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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어떻게 된거야.. “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잠시 미쳤었던 걸까 라고 생각하기엔 그 아이의 얼굴과 목소리가 모두 분명히 내 머릿 속에 남아있고
그렇다고 이게 정말 사실이라기엔,
어젯밤,
“ 그.. 미안해요. 제가 아는 사람이랑 너무 닮아서 ”
“ 아.. 네 ”
“ .. 저 혹시 ”
그때,

“ 저 이제 가봐야하는데. ”
“ ..!! ”
“ 다음부턴 본인 주량 맞게 드세요. ”
생전 느껴보지 못한 차가움이었다. 내가 이제껏 너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낮설고 얼어붙을 것만 같은 냉소적인 느낌.
분명 넌데 어째서 너가 아닌걸까
아님 넌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내게 갖고 있던 그 감정이 이런 널 녹여낸 걸까?
다시 현재,
“ .. 하 복잡해 미치겠네 ”
이 이야기를 최연준에게 한다면 날 정말 걱정할 것 같았다. 그 아이의 재등장은 날 여러모로 괴롭게 했다.
난 애써 약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만 만지작거렸다. 늘 이렇게 머리가 복잡할 때 이 반지를 보며 널 떠올리면
그렇게 하면 마법처럼 내 모든 것들이 술술 풀렸으니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난 역시나 네가 여전히 그립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런 답도 정하지 못한 채 밤을 지새웠다. 역시 넌 언제,어디서든 내게 풀 수 없는 변수 같은 존재다.
물론 그래서 더더욱 그 아이가 끌리는 것이다.
아무튼 눈도 반 감은 채 학교로 향했다. 하 수업 어떻게 듣냐고.. 졸려 죽겠다
강의실 안,

” 하이. 어제는 잘 들어갔냐? “
” 뭐 도착은 잘했지.. “
” ? 무슨 일 있었어? “
그래도 말은 해줘야하지 않을까, 정말 내가 미친거면 어떡해.. 그것도 나름의 문제가 아주 크다
” .. 만약에, 진짜 만약에 “
"..?"
” 수빈이가 다시 나타나면 넌 어떻게 할거야? “
” .. 뭐? “
” 진짜 만약에 말이야 “
” 흠.. “
스윽,

“ 미친듯이 기쁘겠지. 물론 그게 너를 이길 순 없겠지만 “
” … “
최연준과 수빈이는 어릴 적부터 아주 친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 했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아주 오래 봤고 아주 오래 서로를 믿어왔다.
그러다 나와는 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고 나와 수빈이 만나면서 저절로 친해졌다. 어찌저찌 그러다 결국 우리 둘은 대학도 같이 다니게 되었고
그런 녀석이니 나만큼이나 기뻐할텐데
머리가 더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과제를 좀 하다보니 날은 어두워졌고 난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으로 향해 내려갔다. 가는 내내 그 사람에 대해 생각했다.
그때처럼 다시 반지를 빼 달에 비추어보았다. 역시나 딱 들어맞는다. 참 이 반지도 뭔가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아무튼 최수빈이라기 보다는 정말 내가 그날 만난 그 사람이 궁금해졌다. 그냥 내가 진짜 미쳐서 헛것을 본 건 아닐까
그렇게 홀로 고민하며 계단을 내려가는데,
미끄덩,
"..?!! "
앞만 보고 가다가 그만 미끄러져버렸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기 직전이었다. 아 미친..
그때,
탁,
“ ..!! ”

“ 계단을 앞만 보고 걸으면 어떡합니까. “
” 아.. 그게 “
” ..? 어제 그.. “
” 그러니까 그게요.. “
망했다. 역시나 최수빈을 다시 보니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본 게 헛것은 아니구나.
“ .. 죄송해요. ”
“ 아닙니다. ”
이름이라도 알게 되면 조금이나마 더 확실해질 것 같은데 물어보면 답 안 해줄 것 같단 말이야.
그래도 한 번 물어는 봐야지
“ 저.. 제가 어제 오늘 너무 실례가 많았어서 그러는데 혹시 성함이라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
“ … ”
“ 역시.. 안되겠죠..? ”
그래. 뭘 바라고 있어.. 생긴 게 똑같다고 해도 성격은 완전 정반대 같은데
그때,
“ .. 뭐 이름 정도는 “
” 네..? “
” 제 이름은.. “

“ 최수빈이에요. ”
“ ..!! ”
과거,
(( 뭐..? ))
(( 나랑 친해지자고 ))
(( 너 누군데..? ))
(( 난 김여주라고 해. ))
(( 아.. ))
(( 너는? 네 이름은 뭐야? ))
(( 내 이름은.. ))
(( ..? ))

(( 최수빈이야. ))
난 확신했다. 내 눈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정말 내가 아는 너라는 것을. 정말 거짓말처럼, 그리고
’너‘ 라는 그 기적이 다시 한 번 내게 찾아왔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