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여우 요괴의 낭만적인 고백

12. 키스도 한 사이인데

Gravatar

12. 키스도 한 사이인데


말랑공 씀.




Gravatar

   “잘 잤어요?”




  연화는 아침햇살과 동시에 잘 잤냐는 태형의 말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러곤 네… 라고 대답하려는 순간에 연화는 너무 놀라 침대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태형이 침대 밑으로 떨어진 연화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묻자 연화는 벌떡 일어나며 버럭 열불을 냈다.




  “아니, 당신이랑 제가 왜 한 침대에서 일어난 거죠?? 저희가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지 않나요?? 아직까지는 그냥… 사귀는 그런… 사이잖아요!!”




  연화는 자기가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사귀는’ 이라는 말을 할 때만 말끝을 흐리며 희미하게 말했다. 태형은 그런 연화가 귀엽기도, 사랑스럽기도, 약간 당혹스럽기도 하여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희 키스도 한 사이인데, 뭘 그렇게 당황해요. 그냥 한 침대에서 잔 것뿐이잖아요? 잠만 잔 것뿐인데… 그리고 같이 자자고 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연화 씨거든요.”




  “네……?”




  그렇다. 먼저 자자고 꼬신 사람은, 아니, 매달린 사람은 연화였다. 어젯밤, 불꽃놀이 구경(불꽃놀이 구경이라고 치부된 키스)을 마치고 둘은 식사를 하러 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술도 마시게 되었고, 연화는 그날따라 어쩐지 술이 너무 달아서 계속 먹다가 필름이 끊길 정도로 취하고 말았다. 연화는 취하면 본심이 나오는 주사를 가지고 있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태형에게 포옥 안겨서는 같이 자자고, 계속 애교를 부려댔다. 태형은 당연히 그 애교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고, 원래부터 연화와 같이 붙어 자고 싶었던 태형은 연화를 꼬옥 끌어안고는 그대로 잠에 들어버렸다.




  이제서야 어젯밤 일어났던 일을, 본인이 저질렀던 일을 기억해낸 연화는 얼굴이 잔뜩 빨개져서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렇게 부끄러워요?”




  “……말 걸지 마요. 지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니깐.”




Gravatar

  “부끄러워하는 모습마저도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혹시 연화 씨가 여우 요괴인 거 아니에요? 절 이렇게 첫 만남 때부터 홀려버렸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진짜……”




  연화는 마치 홍당무가 된 듯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태형의 말이 내심 기쁘기도, 웃기기도 한 모양이었다. 태형은 그녀의 희미한 미소를 보곤 피식 웃음을 흘려보냈다. 정말 알기 쉬운 사람이라니깐. 태형은 작게 속삭이며 연화를 확 끌어안았다.




  “우리 결혼할래요?”




  “…저희 사귄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거든요.”




  “그럼 조금 더 알아간 후에 결혼하는 건 어때요?”




  “저는 백수랑 결혼 안 해요. 그러니까 제 일이나 도와요.”




  “그럼 저랑 결혼해 줄 거예요?”




  “결혼이 그렇게 좋아요?”




  “결혼이 좋다기 보다는…… 그냥 연화 씨가 좋아서. 결혼이라는 말이 자꾸 무의식적으로 나와요.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어서.”




  “참 나…”




  “그치만 연화 씨가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면 저는 당연히 그 의견을 존중하고 따를 거예요.”




  “태형 씨랑 하는 건데 뭔들 싫겠어요.”




  연화는 말끝을 흐려가며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서인지 태형은 정확하게 듣지 못 했고, 더 정확하게 듣고 싶은 마음에 한 번만 더 말해달라고 졸랐다.




  “뭐야, 나 제대로 못 들었어요. 한 번만 더 말해 줘요, 연화 씨.”




  “……몰라요.”




  “아, 연화 씨~”




  태형은 앙탈을 부리며 연화에게 부탁했지만, 부끄러워 작게 말했던 걸 또 한 번 말해 줄리 없었던 연화는 그저 모르는 척하며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