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1205

7화. 첫 페이지

퇴근 후 집에 도착해서도,

여주는 가방을 바로 열지 못했다.

그 안에 그 책이 들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책 한 권일 뿐인데.

무슨 폭탄도 아니고.

근데 이상하게 손이 잘 안 갔다.

 

 

“…뭐 이렇게 부담을 줘.”

결국 가방을 열고, 종이봉투를 꺼냈다.

 

 

 

 

표지 없는 문고판.

제목은 안쪽에만 작게 인쇄되어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하여》

 

 

여주는 피식 웃었다.

“진짜 자기 얘기네.”

 

 

첫 페이지를 펼쳤다.

거기엔 그의 글씨가 있었다.

 

 

당신이 조용한 이유를

나는 조금 알 것 같아서.

숨이 아주 잠깐 멈췄다.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가볍게 던진 친절도 아니고,

즉흥적인 다정함도 아니었다.

 

 

이 사람은,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

 

 

다음 날.

호텔 로비는 평소처럼 차분했다.

 

 

 

 

하지만 여주만 조금 달랐다.

자꾸 시선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1205호.

그는 아직 체크아웃하지 않았다.

 

 

오늘 오전 11시 예정.

10시 48분.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연준이 걸어 나왔다.

어제와 다르게, 조금은 가벼운 얼굴.

 

 

여주는 평소처럼 고개를 숙였다.

“체크아웃 도와드리겠습니다.”

 

 

카드키를 받으며 연준이 물었다.

“…읽어봤어요?”

 

 

너무 직접적이었다.

“네.”

 

 

“어땠어요?”

 

 

여주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업무 톤이 아닌 목소리로 말했다.

“왜 저한테 그 책 준 거예요?”

 

 

연준은 대답 대신 웃었다.

조용히, 짧게.

“그냥.”

 

 

“그냥은 이유 아니에요.”

 

 

 

 

“…여주 씨는 사람 많은 데 있으면서도,

항상 혼자 있는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심장이 묘하게 저렸다.

“그래서요?”

 

 

“그래서, 혼자인 게 꼭 나쁜 건 아니라는 말

해주고 싶었어요.”

 

 

로비 공기가 순간 조용해졌다.

 

 

여주는 카드키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전 혼자인 게 편해요.”

 

 

“알아요.”

 

 

“근데…”

말이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연준이 기다렸다.

“…혼자인 게 편한 거랑,

혼자 있고 싶은 거랑은 다르죠.”

그의 눈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여주는 그걸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선을 살짝 넘었다.

 

 

“다음에 오시면…”

 

 

“…네?”

 

 

“커피는 제가 살게요.”

 

 

연준은 잠깐 멈췄다가 웃었다.

“그럼 또 와야겠네요.”

 

 

“예약은 알아서 하시고요.”

 

 

 

 

그는 캐리어를 끌며 돌아섰다.

 

 

로비 문 앞에서 잠깐 멈추더니,

뒤돌아봤다.

 

 

“…여주 씨.”

 

 

“네.”

 

 

“이번엔 방 때문에 오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나갔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