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 뭐지? 후광인가?
말랑공 씀.
어느새 준비를 다 마치고 시내로 나온 태형과 연화. 당연하게도 태형은 인간계의 길을 잘 몰라 연화의 손을 잡은 채 이끌려 다녔다. 태형은 연화와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연화는 아무런 생각도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태형의 쿵쿵대는 심장 소리와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마찰하는 소리가 뒤섞였다. 연화는 차들 소리 때문에 태형의 쿵쿵대는 심장 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았다. 당연했다. 주변은 소음들로 가득한데 어떻게 듣겠는가. 그러나 태형은 혹여 자신의 심장 소리가 연화에게 들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다 왔어요. 여기가 백화점이라는 곳이에요. 태형 씨가 사는 곳에도 백화점같은 거 있죠?”
“음, 이렇게까지 높은 건물은…… 신이나 염라대왕만 살아요. 물건들을 파는 건 전부 작은 가게뿐이구요. 인간계란 참 대단하네요.”
“아, 신이랑 염라대왕… 네… 그렇죠…… 그쪽이 사는 데는 영계였죠…”
“지들만 높은 곳에서 살고. 아무튼 어서 들어가요, 연화 씨.”

“와, 내부도 엄청 넓네요.”
태형은 넓은 내부에 꽤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화는 그런 태형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했고, 그제서야 자신이 태형과 손을 맞잡고 있다는 걸 자각했다. 이제서야 부끄러움이 밀려온 연화는 태형의 손을 자연스럽게 놓으며 헛기침을 한 뒤 태형에게 따라오라고 말했다. 태형은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며 연화를 따라갔다. 마치 시내에 처음 나온 댕댕이같은 느낌이었다.
태형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각종 악세서리들을 팔고 있는 부스를 발견했다. 태형은 뭔가가 떠올랐는지 장난스런 웃음을 머금다 이내 금방 능글거리는 웃음을 짓고는 연화 씨, 하고 불렀다. 연화는 태형의 부름에 뒤를 돌았고, 태형은 부채를 촤락, 펼치며 능글맞게 말했다.

“어때요, 연화 씨. 아름다운가?”
연화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멈칫하고 말았다. 그의 뒤에서는 마치 후광이 나오는 것처럼 빛이 반짝이고, 그의 미모는 어쩐지 더 빛나는 것만 같고, 그와 부채가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부채가 이렇게까지 잘 어울리는 사람은 처음인 것 같다, 라는 느낌들을 받았다. 연화는 잔뜩 설렌 채 혼자 중얼거렸다.
“뭐지, 후광인가…?”
태형은 그대로 멈춰서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연화를 보고 귀엽다고 쿡쿡, 웃어댔다.
“제가 그렇게 아름다워요?”
연화는 아니라고 부정할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잘생겼고 아름다워서 솔직하게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육성으로 말하기에는 부끄러워서 그저 고개만을 끄덕였다.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로.
“그래요? 제가 아름답구나. 근데 제 눈에는 연화 씨가 더 아름다워요.”
연화는 그 말에 정말 심장이 폭발할 듯 두근거렸다. 아름답다는 말이 이렇게 낭만적이고 설레는 말이었던가? 연화는 지금껏 들어 본 아름답다, 라는 말 중에 오늘 들은, 태형이 말한 아름답다, 가 가장 설렜다. 태형은 부끄러워하며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귀까지 빨개진 연화를 보며 귀엽다는 생각만 연신 해댔다. 그러다 태형은 부채를 연화의 앞에 갖다대며 또 연화가 심장이 터질 만한 말을 했다.

“봐, 연화 씨가 더 아름답네. 제가 부채를 갖다댔을 때랑 완전 달라요. 더 아름다워.”
그렇게 둘이 사귀는 사이도 아니면서 굉장히 꽁냥꽁냥대고 있을 무렵 누군가가 그런 둘을 보며 중얼거렸다.

“염병하네.”
태형은 그 작은 중얼거림을 어떻게 들었는지 그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틀었고, 그러자 그에게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당신은…… 신……? 대체 왜 여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