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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다 왔어? ”
“ 당연하지. 너 어디야? ”
“ 나? 비밀 ”
“ 그게 뭐야.. ㅎ 혼자 막 뭐 먹고 있는거 아니야? ”
“ 허, 너 알면 깜짝 놀랄걸 “
“ 뭐길..ㄹ ”
스윽,
“ ..!! ”
“ 바로 뒤에 있었는데 ”
“ 뭐야. 뭐하려고 눈까지 가려? ”
“ .. 바로 ”
스윽,
탁,
” 헐.. “

“ 이번 기념일엔 이걸 꼭 주고 싶었어. ”
“ 아오 학생이 돈이 어디있다고..! ”
“ 특별히 알바 좀 했지 “
” 참.. “
“ 사랑해. “
“ .. 진짜 나 너 없으면 어떻게 살지 “
” 내가 왜 없어. 난 늘 네 곁에 있을거야 “
” ㅎ.. 꼭 지켜라. 그 말 ”
넌 내게 무엇이었을까. 난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아니라 내 모든 것이 너였기 때문이다.
내 사랑, 내 기쁨, 내 분노 그리고 내 슬픔까지
넌 내 모든 것이었고 그런 너와 보낸 나날들은 내게 행복이 아닐 수 없었다.
이성으로도 정념적으로도 넌 내게 뭐 하나 빠지지 않은 완전한 행복 그 자체였다.
그러나,
띠링,
달칵,
” 여보세요? “
” 여주야.. “
” ..? 왜 그래? ”
” 흐.. 어떡하면 좋아.. 수빈이가••• “
“..?!!”
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게 이 반지를 주며 했던 그날의 약속을. 넌 참 무심하게도 내가 없는 마지막 순간을 보냈다.
“ 거짓말.. 거짓말이잖아 ”
(( 집에 돌아오는 길에.. ))
” 아니야.. 제발 ”
주르륵,
“ 제발.. 최수빈 ”
내가 너에게 도착했을 때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상태였다. 너와 나의 관계가 모두 정해진 빌어먹을 상태였다.
난 결국 주저 앉아 울었다. 마치 모든 것이 끊기고 방전되버리듯 그렇게 말이다.
“ 흐.. 안돼.. 안돼.. ”
“ 여주야.. ”
“ 나 너 없이 못 산다고 했잖아.. “
” … “
” 일어나.. 제발 무슨 말이라도 좀 해보라고..!! “
그렇게 너와 난 끝나고 말았다. 아주 슬프고 비참하게
3년 후,
현재,
“ 여보세요? “
” 뭐하냐~ “
” .. 장난 전화 걸지 마라. “
” 힝.. 무심한 자식 “
” 전화는 왜 했어 “
” 오늘 동창회잖아. 너 올거냐고 “
” 내가 미쳤냐. 절대 안 가 “
“ .. 김여주 ”
“ 왜 그..ㄹ ”
“ .. 잊지는 못해도 뒤에 놔둘 수는 있어야하지 않겠냐 ”
“ … “
“ 아무튼 오는 걸로 안다? 이따 봐 ”
툭,
“ .. 뒤에 놔본 적이 있어야 놔두지 ”
시간이 약이라는 게 괜히 있는 말은 아니었다. 잊을 수는 없었지만 잊은 척은 할 수 있었다.
그 아이와 있었던 시간이 늘 행복이었으니 지금은 그에 따르는 고통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러지 않으면 지금의 고통도 그 아이가 되어버리니까.
그 아이도 참 무심하다. 이렇게 날 혼자 둘거였으면,
“ .. 너도 좀 알려주고 가지 그랬어 “
네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결국 난 동창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래야 좀 잊은 것 같을테니까
그날 밤,
드르륵,
“ 어? 여주 왔네? ”
“ 아.. 안녕 ”
” 네 자리는 여기야 “
” .. 응. “
난 익숙하게 최연준 옆으로 가 앉았다. 이 동창들 중 유일하게 아직까지 연락하는 게 최연준이라서
사실 아까 전화한 것도 최연준이었다.
그때,
“ 여주 넌 하나도 안 변했네 ”
“ 어? ”
“ 아니 더 예뻐졌나? ”
스윽,
"..!! "

(( 어.. 더 예뻐졌나? ))
“ .. 미친 ”
“ 어..? ”
“ 아.. 아니야. 나 잠깐 화장실 한 번만 갔다올게 ”
난 서둘러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고 속을 게워냈다. 이래서 동창회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꾸만 다른 사람에게서 네가 보이고 느껴지니까
그렇게 네가 날 계속 괴롭히니까.
그렇게 화장실에서 나오니 애들은 벌써 취해 있었다.
스윽,
“ 하.. ”
“ 또 게워낸거야? ”
“ .. 그래서 내가 안 나온다고 했잖아 ”
취하면 좀 덜하겠지 싶어 애써 빈 속에 계속 술을 부었고 역시나 평소보다 더 취하게 되었다.
“ 다들 안녕~ “
다들 너무 빨리 취해버린 관계로 동창회는 생각보다 빨리 해산했고 술을 마신 나는 집으로 걸어갔다.
술이 약한 편은 아니기에 걸어서 집에 갈 수 있었다.
스윽,
“.. 이 반지 때문인가 “
왠지 이 반지가 너와 날 묶어놓은 듯 했다. 그래서 내가 여전히 널 잊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난 괜히 반지를 들어 달에 비춰보았고 참 거짓말처럼 딱 들어 맞았다.
왜 이마저도 난 슬프게만 느껴지는지
오늘따라 유독 네가 더 생각이 난다. 다음부터는 동창회 같은거 가지 말아야지
그때,
탁,
“ 아..! ”
“ 죄송합니다. ”
“ … ”
누군가와 부딪혀 다리에 힘이 풀렸고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내가 어떻게 노력해서 다시 일어섰는데 다시 넘어지는 건 왜 이렇게 쉬운지
여러모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순간,
“ 바닥 차가워요. ”
“ ..!! ”
놀랐다. 너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너무 듣고 싶었던 네 목소리가 들려서
스윽,
“ 거짓말이지.. 이거 ”
“ 네..? ”
주르륵,
“ 저.. 혹시 술 마시셨나요? ”
“ .. 거짓말이잖아. 이거 ”
” 네..? “
정말 거짓말일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어떻게..

“ 술을 너무 많이 마시셨는데.. “
“ .. 진짜 거짓말이잖아. ”
이렇게 네가 내 앞에 나타난거야. 대체 어떻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