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1205

5화. 당신 말고는 아무도 몰라요

다음 날, 여주는 원래처럼 아침 근무에 들어갔다.

다만, 커피 냄새가 코를 스치자

잠시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 사람… 지금쯤 어디쯤일까.'

불필요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뇌는 가끔,

감정이라는 불필요한 기능을 스스로 실행한다.

 

 

“여주 씨, 어제 야간 근무였죠?

그 VIP 손님 또 다녀갔다면서요?”

프론트 동료가 수첩을 넘기며 물었다.

 

 

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루만 머무르고 가셨어요.”

 

 

“그 사람, 진짜 뭐 하는 사람일까?

묘하게 기억에 남는 스타일이랄까.”

 

 

여주는 말없이 고객 응대 로그를 정리했다.

심장이 살짝, 불필요하게 쿵 하고 내려앉았다.

 

 

기억에 남는 사람?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점심시간.

여주는 직원용 식당을 피해,

호텔 지하 주차장 근처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습관처럼 핸드폰을 켰다.

연락은… 없었다.

 

 

사실 어제,

그 번호는 아직 저장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기억하고 있었다.

숫자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익숙하게 떠올랐다.

 

 

그때, 알림이 떴다.

 

 

 

 

[발신인: 연준]

"오늘 야근인가요?"

 

 

여주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 메시지는 짧았지만, 너무 많았다.

 

 

“아니요. 오전 근무였어요.”

 

 

“다행이다. 밤은 너무 조용하니까.”

 

 

“그 조용한 밤을 좋아하신다고 했잖아요.”

 

 

“맞아요.

근데 어제는… 조용한 게 조금 아쉬웠어요.”

 

 

여주는 답장을 멈췄다.

그 말 한 줄이 너무 직접적이어서.

 

 

그는, 은근하게 벽을 넘고 있었다.

정중하게 웃으면서,

거리를 잴 틈도 안 주고 조용히 다가오는 중이었다.

 

 

오후 3시,

객실 관리 시스템에 새 예약이 떴다.

 

 

[예약자: 최민호]

요청사항: 조용한 방, 고층, 커피 머신 있는 객실

체크인 예정일: 3일 뒤

 

 

여주는 문서 스캔을 멈추고

화면을 응시했다.

 

 

그 사람, 벌써 예약했네.

 

 

"커피 머신 있는 방."

그건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옵션인데.

 

 

그 순간,

호텔 로비에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렸다.

“어머~ 연예인 닮으셨네요~”

 

 

 

 

여주는 고개를 들었다.

 

 

프론트 반대편, 로비 라운지에서

고객 몇 명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그 중 한 명의 노트북 화면에

연준의 광고 영상이 떠 있었다.

 

 

 

 

“이 사람 진짜 잘생기지 않았어?"

“이름이 뭐더라… 최연준?

걔 요즘 계속 핫하던데!”

 

 

여주는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 이름이 평범하게 울리는 공간이

왠지 이상하게 낯설었다.

 

 

“저 사람, 이 호텔 오면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냐?”

“글쎄~ 현실에 저런 사람 없겠지~”

 

 

여주는 그 말을 듣고

작게 웃었다.

 

 

"있어요.

현실에도 있어요.

근데 당신들한텐 안 보여요."

 

 

밤, 퇴근 준비를 하며

다시 핸드폰을 켰을 때

연준에게서 또 한 줄이 와 있었다.

 

 

“혹시… 나랑 커피 마실 때 말고도, 생각한 적 있어요?”

 

 

여주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자판을 눌렀다.

 

 

“비밀이에요.”

 

 

잠시 후,

답장이 왔다.

 

 

 

 

“그거면 충분해요.”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