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1205

2화. 방해받지 않는 대화

“야 여주야. 그 단골 VIP 고객 또 왔더라?”

 

 

프론트 사무실 안쪽, 오후 교대 브리핑 시간.
다른 직원이 무심하게 툭 던진 말에 여주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1205호. 최민호 님. 체크인 완료.”

 

 

“너 진짜 잘 외운다. 우리는 그냥 조용한 남자라고 부르는데 ㅋㅋ”

 

 

그는 동료들 사이에서 신비주의 손님이었다.
말도 없고, 클레임도 없고, 조용히 와서 조용히 나가는 손님.
그런데도 그 존재감이 이상하게 남았다.

 


호텔 업계에서는 그런 걸 무해한 고급 손님이라고 부른다.
...물론 여주에겐 좀 다르게 각인돼 있었지만.

 

 

그날 야간 근무를 맡은 여주는 11시쯤, 카운터에서 혼자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호텔 로비는 조용했고, 커튼 사이로 야경이 고요하게 스며들었다.

 

 

“그만하면 잘한 하루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물을 한 모금 마시려던 순간—

엘리베이터가 ‘띵’ 소리를 내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가 나타났다.

최연준.

 

 

 


흰 티셔츠에 체크 파자마 바지, 슬리퍼.
머리는 젖은 채였고, 손엔 물티슈가 들려 있었다.

 

 

“…”

 

 

여주는 딱 0.5초 고민했다.
도망가야 하나. 아니지. 그럴 이유는 없다.

 

 

 

 

 

“무슨 일 있으세요?”
차분한 목소리. 최대한 직업적인 톤.

 

 

연준은 여주를 보고 살짝 웃었다.

“물티슈가 안 나오더라고요. 리필이 안 됐나 봐요.”

 

 

“아,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여주는 비품 보관함에서 새 물티슈 팩을 꺼내 건넸다.

 


연준은 그것을 받으며, 시선을 조금 더 머물렀다.

“…직원분이시지만, 좀 특별하시네요.”

 

 

“네?”

 

 

“저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뭔가… 사람 냄새 나는 느낌?”

 

 

“물티슈 받으시고 갑자기 감성 터지신 거예요?”

 

 

 

 

 

“아뇨.” 연준이 웃었다. “그냥, 밤이라서요.”

 

 

여주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그를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 이건 고객과 직원 사이의 거리보다 조금 가까웠다.
그도 알고 있었고, 여주도 알고 있었다.

 

 

“그 방… 자주 오시잖아요.”

 


“네.”

 


“왜요?”

 

 

그 질문에 연준은 아주 짧게 망설였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여긴 조용하니까요.
호텔이 조용한 게 아니라, 당신이 조용하게 해줘서요.”

 

 

“…그거, 무슨 뜻이에요?”

 

 

 

 

“궁금하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연준은 물티슈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덕분에 오늘도 잘 닦겠습니다.”

 

 

“꼭 그렇게 표현해야 했어요?”

 

 

“네. 그래야 당신이 내 말 기억해줄 테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돌아섰다.

 


슬리퍼 소리가 멀어지면서, 여주의 가슴 안쪽엔
설명하기 힘든 불안한 따뜻함이 남았다.

 

 

근무를 마친 새벽 세 시.
여주는 직원 전용 라운지에서 믹스커피를 타며 핸드폰을 열었다.

 


그리고, 예약 시스템 알림을 다시 봤다.

최민호 / 예약완료 / 객실 1205 / 특별 요청 없음

 

 

없다는 말이, 가장 많은 말일 때도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매번 같은 방. 같은 시간. 같은 사람.

 


그건 분명 우연 이상의 뭔가였다.

‘…궁금하면 나중에 알려주겠다고?’

 

 

 

 

 

여주는 폰 화면을 끄며 작게 중얼였다.

“아니, 누가 궁금하다 그랬냐고.”

 

 

그런데 웃고 있었다.

 

 

그가 다녀간 밤은 늘 조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주는 그 조용함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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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