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6. 00은 무거워서 두고 다녀요
말랑공 씀.
세계 평화를 위해 요리는 하지 말아 달라고 폭탄 선언을 한 태형은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왔다. 연화는 한술 떠 맛만 보려 했으나 한 번만 더 먹어 볼까, 하는 왠지 모를 중독성이 생겨 밥 한 그릇 뚝딱하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식욕이 올랐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연화는 혹시 된장찌개에 중독성이 강한 무언가를 넣었느냐고 태형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태형은 그 말에 폭소를 터트리며 아니라고 손을 내저었다.

“중독성이 있을 만큼 맛있었어요? 그렇담 다행이네. 앞으로 요리는 제가 할게요. 설거지도 제가. 그 대신 저 영계로 돌아갈 때까지만 재워줘요. 언제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때요, 꽤 괜찮은 조건이죠?”
“빨래도 그쪽이. 어때요? 손재주도 좋다면서요.”
“빨래랑 손재주랑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집주인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따라야죠.”
연화는 만족스러운 듯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태형은 그런 연화를 보더니 이런 걸로 저런 흡족한 미소를 짓다니, 사랑스럽네, 라는 생각을 했다. 그저 웃기만 해도 태형의 눈에는 연화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참, 태형 씨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전 25살인데.”
“저도 25살이요.”
“의외네요. 보통 요괴들은 막 100살 넘고 그러지 않아요?”
“……사실 뒤에 00은 무거워서 두고 다녀요.”
“2500살… 이라는 거예요…? 이거 참… 할아버지인지 조상님인지……”
“에이, 조상님은 너무했다.”
“네, 그래요. 할아버지.”
“……악.”

식사를 마치고 연화와 태형이는 냉장고에 쑤셔 박혀 있던 사과를 꺼내 먹었다. 태형이는 사과를 한 입 베어물기 전 잠시 망설였다. 언제부터 있었던 걸지도 모를 사과를 먹어도 괜찮을까…? 그러나 연화는 그런 걱정 따위 하지 않고 사과를 냅다 베어먹었다. 태형은 그런 연화를 보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언제부터 있었을지 모를 사과를 그렇게 막 먹어도 되는 거예요…? 태형의 물음에 연화는 사과를 오물오물 씹더니 순수한 눈망울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뭐…… 죽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설마 제가 제 냉장고에 들어가는 건데 독을 넣었겠어요?”
“……연화 씨, 음식에 독이 있어야만 위험한 게 아니에요.”
“지금까지 잘 살고 있잖아요?”
연화는 제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나 태형은 그런 연화를 환멸의 표정으로 쳐다봄과 동시에 귀엽다고 생각했다. 이게 바로 콩깍지가 씌었다는 것인가.
제법 달지만 어쩐지 수상한 사과를 먹고 있을 무렵이었다. 태형은 갑자기 켁, 거리며 숨이 막혀 괴롭다는 듯한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곤 사과를 바닥에 떨구며 쓰러졌다. 연화는 급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너무나도 깜짝 놀라며 먹던 사과를 식탁에 내팽개치듯 놓고는 태형에게 다가갔다. 태형은 힘겹게 입을 열더니 연화에게 귀를 좀 가까이 대 보라고 속삭였다. 연화는 태형의 입가에 귀를 기울였다.
“으윽, 연화 씨…… 제가 깨어나려면 왕자님의 입맞춤이…… 필요해요……”
“…예?”
“저는 백설공주…… 독사과를 먹고 현재 쓰러져 있죠…… 윽, 어서 빨리 왕자님의 입맞춤을……”
“참… 말이 많은 공주님이네요.”
태형은 연화의 뒷목을 잡더니 제 얼굴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래서, 죽게 내버려 둘 거예요, 연화 왕자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