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7. 할 줄 알았죠?
말랑공 씀.
“그래서, 죽게 내버려 둘 거예요, 연화 왕자님?”
“성묘는 가 줄게요, 공주님.”
“……왜 하필 성묘예요.”
태형은 붙잡고 있던 연화의 뒷목을 놓으며 일어났다. 연화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굴며 식탁에 놨던 사과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방금 전 행위는 분명 태형이가 연화를 꼬시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도리어 태형이가 연화에게 더 설레고 말았다. 딱히 설렘 포인트도 없었는데, 성묘라도 가 준다는 짓궂은 말만 했을 뿐인데, 태형은 그저 연화의 얼굴을 가까이서 봤다고 설렜다.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반했던 적이 있었던가. 태형은 연화에게 푹 빠져버린 제 자신이 어이가 없기도 했고 드디어 삶이 무료하지 않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쉴새 없이 심장 쿵쿵, 하고 뛰는데 무료할 리가 있겠는가. 태형은 잔뜩 붉어진 뺨을 숨기려 고개를 푹 숙인 채 바닥에 떨군 사과를 줍고 대충 물로 씻어낸 뒤 다시 베어먹었다. 아삭, 아삭, 하며 괜히 큰 소리를 내어 거칠게 베어먹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태형은 자신의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를 사과의 아삭함으로 감추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참, 그쪽 입을 옷이 없네요.”

“그러네요.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내일 옷이나 사러 나가요. 돈은 제가 낼 테니 걱정하지 말고. 아, 근데 공짜는 아니에요. 제가 낸 돈만큼 더 열심히 몸으로 때우셔야 해요. 알겠죠, 태형 씨?”
“네. 가 아니라 연화 씨…! 제발…… 노동이라는 단어를 씁시다. 그런 몸으로 때우다, 라는 숭한 단어는 제발…… 넣어두세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연화 씨.”
연화는 그런 태형이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쿡쿡, 웃어대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어쩐지 태형이가 몸으로 때우다, 라는 말에 알레르기가 있나 의심이 들 정도로 소스라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연화였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몸으로 때우다, 라는 말에 음흉한 뜻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사용했다.
귀엽다라…… 연화는 그 말을 계속해서 속으로 읊조렸다. 그러곤 생각했다. 그래, 그냥 친구 사이에서도 서슴없이 하는 말이 귀엽다야. 별 의미 없어, 라고 연화는 생각했다. 마치 입덕 부정기처럼.

아침이 밝아왔다.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아침의 빛이 스며들어왔다. 연화가 먼저 그 빛에 눈이 부셔 일어났고 태형은 그 빛을 거부하며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썼다. 연화는 그런 태형을 보며 또 귀엽다고 생각했고, 헤헤거리다가 정신을 차리며 제 뺨을 가볍게 내리쳤다. 정신 차리라고, 뭐가 귀엽냐고, 아니야, 귀엽다는 그냥 친구 사이에 쓰는 가벼운 말이라고, 괜찮다고. 그렇게 연화는 아침부터 자아분열을 하며 태형을 깨웠다.
비몽사몽하게 일어난 태형은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뜨며 자기를 깨운 연화를 바라봤다. 태형은 아침에도 연화는 정말 아름답구나, 라고 생각하며 빙구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연화는 왠지 모르게 그런 태형이가 마치 아기 곰돌이같다고 생각했고 또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이젠 그가 웃기만 해도 귀엽다는 생각을 해버리는 연화. 그녀는 자신의 모습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빨리 일어나세요. 후딱 사서 오게.”

“잠자는 공주는… 왕자님의 입맞춤이……”
연화는 아침부터 입맞춤 타령을 하는 태형에게 베개를 던져버렸다. 아마 입덕 부정기 탓에 입맞춤 타령을 하는 태형이 귀여워 보이고 그것을 부정하고 싶어 던진 듯 보였다. 그 베개는 태형의 앞면을 정확하게 강타했고, 베개라서 아프진 않았지만 어쩐지 아픔과 서운함이 느껴지는 태형이었다.
“……연화 씨.”
“어우, 미안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