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시점,
얼마 전부터 이상한 사람이 자꾸만 나를 쫒아다니는 것 같다. 본인은 우연히 동선이 겹치는 거라고 하지만..
“ 18번 손님~ ”
스윽,

” 오늘은 라떼아트 예쁘게 됐네? “
“ .. 어제도 이 시간에 와서 그 말 한거 알아요? ”
“ 그랬나? 뭐 예쁜 걸 예쁘다고 하는거지 ”
“ … ”
아무리 봐도 수상하다. 자신을 신이라고 칭할 때부터 미친놈인 것 같았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미친놈인 것 같아서
내가 알바를 하는 곳, 대학교 심지어 집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스토킹인가 싶어 신고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왠지 모르게 그 사람만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듯 했기 때문이다.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드는지
그리고 가장 이상했던 것은..
” .. 또 그 사람이잖아 ”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 이후 자꾸만 그 사람의 꿈을 꿨다. 아니 정확히는 그 사람이 내 모든 꿈에 나오는 거지
친구와 노는 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꿈 심지어 정말 말도 안되는 판타지스러운 꿈에도 그 남자가 항상 나타났다.
늘 같은 모습으로 다가와선 손을 잡고 내게 반지를 끼워줬다. 그 꿈에서 난 그 반지를 보며 행복하게 웃고 있었고
대체 그 사람.. 정체가 뭘까
“ 23번 손님~ ”
“ 오늘은 내 친구도 데리고 왔어 ”

“ 안녕? ”
“ .. 안녕하세요 ”
다짜고짜 친구를 데리고 왔다. 그 친구는 날 보자마자 윙크를 해대고.. 참 친구까지 쌍으로 미친 것 같다.
미친놈인가 싶어 밀어내려고는 하는데 마음대로 밀어낼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이 자꾸 꿈 속에 나오니까
내가 또 어렸을 때부터 얼빠였던지라 얼굴도 잘생겼고 그래서 뭐 아무튼 밀어낼 수가 없다.
다음날,
” .. 오늘도 오셨네요 “
” 근데 네 번째 손가락에 그 점은 뭐야? “
”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건데요 “
” 그래? “
” 할머니가 말씀해주셨는데 뭐 전생에 사랑하던 사람이랑 슬프게 헤어져서 그 한이 맺힌거라나.. 아무튼 그러셨어요 ”
“ .. 그렇구나 ”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늘 내게 해주셨던 이야기였다. 붉은 실 이야기과 함께 내게는 아주 슬프게 헤어진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
어릴 때는 그냥 ’운명적인 사랑이다‘ 싶었는데 지금은 어린아이 상대로 한 장난에 불과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인연이 반지를 끼워준 게 네 번째 손가락이라서 점이 있는 거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꿈에서 그 남자도 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줬었는데.. 에이 그냥 우연이겠지
“ 그 혹시 주말에 시간 돼? ”
“ .. 시간은 되는데 왜요? “
” 데이트, 너랑 데이트 하려고 “
뭐야 이 인간.. 나 좋아해서 그렇게 따라다녔던 거였어? 근데 표현방식이 좀 미친놈 같잖아
” 누가 데이트 한데요? “

” 안 할거야..? “
” .. 어디 갈건데요 “
“ 그냥 여기 앞 공원..? ”
뭐지..? 요즘 유행하는 신종 플러팅인가? 아니 데이트 신청이면 좀 어디 분위기 있는 곳 가는 거 아니야?
앞 공원은 이따가 알바 끝나고도 갈 수 있겠구만
” 여기 앞 공원은 알바 끝나고도 갈 수 있는데요 “
” 그럼 오늘 끝나고 볼까..?! ”
“ .. 그래요. 그럼 ”
“ ㅎ 진짜지?! 그럼 이따가 알바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올게 ”
“ 그래요 ”
그 남자는 그 말을 뒤로 자신의 아.아를 들고 행복하게 웃으며 가게를 나갔다. 뭐야.. 생각보다
“ 귀엽네..? ”
잠시 후,
” 이제 가도 돼 ”
” 네~ “
사장님께서 오늘 정리는 본인이 하시겠다고 하셔서 원래보다 살짝 일찍 끝났다. 아까 데이트 그 소리를 들으셨다고 이런 날 청소를 시키실 순 없다고 하셨다.
그렇게 공원 벤치에 앉아 그 남자를 기다렸다.
많이 풀린 날씨 덕분에 공원엔 사람들이 꽤 있었다. 하하호호 웃으며 맥주도 마시고 경치도 보고
운동도 하며 각자 자신의 힐링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 언니! 이거 선물! ”
“ 민들레? ”
“ 응! 언니가 좋아할 것 같아서 “
예쁜 여자아이가 내게 민들레 한 송이를 건넸다. 노랗게 물들은 민들레를 보니 정말 봄이 온 듯 했다.
” 민들레 좋아하지~ 근데 이런 예쁜 건 부모님 드려야하는 거 아니야? “
” 아니야. 이 꽃은 언니가 제일 잘 어울리는 걸 “
” 그래? ㅎ 그럼 고맙게 받고 소중히 간직할게 “
” 그때 그 민들레는 내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
그때,
“ 어? 먼저 와 있었네? ”
“ 아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요. 잠깐만요 ”
스윽,
“..!!”
“ 왜? ”
“ 없어.. 없어졌어 “
발소리 하나 나지 않았는데 뒤를 돌아보니 그 아이는 사라져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 왜? 누가 있었어? ”
“ 어떤 여자아이가 이걸 줬거든요.. 근데 ”
“..?”
“ 내가 전에 받았던 민들레는 자기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대요.. 난 걔 오늘 처음 봤고 민들레도 처음 받았는데 ”
“ .. 처음 받았구나 “
” 민들레.. 나 진짜 처음인데 “
“ 저기.. ”
“..?”
스윽,
” 나도 꽃 준비했는데.. 꽃 좋아할 것 같아서 “
” 민들레? “

