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진짜 말 안 해줄거에요?! ”
“ .. 싫어 ”
어제 대성통곡을 했던 이유를 물었지만 입 꾹 닫고 난 몰라를 시전하는 최연준씨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무언가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기에 난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이다.
“ 왜 말을 못 해주는건데요? 왜? ”
“ .. 안돼 ”
“ 하.. 진짜 ”
대체 무슨 이유로 어제 그렇게 슬프게 울었던 것일까
그때,
띵동,
“ ..? 뭐지 ”
“ … ”
최근에 시킨 택배는 없다. 택배를 제외하고 우리 집 초인종이 눌릴 일도 없다. 누구지?
스윽,
“ 누구세..ㅇ 뭐야, 꽃? ”
문 앞엔 나무 바구니에 붉은 꽃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누가 보냈는지는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았으며 정확히 누구에게 보내는 건지도 쓰여있지 않았다.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연준씨에게 그 꽃들을 가져갔다.
“ 이거 그쪽이 시켰어요? ”
“ .. 그거 어디서 났어? ”
“ 문 앞에서요. 누가 두고 갔던데 ”
“ 너.. 그게 무슨 꽃인지 알아? ”
“..?”
어디선가 한 번쯤은 봤던 꽃 같았다. 붉은 잎과 위로 얇게 뻗어있는 잎줄기
“ 어디선가 봤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 뭔지는 잘.. ”
“ 그건 상사화라고 하는 꽃이야 ”
“ 상사화..? 아 기억났다 ”
“ .. 그 할망구 짓인가 “
” 네? 누구요? “
” 그 꽃은 우리 세계에서 이어진 인연을 끊을 때 사용해 “
” … “
” 그 꽃으로 우린 차를 마시게 되면 어떤 운명의 인연이라도 끊어낼 수 있어. 악연이던, 필연이던 ”
“ 근데 이 꽃이 왜.. ”
“ 누군가 너와 나의 인연이 끊기길 바라고 있는거지 ”
” 누가요..? “
” .. 널 안타까워하는 누군가가 “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연준씨는 신이라는 존재인데 그런 존재의 선택을 부정할 수 있어? 그리고 이건 신에 대한 도전 아닌가?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
” 그럼 이건 그냥 갖다버릴게요 ”
스윽,
탁,
“ ..? 뭐해요..? ”
“ .. 잠깐만 ”
“ … ”
“ 혹시 모르니까 버리지는 말아봐 “
” 네..? “
” .. 혹시 모르니까 “
” 최연준씨 나랑.. 결혼 안할거에요? “
” 그건 아닌데.. “
” 근데 이걸 왜 놔두라는 거에요 “
” .. 넌 정말 나랑 결혼 할거야? “
확실히 이상하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결혼해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 지금은..
불안해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불안해하고 있다.
“ .. 최연준씨 ”
“ 어..? ”
“ 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해서 그래요? ”
“ … ”
” .. 봐봐 또 말 안해주잖아 “
” … “
“ 난 걱정된단 말이에요. 최연준씨가 “
"..!! "
좋아하는 사람이 저렇게 불안해하는데 어떻게 내가 맘 편히 있을 수 있냐고
” .. 아무튼 난 최연준씨 좋아해요. 그러니까 결혼을 하겠다는거고 “
” … ”
“ 내 대답에 대해선 불안해 하지 말아줘요 “
“ 나.. 정말 ”
“..?”

“ .. 니가 갈 수록 너무 좋아져, 어떡하지 “
“ … ”
최연준씨는 처음으로 슬픈 표정을 한 채 내가 좋다고 이야기 했다. 늘 웃으며 하던 말이었는데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더 이상 날 좋아하면 안되는 사람처럼
혹시라도 제발 그런 인연은 아니기를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인연은 너무 슬픈 인연이라서
그날 밤,
상사화라는 꽃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었고 보통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꽃이었다.
” 나를 안타까워해서 인연이 끊어지길 바란다고.. ”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나와 최연준씨의 사이가 나에게 피해를 보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째서 피해를 본다는거지..?
생각하면 할 수록 점점 더 복잡해져만 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들에 내 머릿 속은 점점 더 꼬여져버리고 말았다.
그때,
쿵,
창문으로 한 여자가 들어왔다.
