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앤딩 스토리

#.2 남준의 이야기

강화 조약을 맺고 대한제국이 완전히 일제에 지배를 당하게 되었을때 제일 먼저 대한제국에게서 등을 돌린 가문이 있었으니
바로 황실보다 재산이 많고
그 집의 크기는 창덕궁에 버금간다던
호전 김씨
뒷세계에서는 이 가문에 걸리면 3대가 멸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일에 싸인 집안이다.
하지만
어느날 이러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김가네 둘째 도련님이 남자를 사모한다"
언제부터였을까?
여인보다 고운 한 사내아이가 그 집의 종으로 들어갔을 때부터였을까?










"박지민은 어디있지?"
"저.....그게..."
똑바로 대답하지 못하는 종을 보며 남준이 얼굴을 찡그린다.
"내가 두번씩 말해야 되나? 박지민은 어딨지?"
"그.....뒷마당을 쓸고 있습니다..."
그 말을 끝내자마자 종은 바닥에 엎드려 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소인의 불찰이옵니다!"
"거기 게 아무도 없느냐!"
남준이 소리치자 멀리서 머슴 2명이 뛰어온다.
"예, 도련님. 부르셨습니까?"
"너희들 내가 박지민에 대해서 뭐라고 했었지?"
"예, 바깥 허드랫일은 일절 시키지 말고 오직 도련님의 시중만 들게 하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남준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내 명령을 지키지 않는자는 어찌하라 하였지?"












"도련님의 명령을 무시하는 바는 곧 김가를 무시하는 천한 행위이니 그 목을 잘라 대문에 걸어 모범을 보이라 하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앞으로 이러한 일은 없을 겁니다!"
남준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뒷뜰로 향한다.









가을을 맞아 떨어지는 붉은 빛의 낙엽이
여자보다 더 곱상하게 생긴 사내아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
이내 그 아이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안녕 지민아?"
남준은 언젠가 지민이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던 자신 특유의 보조개 웃음을 짓는다. 그 모습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 같지 않고 한층 성숙한 성인의 모습이다.
박지민도 싱긋 웃으며 말한다.
"오늘은 어떠한 일로 오셨습니까?"











'처음엔 그저 여자보다 곱상하게 생겨
신기해서
단지 그 이유였다.
하지만
날이 지날수록
심장을 무언가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날 보며 환하게 웃는 너를 보며 알게 되었다.
아, 나는 널 사모하는구나'
그렇게 시작된 철없는 도련님의 첫사랑은
날이 갈수록 사랑이 아닌
집착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어느날
지민이 자신을 멀리하는 것을 느꼈다.
일반 집착이었을 경우
대부분 그 대상에게 분풀이를 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김가의 둘째 도련님이자
세기의 수재라 불리는
김남준
그는 지민이 그러는 이유를 몰래 조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민에게 자신의 가문이 친일파라는 사실을 알려준
지민의 어머니를
지민이 보는 앞에서 찢어죽인다
그날 이후 지민은 사라진다.
남준은 놀랍게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민이 마음에 들어했던 보조개를 띄며
빙긋 웃을 뿐이었다.