” 바쁜데도 직접 가서 사온거야. 나 잘했지? “
((내가 엄청 바쁜데도 인간계 가서 직접 사온거야~ 나 잘했지?))
((예쁘다.. 진짜))
순간 내가 처음 본 기억과 겹쳐졌다. 분명 처음보는 기억이었다. 그런데 정말 똑같았다. 말투,표정.. 멘트까지
대체 이 사람 정체가 뭐야..?
“ 당신.. 대체 정체가 뭐에요? ”
“ 어? ”
“ 왜 나도 처음 보는 기억에 나타나고.. 꿈에도 나타나고.. “
” … “
” 나랑 전에 만난 적 있어요? “
” .. 응. 있어 “
” 나랑 무슨.. “
” 운명이었어. 아주 슬픈 운명 “
” … “
” 나의 신부였거든, 아주 아름다운 신부 “
” 그게 무슨.. ”
처음 보는 기억이 왜 겹쳐져..? 아니 애초에 내 기억이 맞긴 해? 난 이런 적이..
((신도 이름이 있긴 하네요))
((그럼, 우리 아빠도 날 불러야 할 거 아니야))
계속해서 처음 보는 기억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기억들에 난 당황스러워 그저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만 부여잡았다.
((나랑.. 결혼 안 할거에요?))
((아니, 이번 생엔 너랑만 하기로 했어))
((진짜 신들은 왜 이렇게 이기적이에요?))
((.. 여주야))
((겨울잠 한 번만 자고 일어나요, 우리))
((…))
((진짜 아주 잠깐만))
계속해서 떠오르는 기억들에 머리가 정말 깨질 듯 아파왔다. 대체 내가 뭘 기억하고 있지 못하는 걸까..
난 저 사람과 무슨 사이었던거야
대체 무슨 사이었길래 이렇게 슬프고 가슴 아픈 거냐고
“ 여주야 괜찮아? ”
“ ..!! 당신.. 내 이름 알아요? ”
알려준 적도 없는 내 이름도 알고 있고..
“ 그게.. ”
“ 난 왜.. 당신 이름을 몰라? 그쪽은 아는데.. 대체 “
그때,
스윽,
((신은 대체 이름이 뭐에요?))
((나? 나는..))
” 이름이.. 이름이 대체.. ”
“ 이름? ”
“ 그쪽.. 이름이 뭐에요..? “
” 내 이름은.. “
” … “

” 최연준, 이게 내 이름이야 “
((최연준, 내 이름이야))
“..!!”
((.. 오늘 하루 고마웠어요))
” … “
((최연준씨))
“ 최연준씨.. “
“ 어? 왜? ”
‘최연준’이란 세 글자를 듣자 모든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있고 있던 모든 것들이 기억났다.
최연준이 누구였는지 나와 어떤 인연이었는지.. 내가 얼마나 사랑했던 사람이었는지
모두, 그와 함께했던 모든 것들이 기억났다.
순간 올라온 모든 기억에 참을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찾아왔다. 심장이 답답했던 이유도 바라만 봐도 울컥했던 이유를 찾았다.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었고 정말 슬픈 인연이었기 때문이었다.
” 진짜.. 나 기다려줬구나.. “
” 여주야.. “
꼬옥,
“ 미안해.. 흐 내가 너무 늦었어.. ”
“ .. 괜찮아, 이제라도 와줬으면 됐어 “
” 겨울잠이 너무 길었잖아.. 내가 너무.. ”
” 괜찮아. 우린 운명이잖아 “
” 정말.. 운명이었어.. 다시 만날 운명이었네 “
우린 정말 운명이었다. 결국엔 서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 그래서 나 지금 좀 많이 행복해 “
” 흐.. 진짜 “
스윽,
촉,
” .. 진짜 너무 예쁘네. 김여주 ”
“ 울어서 눈도 빨개졌을텐데 뭐.. ”
“ 뭐야, 그럼 내가 널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 ”
“ ㅎ.. 진짜 ”
“ 사실은.. 할 말 있어서 오늘 보자고 했던거였어 ”
“ 할 말? “
그 순간, 최연준씨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작은 사각형 케이스를 꺼냈다.
덜컥,
” ..!! 이건.. “
” 이 반지는 너 아니면 낄 사람이 없잖아 “
케이스 안엔 은반지가 들어있었고 처음에 내가 할머니에게, 아니 휴닝카이씨에게 받았던 그 반지였다.
” 진짜.. 어떻게.. “
” 말했지? 이번 생엔 너랑만 결혼하기로 했다고 “
” … “
” 지난 생에서 그랬듯이, 이번 생에도.. ”
” … “

“ 내 신부가 되어줄래? “
((내 신부가 되어볼래?))
” ㅎ.. 지난 생에도 그랬듯이 “
” … “
” 좋아요. “
((좋아요.))
우리가 했던 이별에 의미가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우리가 운명임을 알려주었다는 것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처럼 동그란 원 안에 살며시 달을 빛추면 당신의 모습이 생각 나듯
우린 서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임을
나의 반지와 당신이 연결되어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그 인연의 실은 영원할 것을
그렇게 우린 달빛 아래 맹세했다.
이번 생엔 이 사람만을 사랑하기로
_끝
쿠키라면 쿠키!
“ 역시 저 형은 내가 있어야 뭘 한다니까.. ”
스윽,

“ 근데 여자아이는 목소리 내기가 좀 힘드네 그치? “
” 냐옹.. “
“ 다음엔 고양이로 변해볼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