” 어으.. 너네 집은 항상 들어오기 힘들어 “
” ㄴ..누구세요? “
” 나? 설마 기억이 안 나? 반지는 잘 갖고 있네 “
” 반지..? 설마.. “
” 내가 직업상 좀 여러 모습이 있어 “
” 근데 여기는 왜 오신거에요? “
” 내가 온 이유를 모르는 거 보니 아직 아무것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보네 “
"..?"
” 내 선물은 잘 받았어? 제대로 갔다면 오늘 아침엔 도착했었을텐데 “
” 나한테 꽃을 보낸 사람이 그쪽이에요? “
나를 안타까워하는 사람, 동시에 나와 최연준씨의 인연이 끊어지기를 바라는 사람
“ 응, 맞아. 나야 ”
“ 어째서요? 그 꽃은 인연을 끊을 때 사용한다고 들었어요 ”
“ .. 넌 니가 언제 죽는지 알아? ”
“ 네..? “
“ 최연준의 욕심으로 니가 계속해서 위험에 빠지는 것도 알고 있어? ”
“ ..?! 그게 대체 무슨.. “
” 니가 날 처음 봤던 그날, 넌 원래 죽을 운명이었어. 그곳에서 아주 차갑고 슬프게 ”
“..!!”
“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최연준이 널 신붓감으로 선택했고 난 말렸지만 신의 선택이기에 너에게 반지를 건넨거야 ”
“ 그럼.. “
” 원래 타고난 운명은 신도 바꿀 수 없어. 특히 ‘죽음’이란 운명은 더더욱 “
” … “
” 그날 죽을 운명이었던 너였기에 지금 계속해서 그 운명이 너에게 다가오고 있는거야, 점점 더 빠르게 그리고 더 강하고 아프게 “
” … “
충격이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내가 그날 죽을 운명이었다는 것과 최연준씨의 선택으로 살아서 지금 이렇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말도 못하고 혼자서 불안해했구나
” .. 내가 너에게 큰 실수한 것 같아 미안해서 그 꽃을 보냈어 “
” … “
” 그 꽃잎으로 우린 차를 마시면 그 반지는 사라지고 너와 최연준의 인연은 끊어져, 다시는 이어지지 못하도록 “
” … “
“ 얼른 그 차를 마시고 원래 너의 삶을 살다 가 ”
“ … ”
“ 애초에 원했던 운명도 아니잖아 ”
애초에 원했던 운명은 정말 아니었다. 그저 평범했던 내 삶에 그 반지가 끼어듬으로써 최연준씨가 내 삶으로 들어왔다.
원하지도, 반갑지도 않았던 삶이었고 오히려 강요받았다 느낀 삶이었다.
그런데 왜 난 지금 저 말이 슬프게 들리는 걸까
그 짧은 시간동안 내가 얼마나 최연준씨를 좋아하게 되었길래 이 운명이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 그럼.. 난 어떻게든 죽게된다는 말이에요? ”
“ 그게 너의 운명이니까 ”
“ .. 최연준씨랑은 무조건 끝내야 하는거고요? “
” 설마.. “
"..?"
” 너도 사랑하는거야? ”
“ .. 그건 모르겠지만 ”
“ … ”
“ 확실한 건, 난 헤어지기 싫어요 ”
“ .. 너나 최연준이나 대체 서로를 왜 그렇게 사랑하게 된거야? ”
“ 최연준씨가 날.. 사랑해요? “
” .. 슬픈 사랑이 오래가는 법이라지만 너희는.. “
” … “
그때,
쾅,

“ 너 뭐하는 짓이야 ”
“ 최연준씨..? ”
“ .. 이렇게라도 해야지 ”
방문이 부서지며 최연준씨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고 당장이라도 그 여자를 죽일 듯 했다.
“ .. 대체 너 얘한테 뭔 말을 “
“ 이 아이도 언젠간 알아야 할 이야기야 ”
“ 그걸 왜 니가 하냐고!! ”
“..!!”
처음이었다. 최연준씨가 그렇게 흥분하고 화를 내는 모습은
“ 넌 말해주지 못할 이야기니까 “
“ 뭐..? ”
“ 넌 절대 이 아이에게 그 이야기를 해줄 수 없었을거야 ”
“ 어째..ㅅ ”
“ 넌 지금 이 아이를 사랑하고 있잖아, 아니야? ”
“ … ”
“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
” … “
우린 대체 어디서부터 꼬인 인연인걸까
분명 서로를 사랑하게 될 운명이었는데 왜 그 사랑은 하필 슬픈 사랑인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