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말랑공 씀.
한참 정원을 가꾸고 있을 때 태형은 문득 연화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연화의 화단을 망쳐버리고 돈도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다 떨구고… 원래 첫 만남을 떠올릴 때면 감성에도 젖고 그땐 그랬지, 하며 아련해야 하는데, 태형은 그러지 못 했다. 연화의 시점에서 태형은 진상 그 자체였으니……
“하…”
연화와의 첫 만남을 떠올리던 태형은 저도 모르게 그만 한숨을 푹 내쉬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태형의 그런 한숨 소리를 들은 연화는 잔디 뽑는 것을 멈추곤 무슨 일이냐며 물어왔다.
“그게…… 연화 씨……”
“네, 무슨 일이에요, 태형 씨.”
“저 첫인상 진짜 별로였죠.
“네.”
“?”
조금이라도 부정해 주며 위로해 줄 줄 알았던 태형은 순간 당황해 말문이 턱 막혔다. 역시나 연화는 첫 만남 때나 지금이나 단호한 건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태형은 많이 달라졌다. 자신감 넘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모든 일에 확신이 없고 주눅들어있기만 하고 있다.
“아니, 그걸 그렇게 단호하게 인정을…… 조금이라도 부정해 줘야죠……”
“사실인 걸 어떡해요. 그리고 지금 인상이 첫인상보다 훨씬 별로예요.”
“?!”
연화의 아주 단호한 말에 태형은 그대로 쭈구려 앉아 전형적인 ‘시무룩’ 자세가 되어버렸다. 연화는 그 모습이 귀여운 듯 웃음을 흘려보내며 태형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땐 제 화단을 망쳐버려서 정말 별로였어요. 하지만 금방 도와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때의 그 자신감 넘치던 재수없고 능글맞았던 모습이 전 너무 좋았어요. 겉으로는 싫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좋다고, 매력적이다 라고 상각했어요. 그러니까 그때처럼 자신감을 좀 가져 봐요, 태형 씨.”
“재수없……?”
태형이 돌아보려던 순간, 연화가 태형의 뒤를 와락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태형 씨도 알다시피 저는 애정표현을 그리 잘은 못 해요. 괜히 싫은 티만 내죠. 그러니까 지금 전 매우 용기를 내서 애정표현을 하고 있으니 도망칠 생각 따위는 하지 마시고 대답만 하세요.”
왠지 모를 연화의 카리스마에 매료된 태형은 그대로 연화에게 안겨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물론 연화가 백허그를 하긴 했지만 덩치 차이가 많이 나서 연화가 태형의 등에 안겨있는 것만 같은 모습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자신감을 가져요.”
“네.”
“저는 태형 씨가 좋아요.”
“네.”
“저는……”
“사랑해요.”
좋아한단 말까지는 바로 내뱉을 순 있어도 사랑한단 말은 아직 많이 부끄럽긴 한지 연화가 망설이고 있을 때 태형이 먼저 사랑한단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연화는 잔뜩 설렌 탓에 당황해하며 어쩔 줄 몰라했고 그 틈에 태형이 뒤돌아서선 연화를 끌어안았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고 멋진 사람이 나의 애인이라니, 너무 행복해요. 저도 더 좋은 사람이 될게요, 연화 씨.”
연화는 태형의 따뜻하고 큰 품에 안겨서는 고개만을 옅게 끄덕였다.
잘생긴 여우 요괴의 낭만적인 고백_마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