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갑분불(갑자기 분위기 불꽃놀이)
말랑공 씀.
“……좋아하니까요.”
연화는 그 말에 벙찐 채로 대답도 못 하고 햄버거도 먹지 못 하고 그저 태형을 바라만 봤다. 태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 연화의 반응에 머쓱해져선 햄버거를 깨작깨작 먹기 시작했다. 연화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어쩐지 타이밍을 놓친 것 같아 태형을 따라 햄버거를 다시 먹으며 계속해서 침묵을 지켜나갔다. 그렇게 둘 사이에서는 어색한 기류만 흐른 채 식사시간이 끝나버렸다.
“저…… 맛있게 드셨어요, 태형 씨?”
“아, 네… 연화 씨는 맛있게 잘 드셨어요?”
“네, 뭐… 저야 가리는 음식은 그다지 없으니까요.”
“…”
또 다시 침묵이 돌았다. 태형은 어색해진 공기에 아까 자신이 좋아한단 말을 왜 뱉었을까 후회하며 자책했다. 계속 숨겼더라면 이렇게 어색한 사이가 되지 않았을 텐데, 라고 말이다. 그러나 자책하는 건 연화도 마찬가지였다. 아까 나도 좋아한다고 대답할걸, 이라고 후회하며. 이렇게 서로 닿지 않는 후회를 해 봤자 해결되는 건 없다. 그저 둘 사이를 더 멀게 할 뿐. 그 순간 연화는 결심했다. 아까 태형의 말에 대답을 하자고, 자기도 좋아한다며 대답을 해 주자고.
연화는 큰 결심과 함께 어색했던 기류를 깨며 입을 열었다.
“우리 공원에서 좀 산책하다가 갈래요? 이렇게 집에 들어가기에는 아쉽잖아요. 그리고 오늘 저녁에 공원에서 불꽃놀이도 한대요.”
“그래요. 불꽃놀이 좋죠.”

아까 어색했던 분위기 탓에 멀찌감치 떨어져 걷게 된 태형과 연화. 태형은 자신의 좋아한다는 말에 돌아왔던 대답이 침묵뿐이라 당연히 연화가 거절했던 건 줄 알아서 그녀와의 거리를 지켰다. 태형은 한 번 꼬실 때는 제법 적극적이지만 포기가 꽤 빠르고 상대방이 거절하는 것만 같으면 금방 포기하려고 애쓰는 타입이다. 상대방이 자신 때문에 부담스러워하지 않도록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꼬셔진 상대에게는 참으로 잔혹한 행동이었다.
“태형 씨, 왜 이렇게 떨어져서 걸어요. 좀 붙어요.”
연화가 먼저 태형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태형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가까이 오지 않는 게 좋아요, 연화 씨. 저 착각할지도 몰라요.”
“무슨 착각이요?”
“…연화 씨도 어쩌면 저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착각.”
“그게 착각이 아니라면요? 그러면 가까이 다가가도 돼요?”
태형은 어안이 벙벙해져 연화를 그저 물끄러미 쳐다봤다.
“네? 다가가도 되냐구요.”
태형은 대답 대신에 연화에게 먼저 대번 다가갔다.
“아까 대답이 없었어서… 일방적인 사랑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괜히 연화 씨를 부담스럽게 할까 봐…”
“꼬실 때는 입맞춤까지 유도하며 꽤 적극적으로 꼬시더니 갑자기 조신해졌네요. 답지 않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 줘요, 태형 씨.”
태형은 미소를 머금더니 연화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꽃이 개화하는 것만 같은 모양새의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깜깜한 밤하늘 속에서 개화하는 폭죽은 분위기를 더욱 낭만적이게 돋구었다. 태형과 연화는 아주 잠시 폭죽을 감상하더니 이내 다시 서로를 마주했다. 그러곤 분위기에 이끌려 서로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연화의 허리를 감싸던 태형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볼에 살포시 얹어졌고 태형은 연화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갖다대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태형이 연화의 입술을 살짝 훑자 연화는 입을 열었고 태형의 혀가 연화의 입천장을 한 번 쓸더니 서로의 혀가 맞닿았다가 떨어지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서로의 숨결이 맞닿은 그 순간 태형은 꽤 거칠지만 상냥하게 연화에게 입맞춤을 하며 뒤로 밀어붙였다. 어느새 연화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었고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연화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숨이 제법 차기 시작하자 그녀는 태형의 팔을 두드렸다.
태형은 잠시 숨을 고르며 연화에게서 입을 뗐고 연화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이 없었어서 둘의 입맞춤은 둘만의 은밀한 추억이 될 수 있었다.
태형은 부끄러워하는 연화에게 잠시 자기 좀 보라 말했고 연화는 그 말에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들어 태형을 바라봤다. 그러자 태형은 연화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며 말했다.
“사랑해요, 연화 씨.”
“…저도 사랑해요, 태형 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