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여우 요괴의 낭만적인 고백

05. 세계 평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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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세계 평화를 위해


말랑공 씀.









   “드디어 다 치웠네요. 화단 가꾸는 것도 도와줘야 하는 거 알죠?”




   “제가 손재주 하나는 끝내주니 걱정 마요.”




   “못 믿겠는데… 아무튼 화단 가꾸는 건 내일 합시다. 곧 있으면 해도 떨어질 테니.”




   “흐음, 근데 제가 아까도 말했다시피 하늘에서 떨어진 몸이라 집이 없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저희 집에서 당분간 살아요.”




   집이 없다는 태형의 말에 너무나도 흔쾌히 자신의 집에서 지내라는 연화. 태형은 연화의 그런 쿨한 모습에 당황하고 말았다.




   “인간들은 원래 이렇게 쿨해요…?”




   “몇 명은 그런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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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도 넓고 방도 꽤 많은 연화의 집. 태형은 그 중 안 쓰는 방 하나를 쓰게 되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먼지가 쌓인 침대와 책상. 태형은 먼지에 기겁했지만 이렇게 넓은 집에서 혼자 사니 청소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 먼지가 쌓인 가구들을 납득했다. 태형은 먼지털이로 책상 위 먼지를 털고, 먼지가 쌓인 이불은 빨래통에 넣은 다음 연화가 갖다 준 이불로 세팅했다.




   “다 했으면 와서 밥 먹어요.”




   연화는 태형이의 방 문을 벌컥 열고서 말했다. 태형은 알겠다고 대답하며 바로 거실로 갔다.




   식탁에는 구수한 된장찌개에 김치, 갖가지 나물들이 차려져 있었다. 연화가 차린 듯 보였다.




   “밥은 아가씨가 차려 줬으니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이연화예요. 제 이름. 여우 요괴 씨는 이름이 뭐예요?”




   “김태형이요. 연화라… 이름도 예쁘네요, 연화 씨는.”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요.”




   “넹.”




   냄새도 좋고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된장찌개를 한술 떠 먹었다. 태형은 그 자리에서 바로 표정이 썩고 말았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웩, 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썩은 표정이 무표정 또는 웃는 표정이 되지가 않았다.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데 맛은 형편이 없다니, 태형은 참신한 충격을 받았다.




   “뭐야, 그렇게 맛이 없어요……?”




   “아니, 연화 씨는… 간을 안 봐요……?”




   “간을 봐야 돼요…? 몰랐어요. 이번에 처음 만들어 봐서. 항상 배달만 시켜 먹거나 굶었으니까요.”




   “어쩐지, 엄청 말랐더라 했더니.”




   태형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연화를 비장하게 쳐다보더니 말했다.




   “연화 씨, 세계 평화를 위해 요리는 하지 말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