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9화 # 선택

“ .. 나 다 들었어요 ”

“ … ”


그 여자는 어제 그 말을 뒤로 한 채로 다시 사라져버렸다. 내가 들은 이야기와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이야기 하기 위해 우린 식탁에 앉았다.


“ 원래 내가 무슨 운명이었는지, 왜 그 운명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또 지금 내가 그 운명에게 계속 위협받는 이유까지 ”

“ … ”

“ 다 들으니까 최연준씨가 꽃을 버리지 말라고 했던 이유도 다 이해가 가더라고요 “

” … “

” 나한테 기회를 주려고 그랬던거죠? “

” .. 맞아 “

”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존중해줄거에요? “

” .. 당연하지 “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난 식탁에서 일어나 말리고 있던 꽃잎들을 모두 꺼내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나의 행동에 최연준씨는 놀란 듯 보였고 난 다시 식탁으로 가 앉았다.


“ 이게 내 선택이네요 “

“ 너.. ”


그 여자가 간 이후 계속해서 생각했다. 어떤 선택이 가장 후회되지 않을까, 그리고 선택했다. 그냥 죽기 전까지 이 사람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사랑해보기로


“ 당신과 헤어져도 죽고 헤어지지 않아도 결국엔 난 죽어, 그게 정해진 내 운명이니까 ”

“ … ”

“ 이미 슬픈 운명인데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가고 싶어요 ”

“ … “

” 당신 마음껏 사랑하고 웃고 그러다가 갈래 “

” … “

“ 그러니까 남은 시간동안 나 잘 지켜줘야되요 “

” .. 꼭 그럴게 ”

“ 그리고 ”

“..?”

“ 슬픈 표정으로 나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요. 개인적으로 최연준씨는 웃는 표정이 더 예뻐요 ”

“ .. 알았어. 그것도 꼭 그럴게 ”

“ 아 그리고 하나 더 ”

“..?”

“ 남은 시간동안 나 많이 좋아해줘요, 사랑까지 해주면 더 좋고 ”

“ .. 그럴거야. 무조건 ”

” .. 고마워요 “


그때,

스윽,

촉,


최연준씨의 입술이 내 아랫입술에 짧게 닿았다 떨어졌고 최연준씨는 당황한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


“ ㅁ..뭐한거에요..?! ”

“ 뭐하긴, 약속한거지 “

” 그건 손으로 하면 되는걸..! “

” 맹세한거야. 사랑하겠다고 “

” … “

”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이 사랑할게 “

” .. 나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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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예뻐죽겠네, 김여주 “

“ 제가 좀 예쁜 편이긴 해요 ”


부디 나의 선택이 가장 덜 후회스러운 선택이였기를

또 그날이 되었을 때, 이 사람이 많이 슬퍼하지 않기를



다음날,



“ 아! 최연준씨 또 내 아이크스림 먹었어요?! ”

“ 그러게 이름 좀 붙여놓으라니까? ”

“ .. 진짜 내쫒기고 싶어요? ”

“ ㅎㅎ 아니 ”


우린 다시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평범하디 평범했던 일상도 참 좋은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 얼른 가서 다시 사와요 ”

“ 나 혼자? ”

“ 그럼 그쪽이 먹었는데 나도 가요? 내가 왜? ”

“ .. 같이 가주라~ 응? ”

“ 허.. 애교 부리면 누가 가줄 줄 알아요? “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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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가줄거야..? 진짜로..? “

” .. 아씨 진짜 얼른 겉옷 챙겨서 나와요 “

“ 앗싸! ”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최연준씨 애교에 대한 저항력이 많이 낮아졌다는거..? 뭐 이제 보니까 좀 귀여운 구석이 많더라고

그렇게 우린 함께 편의점으로 향했다. 물론 손을 잡고


” 이거 못 보던건데 새로 나왔나보네 “

” 오 나 저거 어릴 때 많이 봤었는데 “

” 이거? “

” 어릴 때 티비에서 늘 나오던 거였어요 “

“ 아~ “


신이 사는 곳엔 티비가 없으니 애니메이션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근데 생각해보니 최연준씨가 몇살이더라..?


” 아 나 최연준씨 나이 모르지 참 “

” 그래? 내가 안 알려줬나 “


막상 신이라고 하니 막연히 많을 줄 알았다. 근데 그렇게 막 나이가 많다기엔 너무 동안얼굴 같은데


“ 나 20살이야 ”

“ 엥? 뭐야 그럼 내가 누나잖아? ”

“ 우리 세계에서 1살이 여기에서 20살이야 ”

“ ..? 잠깐만 그럼..? ”

“ 너네 나이로 치면 한 400살 됐겠네 ”

“ 아.. 예 그쵸 “


최연준씨의 나이를 듣자마자 자동적으로 손이 공손히 모아졌고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졌다.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어쩔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 어르신께 생각보다 많이 예의가 없었잖아..?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모두 사고 하나씩 입에 넣은 채 집으로 향했다. 아 달달해

저녁은 가볍게 패스하고 우린 함께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마른 안주와 맥주 두 캔을 꺼내 거실로 갔다.


” 짠~ 엄청 시원하죠? “

” 응 딱 좋아 “


치익,

탁,


” 크흐.. 이거지 “

” 너 술 잘해? “

” 아니요. 그래서 내가 마시고 싶을 때만 가끔 마셔요 ”

“ 그럼 주사 같은 것도 크게 없겠네? ”

“ 그건 또 아니던데요? 나 주사 좀 심해요 “

” 뭔데? “

” 이따가 나 취하면 알게될걸요 “
 
"..?"


아무도 모르는 나의 주사는 아주 1급 기밀사항이다. 워낙 술을 잘 안 마시는 탓에 혼자서 조용히 마시는 걸 선호하는데 전에 궁금해서 카메라로 녹화를 해봤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가관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1급 보안사항이다.



잠시 후,

작가 시점,


연준은 평소 술이 강해 취하지 않았고 여주는 가버린지 오래였다. 여주는 계속 헤실헤실 웃어댔고 연준은 왠지 모르게 그런 여주의 웃음이 슬프게만 느껴졌다.

사실 여주의 주사는 계속해서 웃는 것이었다. 슬픈 상황이어도, 힘든 상황이어도 여주는 술에 취하면 계속해서 웃었다.


“ 넌.. 선택 후회 안 해? “

” 내가 좀 살아보니까 후회 안되는 선택은 없어요..! 이 세상 어디에도 “

” … “

” 가장 덜 후회할 선택을 한거지.. “

” .. 그렇구나 “

” 근데.. 막상 헤어지는 날이 오면 어떤 선택을 했던 후회될  것 같아 ”

” … “

” 그 상황에서 당신이 슬퍼하면 더더욱.. “

” … “

” 그쪽과 내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한 선택이니까 “

“ .. 고마워 “

” 그러니까 나 죽어도 적당히 슬퍼하고, 적당히 기억하고 그러다 다시 금방 웃고 금방 잊어버려야 해요.. 알겠죠? “

“ 노력.. 해볼게 ”

“ ㅎ.. 고마워요 “


참 슬픈 말이었다. 연인 사이의 말이라면 더더욱, 마음껏 사랑한 사람이 죽으면 적당히 슬퍼하다 적당히 기억하고 그러다 다시 금방 웃고 금방 잊어라 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거니까

아무리 신인 연준이라도,

아니 어쩌면 영생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는 연준이에겐 가장 큰 슬픔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