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1205

3화. 잘 가요, 오늘은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 익숙한 리듬이 흘렀다.

여주는 습관처럼 손끝으로 카드키를 돌리며 예약 명단을 확인하고 있었다.

 

 

"객실 1205 – 최민호 – 체크아웃 예정: 내일 오전 11시"

 

 

늘 그랬다.

이틀 머무르고 나가고, 몇 주 지나서 다시 들어오고.

마치 정해진 패턴처럼.

 

 

여주는 무표정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오늘도 그냥 지나가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후 1시 47분.

엘리베이터에서 연준이 내려왔다.

 

 

 

 

편안한 민트색 셔츠, 검은 슬랙스.

어디론가 갈 준비가 된 사람처럼,

단정했고, 정중했고, 평소보다 조금 더 ‘멀어져 있는’ 얼굴이었다.

 

 

그는 프론트로 조용히 걸어왔다.

 

 

여주는 반사적으로 몸을 정돈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체크아웃 하려고요.”

 

 

“…내일 아니셨어요?”

 

 

“급한 스케줄이 생겨서요.”

 

 

여주는 말을 잇지 못하고 카드키를 확인했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말랐고, 손등에 붉은 펜 자국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체크아웃 처리 도와드릴게요.”

짧고 정제된 말. 늘 해오던 문장.

근데 오늘은 입에서 나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연준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좀 놀라셨죠?”

 

 

“…네?”

 

 

“내일 나간다고 했는데, 갑자기 오늘이라서.”

 

 

“아니요. 고객 사정은… 존중합니다.”

 

 

 

 

 

연준은 짧게 웃었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오늘은 기분 나쁘게 다정했다.

 

 

“그럼… 다음에 또 뵙죠.”

 

 

그는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번엔 커피 못 사드렸네요.”

 

 

“…저 그 얘기 안 했는데요.”

 

 

“하지만 기다렸잖아요.”

 

 

여주는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

마치, 마음속 어딘가를 들킨 기분이었다.

 

 

연준은 그렇게 말을 남기고

검은 캐리어를 끌며 로비를 걸어 나갔다.

 

 

그가 사라진 뒤에도 여주는 한참 동안 자리에 앉지 못했다.

 

 

모든 게 평소처럼 흘러가는데,

이상하게도 무언가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그는 오늘, 그냥 체크아웃만 한 건데.

왜 이렇게 허전하지?

 

 

 

 

“미쳤나…ㅎ”

작게 중얼이며 여주는 컵을 다시 들었다.

커피는 이미 미지근해져 있었다.

 

 

그날 밤, 여주는 퇴근하면서 자동적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그리고 결국, 그의 이름을 검색창에 쳤다.

 

 

[최연준 스케줄]

 

 

정말 바빴다.

촬영, 인터뷰, 광고, 본업, 본업, 또 본업.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스케줄 속에,

이 호텔은 그가 잠깐 멈추는 유일한 공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멈춤을, 여주가 만들어주고 있었던 걸지도.

그 순간,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인: 모르는 번호]

"오늘 체크아웃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는 커피 주고 가려고 했는데, 그냥 남기고 가요.

연준"

 

 

그 아래에 위치 공유가 하나 떠 있었다.

🗺️ 위치: [호텔 바로 앞 편의점]

 

 

여주는 그 문자를 멍하니 보다,

무의식중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직 안 갔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