ”
” 최연준..? 그게 누구죠? ”
“ 아.. 아닙니다. 제 친구에요 ”
그렇다면 이곳은.. 천국인건가..?! 와 나 천국 처음이야.. 당연히 처음이겠지.. 그치
그나저나 최연준씨는 어디있는거지.. 분명 나보다 더 놀랐을텐데
” 그.. 저를 데리고 오신 신은 지금 어디 계신가요? “
“ 아마 지금 회의하고 계실겁니다 ”
“ 회의요..? ”
“ 지금 아주 절망적인 일이 일어나려 하거든요 ”
“ 무슨.. ”
“ 당신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나요? ”
“ .. 알고 있어요 ”
“ 신의 아내, 즉 당신의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대를 이를 아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렇게 되면.. ”
“..?”
“ 그 자리를 차지하려 큰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죠 ”
“..!!”
그때,
드르륵,
“ 여주야!! ”
꼬옥,
” 진짜 놀랬잖아.. “
” 미안해요.. 나도 갑자기 아팠어서 정신이 없었어요 “
” 지금은 어때? “
” 많이 괜찮아졌어요. “
” 하.. 다행이다 “
최연준씨는 뛰어온건지 앞머리가 땀으로 젖어있었고 이곳의 옷을 입고 있었다.
“ 회의는 끝난 거에요? ”
“ 아니? 너 깨어났다길래 그냥 뛰어왔지 ”
“ 네?! 아니 그래도 회의는 끝내고 와야.. ”
아무리 신이라지만 저래도 돼..? 너무 권력남용 아니야? 아 무책임인가..
“ 나 신이야. 아무도 여기서 나한테 해코지 못한다고 ”
권력남용이 맞는 것 같다.
“ 그래도 회의는 끝내고 왔어야죠 “
“ .. 지금은 그냥 안아주면 안돼? ”
“ 예? ”
“ 나 진짜 놀랬다고.. 그리고 이렇게 바로 뛰어왔잖아 응? ”
“ .. ㅎ 진짜 ”
꼬옥,
“ 미안해요. 놀라게 해서.. ”
“ .. 미안하면 아프지 마, 놀라게 해도 괜찮으니까 아프지만 말아줘. ”
“ .. 최연준씨 ”
“ 응? “
” .. 아니에요 “
” 에이.. 그게 뭐야 “
두려워졌다. 생각보다 더 커진 것 같은 마음에 죽음이란 그 운명이 두려워졌다.
이 사람이 슬퍼 할 순간보다 헤어지게 될 그 순간이 예상보다 더 슬플 것 같아서
나를 잊으라 했던 그 말을 다시 무르고 싶어져서
이 사람이 날 제발 잊지 말아줬으면 하게 되는 그 마음이 자꾸만 커져오니까
“ 언젠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
“ 무슨 말? ”
“ .. 그 순간이 오면 할래요 ”
“ .. 그 순간이 안왔으면 좋겠는데 ”
“ 운명이니까,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니까요 ”
“ … ”
“ 괜찮아. 생각보다 슬프지만 않으면 돼, 딱 내가 예상한 만큼만 슬플거야 ”
“ 여주야.. ”
언젠가 마주할 그 순간엔 딱 내가 예상한대로 흘러가기를
내가 예상한만큼만 아프고, 내가 예상한만큼만 슬프기를
언젠가 마주할 그 순간만큼만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