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는 문자를 다시 확인했다.
이미 세 번쯤 읽었는데, 아직도 낯설었다.
"원래는 커피 주고 가려고 했는데, 그냥 남기고 가요.
연준"
커피를 남긴다? 어디에?
🗺️ 위치 공유: 호텔 정문 맞은편 편의점
“진짜, 이게 뭐야…”
무표정한 얼굴로 중얼거리면서도,
여주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었다.
호텔 로비는 이미 조용해져 있었고,
직원 한 명이 프론트에서 서류 정리 중이었다.
여주는 퇴근 체크만 하고, 아무 말 없이 나섰다.
밤공기가 얼굴을 스치자 이상하게 긴장이 퍼졌다.
편의점은 밝았다.
호텔 유리문 너머에서도 그 불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왔다.
그 불빛 안에,
연준이 있었다.
진짜로.
편의점 유리창 앞쪽, 맨 구석에 놓인 테이블.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 그리고
다른 잔 하나가 빈 의자 앞에 놓여 있었다.
여주는 3초 정도 그 자리에 멈춰 섰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 채
그냥 걸어 들어갔다.
“나… 진짜 왜 나왔지…”
커피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그보다 먼저, 연준이 고개를 들었다.
“왔네요.”
“…네.”
“안 올 줄 알았는데.”
“저도요.”
여주는 그 말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커피 잔이 따뜻했다. 방금 산 듯한 온기.
연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직원으로선 이래도 되나, 고민했죠?”
“…솔직히 좀요.”
“괜찮아요. 지금은 손님 아닌 걸로 해줄게요.”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이에요?”
“여긴 호텔 아니고, 프론트도 아니니까.”
“그럼 뭐예요, 지금 이 상황은?”
“그냥… 커피 두 잔 사이.”
여주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 사람, 진짜 말은 조용히 하면서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그래도 손님이 커피를 사주시면 안 되는 거예요.”
“알아요. 근데 난 당신한테 커피값 대신
이런 말 하나쯤은 해도 될 것 같아서.”
“어떤 말요.”
연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잔을 내려놨다.
“여주 씨.”
“…네.”
“당신이 있어서, 내가 여기 오는 거예요.
그거… 알면 안 돼요?”
그 말에 여주는 커피를 바라봤다.
입술이 딱딱하게 굳고, 가슴 안쪽이 아주 조금 떨렸다.
마치 안에서 문을 두드리는 기분.
열면 안 되는데,
이미 열리고 있는 중.
“모른 척 해드릴게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아직은… 그게 필요한 것 같아서.”
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커피를 다시 들어 올렸다.
“그럼, 다음에도 모른 척해줄 거죠?”
“…모르겠어요.
다음에 또 오신다는 보장 있어요?”
“당연하죠.”
연준은 웃었다.
“1205호는, 아직 내 거잖아요.”
그는 커피를 놓고 떠난 게 아니라,
내가 올 거라고 믿고 기다렸다.
그 순간부터,
객실 1205는 그냥 방 번호가 아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